26년(2012) - 원작의 흥행 요인을 잘못 파악한 영화

 

  26년의 영화화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사실 원작의 연재종료 직후였다. 그러나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영화화 계획은 좌초되었다. 그렇게 26년 영화화는 끝나는 듯 싶었지만, 제작사 쪽에서는 시민들에게 직접 후원금을 전달받는 제작두레라는 형태로 제작비를 구하였고, 마침내 2012년, 영화를 완성했다.

 

  이렇듯 어려운 과정을 거쳐 완성된 26년은 2012년 연말 화제몰이에 성공하며 300만 관객을 돌파하였고,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강풀 원작의 영화들이 이웃사람을 제외하고는 흥행에서 재미를 못 봤다는 걸 감안하면, 확실히 이례적인 성과다. 그러나 성공적인 흥행성적과는 달리, 영화 자체의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며,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영화 26년은 무엇이 부족했기에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걸까? 웹툰 26년은 광주의 아픔을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지만, 전직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일단의 무리가 모여 범죄를 모의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범죄물이라고 봐도 무방한 작품이다. 원작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이러한 두 가지 성격을 잘 엮어내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간 덕분이다.

 

  반면에, 영화는 이야기의 균형감각을 유지하지 못했다. 영화는 처음부터 애니메이션을 통해 광주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4개월이라는 짧은 제작기간과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이 부분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이는데, 애니메이션을 도입한 것 자체는 괜찮은 시도였다. 이후로도 영화는 계속해서 그날 이후,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문제는 이러한 장면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이다.

 

  강풀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여러 인물이 하나의 사건을 겪는 이야기를 다룬 군상극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이야기의 분량이 창작자의 역량에 달린 웹툰 등의 장르에서는 효과를 발휘하기 쉽지만, 러닝타임의 제한이 있는 영화에서는 소화하기 힘든 분야다. 강풀의 웹툰들이 호평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영화 26년에서는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곽진배와 심미진의 비중을 대폭 늘리고, 다른 인물들의 비중을 줄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원작에서 나타난 대부분의 인물을 한번씩이라도 다루고 넘어가려하다보니 이야기의 몰입도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다가 광주의 비극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범죄물로서의 성격이 상당 부분 축소되었다. 기본 스토리라인 자체는 원작을 따라가고 있기에 원작에서 나타난 대부분의 사건이 영화에서도 나타나지만, 원작에서 보여주었던 범죄물로써의 재미는 상당히 줄어들고 만 것이다. 대표적인 장면이 영화 후반부 그 분의 집에서 벌어지는 공방전이다. 이 부분은 26년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원작에서는 박력 있는 전개를 통해, 이 부분을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으로 그려내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영화의 경우 이 부분의 스토리를 거의 원작 그대로 전개시켰지만, 앞서 해오던대로 인물들의 감정선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긴박하게 전개되어야할 내용이 다소 늘어진다는 느낌을 주고 말았다. 더군다나 원작에는 없던 곽진배로부터 촉발된 두 번째 공방전을 추가함으로써, 안 그래도 늘어지는 분위기가 더욱 늘어져 막판에 힘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안겨주었다.

 

  영화 26년은 만들어져서 극장에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영화이긴 하다. 부당한 압력으로 인해 좌초되었던 영화를 시민들의 힘으로 되살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물은 어디까지나 창착물 그 자체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26년은 원작의 흥행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원작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더군다나 4개월이라는 짧은 제작기간으로 인해 나타난 부족한 연출력은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는 안이한 마음으로 영화를 제작한 게 아닌가하는 의문마저 들게 만든다.

 

 

  • 그 분이라니 2013.01.01 10:21 ADDR 수정/삭제 답글

    그 분이라니요. 전두환입니다. 전두환.

    • 성외래객 2013.01.06 13:43 신고 수정/삭제

      아 물론 그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원작과 영화에 표기된 표현을 따른 것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