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26년 1
                                          10점

장편작품을 시작한 이래 줄곧 순정만화 시리즈와 미심썰 시리즈만을 그려온 강풀은 단 한 번 외도(?)를 한 적이 있다.

그 작품은 바로 26년으로 오래 전부터 언젠가 광주민주화항쟁에 관한 만화를 그리겠다는 자신의 다짐을 실천한 것이다.

처음 26년의 예고편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나갈까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강풀은 꽤나 충격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광주의 후손들이 전두환 대통령을 암살하는 이야기.

처음 이 소재가 나왔을 때 덧글들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너무 민감한 소재를 건드리는 거 아니냐, 역시 강풀이다 등등 작품 초창기의 덧글란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26년 연재란에 가보면 진보 대 보수로 병림픽을 벌이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사실 강풀은 진보적인 정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는 작가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떤 정치 사안에 대해 단편만화를 통해 비판한 정도였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직접적으로 그런 걸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러던 강풀이 광주민주화항쟁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자신의 정치적인 색깔을 어느 정도 들어내었다.

하지만 사실 따져보면 교과서에서나 배우던 26년 전의 비극을 되새기고 그 잘잘못을 따져보자는 이 이야기는 정치적인 색깔을 떠나서 너무나 당연한, 그렇지만 이뤄지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 26년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강풀의 정치적인 색깔이 가장 강하게 드러났다고 하지만 어찌보면 그저 강풀은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뿐일지도 모른다.

소재도 소재지만 강풀답게 이야기로서의 재미도 확실하다. 사상 유례가 없는 전직 대통령 암살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한 회, 한회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다. 특히 후반부 암살계획이 시작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리고 작품 외적으로 한 가지를 언급하자면 26년을 기점으로 강풀의 그림체가 많이 변한다.

물론 과거나 지금이나 잘 그린 그림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 작품을 기점으로 좀 더 사실적인 그림체(?)로 변한다. 또, 강풀 특유의 연출력도 한층 업그레이드 된 기분이고.

그리고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결말. 설마설마했는데 다루고 있는 소재가 소재인지라 강풀은 열린 결말로 이야기를 끝맺는다.그러나 사실 마지막 회 전에 암살성공이라는 떡밥을 깔아놓았다.

연재 당시 참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었지만 다른 걸 다 떠나서 이 작품을 통해 역사 속의 사건 정도로 치부되었던 광주민주화항쟁이 재조명된 것만큼은 긍정적으로 봐줘야할 것 같다.

그리고 매번 작품마다 그래왔지만 이번에도 역시 강풀은 자신이 탁월한 이야기꾼임을 증명해내었다.

한 가지 작품 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작품 이후 화려한 휴가 등의 영화가 개봉되면서 이러한 재조명들이 더욱 불이 붙나했는데 정권이 바귀면서 26년 영화화가 미끄러졌다는 거다.너네는 그저 하루하루 똥사는 기계일 뿐이지

  • 아이구 2011.07.25 01:43 ADDR 수정/삭제 답글

    MB정권이 정말...

  • ㅎㅎㅎ 2011.09.15 17:51 ADDR 수정/삭제 답글

    연재 당시에 한환 한화 손꼽아 기다리며 감동적으로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거 연재될 당시에 다음 아고라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재심판 받기 서명운동도 벌어졌던 기억이(....)

    강풀 작가의 탁월한 이야기꾼 소질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 가령 미심썰 시리즈같은 흥미물이나, 그대를 사랑합니다같은 사랑 이야기보다는 우리네 아픈 역사를 다룬 이 26년이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최고가 아닐까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 성외래객 2011.09.26 18:16 신고 수정/삭제

      아, 이 덧글을 뒤늦게 봤군요ㅎㅎ

      개인적으로 강풀 최고의 작품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하지만 26년 역시 그의 작품들 중에서 손꼽을 만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첫화에서 받은 충격을 잊을 수가 없군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하나 했더니 아직 살아있는 인물의 암살 이야기라니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