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걷다 - 2009 경계문학 베스트컬렉션

                                      
                                       꿈을 걷다
                                      8점

2008년 얼음나무숲을 시작으로 호평을 얻어온 로크미디어의 노블레스 클럽은 2009년 초, 노블레스 클럽의 열한 번째 시리즈로 단편집을 낼 것을 예고한다.

그리고 발표된 참가 작가의 명단은 그야말로 초호화. 이 정도면 장르문학계의 드림팀이랄까?

첫번째 작품은 이른바 양판소의 거장, 김정률 작가의 이계의 구원자. 너무 김정률스러운 작품이라 볼 때는 재밌게 봤지만 그래도 단편집에서만큼은 조금 색다른 시도를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말그대로 이계물의 단편화.

두번째는 이글루스의 파워블로거 초록불, 문영의 구도라는 작품이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옛날 진시황 관련 설화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단편을 써내려간 것 같다. 이번에 초록불의 작품은 처음 읽어봤는데 비교적 괜찮았다.

세번째 작품은 매니아 층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민소영 작가의 꽃배마지. 처음에는 바리데기 전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인가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후반부가 다소 허무하긴 했지만 동양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이야기를 잘 풀어낸 것 같다.

그리고 네번째 작품은 다크문, 하얀 늑대들의 작가 윤현승의 인카운터.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한다. 3~40페이지 밖에 안 되는 분량 속에 사람을 이렇게까지 몰입시킬 수 있다니. 정말 매번 윤현승 작가는 독자들을 놀라게 해주는 것 같다. 이 작품만큼은 정말 강력 추천!

다섯번째는 쟁선계의 이재일. 사실 이 책 보기 전까지는 작가를 접은 줄 알았다. 너무 활동을 안 해서(...)

이재일의 작품은 나름 열 두명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독특하긴 했는데 굳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써야 했나 싶다. 이번 단편집에서 가장 긴 분량을 자랑했는데 이야기가 너무 뻔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여섯번째는 한국의 대표적인 장르문학 작가 전민희의 11월 밤의 이야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머리카락에서 죽은 자의 기억을 읽어낸다는 설정이나 후반부 탄탄한 반전까지. 역시 전민희라는 소리가 나오는 수작.

일곱번째는 이 단편집 안에서는 제일 질이 떨어진다 생각되는 월아 이야기. 요약하면 아시발쿰이라는 전개인데 보고 나서 '이건 뭐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야말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었던 작품.

여덟번째는 한국 무협계의 빼놓을 수 없는 거장, 좌백의 느미에르의 새벽이었는데 나름대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제시하긴 했지만 확실히 별로였다. 

아홉 번째는 좌백의 아내이자 한국 무협계의 드문 여성작가인 진산의 일명 시인 시리즈였는데 꽤나 재밌게 봤다. 음유시인이자 암살자라는 설정, 그리고 확실히 독특한 세계관 등 괜찮은 작품이었다.

열번째는 얼음나무숲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하지은 작가의 작품인데 화려한 액션씬이나 독창적인 세계관이 등장한 건 아니지만 너무 재밌게 봤다. 거지, 살인자, 바보라는 조합도 좋았고.

열한 번째는 독창적인 무협으로 유명한 한상운 작가의 거름구덩이인데 짧은 분량 속에 한상운 특유의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는 단편이었다. 다만 재미는 있었는데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은 메롱계의 영원한 거장 레디오스의 작품인데 이번 단편은 너무 평이했다. 저주라는 요소 등은 괜찮았지만 스토리 자체는 너무 평범했달까?

이번 단편집을 읽으며 확실히 느낀게 아직까지 한국 장르문학계에서 단편집은 흔한게 아니지만 일단 한 번 나오면 그 퀄리티는 그야말로 작살난다는 거다. 조금 실망스러운 작품도 있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웠으며 무엇보다도 대다수의 작가가 실험적인 작품을 들고 나온게 좋았다.

한국 장르문학은 아직까지도 특정 분야에 치우친 느낌이 강한데 이런 식으로 한번씩 단편집을 읽으면 그동안 읽어보지 못했던 독창적인 작품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지라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다.

2010년에도 꿈을 걷다가 나왔는데 앞으로도 노블레스 클럽에서 이런 식의 단편집을 꾸준히 내주었으면 한다.

그런데 요즘 노블레스 클럽 출간속도가 많이 떨어졌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