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되지 않은 책에 대해 감상을 쓰는 건 처음인 것 같다.
광검은 김근우 작가의 작품으로 바람의 마도사의 외전격인 이야기로써 바람의 마도사에 등장한 조연급 인물 로이니아 아르민을 주인공을 삼고 있다.
바람의 마도사의 외전격이라 그런지 분량 역시 그리 많지 않다. 만약 책으로 만든다면 2권 내외가 되지 않을까 싶다.
로이니아 아르민은 바람의 마도사에서 굉장히 인상깊에 다가온 캐릭터다. 장난기 넘치고 카리스마도 어느 정도 있으며 뛰어난 검술의 소유자이기도 한 그녀는 어찌보면 왠만한 소설에서는 등장하는 캐릭터같지만 다른 캐릭터들과는 비교되는 그녀만의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바람의 마도사에서 굉장히 좋아했던 인물인지라 로이니아 아르민의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도 광검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우선 광검은 내용 자체가 로이니아 아르민의 과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내용 자체가 2권 내외인지라 굉장히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거의 모든 내용이 로이니아 아르민의 성장과정과 로이의 스승 루스터 카이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가지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루기보다는 루스터와 만나서 있었던 일들의 차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루스터라는 인물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제목 그대로 광검, 미친 검의 소유자인데 그의 유쾌하면서도 서글픈 성격은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작품에서 결국 로이는 광검을 가지게 되고 이에 루스터는 굉장히 절망하고 결국에는 그 절망감으로 인해 자신의 몸을 망치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 작품에서 루스터의 죽음을 무척 극적이게 다뤘다기보다는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그래서 그의 죽음이 더욱 서글펐던 것 같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많은 이야기들을 접해왔지만 루스터의 죽음은 그 중에서도 무척이나 인상 깊은 죽음이었다. 뭐랄까...어떠한 것에 절망한 인간의 심리가 절절하게 느껴졌달까? 그래서 루스터의 죽음이 더 아쉬웠던 건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묘사나 등장하는 캐릭터같은 면에서 수작 이상으로 느껴졌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하나의 사건이 중심적으로 진행되기보다는 여러가지 사건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그 중에서도 이 작품에 가장 핵심적인 스토리인 붉은 머리 여자의 사건의 경우, 조금 더 살을 붙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야기 구조상 그렇게 길게 끌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조금 짧았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후반부 갑자기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차라리 이 부분을 좀 더 길게했거나 과감하게 이 부분을 다른 형식으로 표현하는 게 좀 더 괜찮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다지 길지 않은 분량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은 바람의 마도사의 경우 이야기 자체가 6권이나 되기에 분량상 그리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광검의 경우 분량 자체가 그리 길지 않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았다.
작품 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광검 연재 중에 김근우 작가가 이런 말을 한다.
광검을 출판하자는 제의가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이유는 이 이야기는 자신에게 있어서 굉장히 실험적인 글이라 이것저것 실험해보고 있는 중이라 이러한 실험적인 글을 출판하는 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여기서 뭔가 살짝 감동;;
나같으면 저런 출판제의가 들어올 일도 없겠지만 만약 들어왔다면 냉큼 출판하고 봤을 텐데;
아예 신인의 작품이면 몰라도 바람의 마도사는 나름 히트를 친 작품이라 바람의 마도사의 외전이라는 타이틀만 달고 나왔어도 기본 이상의 판매량을 거뒀을 텐데 저러한 결정을 하다니...이로써 김근우 작가에 대한 빠심이 대폭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