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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


김진명 작가 최초의 역사 소설.

바이코리아 이전 작품은 가즈오의 나라 빼고 다 읽었고 중학교 때 김진명 작가 작품에 빠져 살 때가 있었는데 바이코리아 이후로 갑자기 이 작가 작품에 질려서 나오는 작품들에 그다지 흥미가 가지 않았다.
(각각의 내용은 다른데 전개방식이 유사하다고 할까?)

그러다가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이 있길래 역사소설은 어떻게 썼을려나라는 궁금증에 보게 되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금 실망;;

김진명 작가 특유의 스타일은 과거에 일어난 어떤 사건을 현재의 누군가가 추적해나가며 미스테리한 부분들을 풀어나가는 형식이었는데 살수는 기존의 역사를 책으로 옮긴 역사소설인 만큼 이러한 형식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은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에 관해 역사적 사료와 작가 개인의 상상력을 통해 전개되는데...

일단 실망한 부분은 을지문덕 장군에 관한 묘사다.

물론 을지문덕 장군은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 엄청난 영웅이시지만 이 책에서 묘사되는 을지문덕 장군은 너무 신선같이 묘사가 되었다.

그래서 연륜 있는 장수의 모습보다는 고구려를 위해 하늘에서 내린 사람같이 묘사가 되었고 덕분에 을지문덕을 제외한 다른 고구려 장수들의 비중이 너무 떨어졌다.

물론 앞에서도 말했듯 을지문덕 장군은 대단한 영웅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을지문덕 장군 혼자 수나라의 침공을 막아낸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수나라의 사신을 죽인 것도, 전쟁을 기피하는 대신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도, 말갈 족을 전쟁에 끌어들인 것도, 수나라와의 전쟁 때 전쟁의 모든 것을 관할한 것도 을지문덕 장군이다.

그래서 이 책은 고구려의 위대함 이런 것보다는 을지문덕 장군 개인의 위대함에 너무 초점을 맞추는 느낌이 들었다.
(을지문덕 장군의 위대함까지는 좋은데 그게 거의 신선 모드라;; 책에서 보면 거의 제갈공명의 현신이다.)

그리고 제목은 살수인데 책 대부분의 내용이 수양제, 양광이 겪은 고난, 그리고 수나라 정치판에 대해 대부분을 다루고 있다. 물론 위대한 고구려가 아닌 수나라를 좋게 묘사하다니라는 식의 말은 아니다.

다만 책은 2권인데 비해 책의 대부분이 고구려의 정세와 수나라의 정세 양쪽을 비중있게 다루지 못하고 수나라 정세에 너무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이었고 수나라 정세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양하다보니 책 후반부가 다소 부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매번 김진명 작가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인데 2권 중반부까지는 내용을 잘 이끌어나가다가 2권 후반부만 가면 이야기의 맥이 풀려버린다;)

또한, 당시 사료가 많이 없어 어느 정도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 점은 알겠는데 을지문덕의 치우검같은 설정은 뜬금없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치우검 자체의 설정도 설정이지만 대신들이 을지문덕의 내력을 의심할 때 치우검을 내밀고 내력을 인정받는 내용이 있는데 실제로 치우검이 몇천년간 사라졌다가 나타난 검이라면 이게 진짜 치우검인가하고 의심할 법도 한데 아무런 의심도 없이 지나가는 장면은 조금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수양제는 아버지와 형을 죽인 패륜아,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고구려를 침공한 나쁜놈(?)이란 인식이 많은데 이 책에서는 수양제의 시련에 대해 다룸으로써 수양제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보인 점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역사적인 사실이라던가 개연성 부분을 떠나서 소설 전체적인 재미를 보자면...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읽은 김진명 작가 소설 중에 가장 재미없었다;;;

그냥 술술 읽히기는 하는데 특별히 재밌다라는 느낌은 못 받았다.

특별히 애국심을 고취시킨다는 느낌도 못 받았고 그냥 그럭저럭 무난한 소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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