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퀀텀 오브 솔러스(2008) - 굳이 퀀텀이라는 조직이 필요했을까?

 

  퀀텀 오브 솔러스는 007 시리즈의 어떤 작품보다도 높은 기대를 받으며 개봉한 작품이다. 그 이유는 역시 전작 카지노 로얄이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며 007 시리즈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리즈 최초로 후속작을 암시하면서 끝냈으니, 카지노 로얄의 만족감이 후속작까지 이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의외로 퀀텀 오브 솔러스는 전작과는 달리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혹평을 받았다. 그런 데다가 이러한 혹평에 어느 정도 충격을 받은 것인지, 다니엘 크레이그가 후속작에 출연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주어 간신히 부활한 007 시리즈가 다시 위기에 빠지는게 아닌가하는 관측마저 나왔다.

 

  퀀텀 오브 솔러스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부분은 다름 아닌 액션이다. 퀀텀 오브 솔러스는 역대 007 시리즈 중에서 액션에 가장 많은 공을 기울인 영화다. 실제로 영화의 러닝타임 대부분이 액션에 할애되었다. 그렇다면 퀀텀 오브 솔러스의 액션이 그렇게 나빴던 것일까? 물론 퀀텀 오브 솔러스의 액션은 상당히 정신없이 이루어지긴 했다. 특히 초반 차량액션씬은 제임스 본드가 어떤 차를 운전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화면전환이 극심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들은 어느 정도 영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일반 관객의 눈으로 봤을 때, 다양하고 화려한 액션은 충분히 먹힐 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퀀텀 오브 솔러스의 액션이 비판받는 이유는 작품에 등장하는 액션씬이 본 시리즈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카지노 로얄이 기존 007 시리즈의 연속선상의 액션을 보여주었다면, 퀀텀 오브 솔러스는 본 시리즈와 너무도 유사한 액션을 보여주었다는 건데, 일반 관객의 입장이라면 몰라도 007 시리즈를 오래도록 봐온 팬층이라면 이 부분은 충분히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문제라고 보기는 힘든 부분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관객에게 퀀텀 오브 솔러스가 비판을 받은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 부분은 역시나 스토리다. 사실 영화의 스토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안 그래도 러닝타임이 짧은데, 그마저도 액션에 많은 비중을 두다보니 드라마가 너무 약화된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몇몇 인상적인 장면들을 통해 그럴듯한 드라마를 형성하는데에는 성공했다. 특히 기존 007 시리즈와는 다른 본드와 본드걸의 관계, 그리고 이번 사건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이는 본드의 모습은 분명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퀀텀 오브 솔러스의 스토리가 아쉬움이 남는건, 불필요하게 이야기의 판을 키워버렸기 때문이다.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과거 007 시리즈의 스펙터를 연상시키는 퀀텀이라는 단체가 등장한다. 극초반부부터 모습을 드러낸 퀀텀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인데, 이로 인해 대부분의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제임스 본드와 퀀텀이라는 조직의 대결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마지막까지 퀀텀의 실마리 정도만 보여줄 뿐, 퀀텀의 제대로 된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작중에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적조차 퀀텀에 소속된 일원일 뿐, 그럴 듯한 간부 하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무리 이야기의 초점이 제임스 본드의 복수에 맞춰져있다할지라도 이야기 초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거대조직이 그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가 3부작이었고, 퀀텀 오브 솔러스가 일종의 연결편이었다면 이러한 전개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카지노 로얄에서 복수심을 갖게 된 제임스 본드가, 이번 작품에서 퀀텀의 실마리를 잡고, 3부격인 작품에서 퀀텀과 대결하는 구조라면 이해가 가는 구조다. 그러나 영화의 엔딩과 동시에 보여지는 007 특유의 시퀸스는 이 영화가 분명 2부작으로 구성되었음을 알려준다.

 

  어쩌면 제작진은 스펙터와 마찬가지로 이후 007 시리즈에서 꾸준히 등장시키기 위해 퀀텀이라는 설정을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면 퀀텀은 좀 더 그럴듯하게 모습을 드러내던가, 아니면 지나가는 말 정도로만 언급이 되어야 했다. 영화 초반에 거대조직과의 대결이라는 기대감을 잔뜩 주었는데, 후반부에 어떤 조직인가에 대한 실체조차 잡지 못하고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으니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소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퀀텀 오브 솔러스는 카지노 로얄의 후속작으로써 카지노 로얄의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마무리지어야하는 의무가 있었다. 그리고 카지노 로얄과의 연계성만을 고려한다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마무리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어설프게 퀀텀이라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불필요하게 이야기의 판을 키웠고, 이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다소 떨어뜨리고 말았다.

 

  • 와. 2012.11.05 23:37 ADDR 수정/삭제 답글

    와우.. 읽으면서 아 내가 이때문에 이렇게 느꼈구나.. 라고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저는 일반관객 입장으로 바라봤는데 촌철살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