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힙합 24
                              8점

지금이야 정말 유명한 원피스 정도의 만화나 웹툰이 아니면 친구들 사이에서 만화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지만 내가 초등학생 때만 해도 애들끼리 무슨 만화가 재밌네 어쩌네 하면서 만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있긴 있었지만 전국민적으로 보급되지는 않았기에 주로 입소문으로 괜찮은 만화를 판단하고는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친구들과의 대화였다.

지금이야 워낙에 출판 만화시장이 죽기도 했고 공중파에서 만화영화를 해주는 것도 아닌지라 아직도 초등학생들이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 당시 친구들이 재밌다면서 이야기해준게 바로 힙합이라는 만화였는데 당시의 나는 만화를 정말 좋아라하긴 했지만 현실세계를 배경으로 한 만화는 조금 기피하는 경향이 있던지라 딱히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러던 내가 이 만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kbs에서 방영되던 어떤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시절 한창 비포이 열풍이 불고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비보이가 인기를 얻은 요인 중 하나로 힙합이라는 만화를 꼽았고 이어서 작가와의 인터뷰도 보여주었다.

덕분에 저게 저렇게 대단한 만화였나라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 친구가 가져온 힙합 1권을 보게 되었는데 지금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의 내게는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슬램덩크의 강백호의 느낌이 많이 나긴 하지만 당시 주인공의 모습은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만화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문제아 캐릭터였으며 당시에는 꽤나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인물들간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힙합이라는 소재는 굉장히 독특하게 다가왔다.

물론 지금이야 워낙에 봐온 만화도 많고 그 때로부터 10년이나 지났기에 그냥 재밌는 만화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힙합을 접했을 때의 내 나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더군다나 기존에 일명 학원만화라는 건 아예 읽어본 적이 없기에 힙합에 드러나는 현실에 대한 묘사나 인물들은 무척이나 파격적으로 다가왔다.

이후에도 힙합은 크게 흥행하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대만인가로 힙합배틀을 하러 가는 장면부터 흥미가 조금 떨어졌다.

힙합 자체가 그렇게 빨리빨리 나오는 만화책이 아니었는데다가 춤배틀을 뜨기 시작하면 1권 전체가 춤만 추다 끝나는 권도 있었다. 그런데 대만의 춤배틀은 지금 생각해봐도 다소 길었던 감이 있다.

또한, 점차 한국만화 시장이 침체되면서 힙합의 인기도 동반 침체되었던 것 같다. 완결이 났을 때는 힙합이 한창 인기를 얻었을 때와 같은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분명 90년대 말을 풍미한 작품 중 하나임에도 완결 당시의 반응은 꽤나 조용했던 걸로 기억한다.

한 가지 이상한 건 분명 인기가 무척이나 많았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커뮤니티에서 언급조차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만화 쪽 정보를 많이 접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힙합에 대해 언급하는 건 거의 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지금 봐도 명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작 정도는 되는 작품이라 생각하기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p.s
힙합 완결 이후 작가는 비포힙합이나 위킷, 부갈루, 스트리트 잼 등 힙합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관련이 있는 작품을 꾸준히 내었지만 힙합 정도의 히트를 치지는 못했다. 그리고 현재는 다음에서 좌우라는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p.s2
난 이게 굉장히 오래 전에 완결난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아주 오래 전은 아니었다. 2004년에 완결이 나왔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