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신 완결 - 작가의 성의가 느껴지지 않는 마무리

흑신 19권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침내 8년 동안 연재되던 흑신이 19권으로 완결났다. 이로써 임달영 작가는 본격적으로 만화 스토리 작가를 시작하면서 연재를 개시한 두 작품, 언밸런스x2와 흑신을 마무리지었다. 그 외에도 한국 만화가 원작의 만화 중에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TV애니메이션화가 되었다는 점, 그리고 임달영 작가의 일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흑신이 완결난 건 여러모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굳이 의의를 뽑자면, 군 제대 이후 단 한 번도 작품을 쉰 적이 없던 박성우 만화가가 흑신 완결로 어느 정도 공백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걸 들 수 있겠다. 15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온 박성우 만화가이니만큼 이번에는 어느 정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러나 작품 외적인 의미와는 별개로 흑신의 마무리는 그리 좋은 편이라고 하기 힘들다. 흑신 18권은 과거의 이야기를 마무리짓고, 마지막 대결의 서막이 오르면서 끝이 났다. 그야말로 이야기의 마지막장이 시작된 셈인데,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복선들이 여럿 남아 있었고, 레이신과 맞서기 전, 맞붙어야할 중간보스급 인물들도 몇 명 되었기에 풀어야할 이야기는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적어도 18권을 본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음 권이 완결이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흑신은 19권에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고, 그로 인해 급한 마무리에서 오는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느껴진 문제점은 역시나 레이신의 급격한 변화와 그로 인한 최종보스의 교체다. 흑신 1권에서부터 최종보스격으로 등장한 레이신은 이렇다할 싸움도 없이 갑자기 착한 인물로 돌변한다. 물론, 계속해서 레이신이 사실 악당은 아닐 거라는 복선이 깔려 있긴 했지만, 그래도 8년 내내 최종보스로 묘사되던 인물인데, 그 위상에 걸맞는 격렬한 전투는 보여줬어야하는 것 아닐까?

 

  어찌되었든 레이신의 진정한 목적이 밝혀지면서, 숨겨져 있던 최종보스 진성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들의 등장 자체가 뜬금없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반 페이지 정도 분량에 새로운 최종보스를 우겨넣은 건 무리수였다.

 

  또한, 레이신보다도 강력한 진성을 쿠로가 잡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지라, 마치 드래곤볼의 원기옥처럼 다른 원신령들의 기를 모아서 진성을 물리친다는 전개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지금까지 흑신은 꽤나 냉혹한 세계를 그려내는데에 초점을 맞춰왔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소년만화 식의 전개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다소 성인지향적인 전개를 보여주던 흑신이 갑자기 소년만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을 보여주니 독자 입장에서는 괴리감이 들 수 밖에 없다.

 

  워낙 이야기를 급하게 처리한 지라 엔딩의 감동도 줄어들고 말았다. 사실 엔딩 자체만 보자면, 임달영 특유의 감성적인 접근이 느껴지는 마무리였는데, 그 전까지의 전개가 워낙 급하게 전개되다보니 엔딩의 여운보다는 허무함이 더 컸다. 더군다나 흑신의 엔딩은 애니메이션의 후반부와 유사한 전개를 보여주는데. 애니메이션의 엔딩이 워낙에 좋았던 만큼, 원작의 부실한 마무리는 아무래도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다급한 마무리는 몇 년 전 완결난 신암행어사의 엔딩을 떠올리게 한다. 신암행어사도 과거편 이후 급한 전개로 후반부가 부실하다는 평을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흑신 역시 비슷한 전개를 보여주었다. 두 작품 모두 일본에서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는 걸 고려하면 후반부의 이처럼 급한 마무리는 좀처럼 이해하기가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모두 작가 스스로가 작품에 대한 애정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의가 느껴지지 않는 마무리였다. 더군다나 흑신은 적어도 18권까지는 안정적인 전개를 보여준 작품이라 엔딩에서 보여준 무성의함은 더욱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