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스마우그의 폐허 - 프리퀄로서의 성격이 강화된 호빗의 두 번째 이야기

 

  톨킨이 집필한 호빗과 반지의 제왕은 동일한 세계관인데다가, 호빗에서 일어난 사건이 반지의 제왕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표면상으로는 연속선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톨킨이 호빗을 집필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반지의 제왕이나 가운데 땅의 설정을 완전하게 정립하지 않았었기에, 이야기 자체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화 호빗은 반지의 제왕이 먼저 영화화되어 세계적인 대흥행을 기록한 상황에서 제작에 착수했기에, 아무래도 자신의 반지의 제왕의 적자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반지의 제왕과의 연관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권 분량의 원작을 3부작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원작에는 없는 서브 스토리를 삽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차피 서브 스토리를 삽입할 거라면, 반지의 제왕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전개하자라는 제작진 내부의 논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반지의 제왕과의 연관성을 강조한 내용들은 이미 전작인 뜻밖의 여정에서도 여럿 보였는데, 뜻밖의 여정에서의 반지의 제왕 관련 서브 스토리들이 팬서비스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보여지는 반지의 제왕 관련 서브스토리는 프리퀄로서의 성격을 확립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원작에서는 등장조차 하지않는 레골라스가 꽤나 비중있게 등장한다거나 사우론과 간달프의 만남이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장면 등은, 호빗이 반지의 제왕의 연결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모로 고민했다는 걸 보여준다.

 

  어찌되었든 원작에는 없는 내용을 삽입하여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로서의 성격을 강화한 건, 골수 톨키니스트들에게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겠지만, 영화로는 호빗이 후속작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원작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의 적절한 변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밖에도 반지의 제왕과 직접적이 연관성이 없는 에피소드나 원작과는 조금 달라진 부분들도 대체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딱 한 가지 영화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타우리엘로 인한 러브라인의 형성은 전반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2편만 놓고 봤을 때, 다소 무리한 러브라인 전개가 아니었나 하는게, 비판의 주 내용인데, 호빗의 경우 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이야기를 3부작으로 나눠놓은 케이스이기에, 타우리엘에 대한 평가는 3편 개봉 이후로 미루는게 옳지 않을까 싶다.

 

 원작과의 비교라는 부분을 떠나서 봤을 때, 스마우그의 폐허는 전작 뜻밖의 여정보다 여러모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뜻밖의 여정의 경우 2012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지루했다라는 평을 받았던 작품인데, 아무래도 그리 길지 않던 원작을 억지로 늘리려다보니 호빗 3부작의 기승전결 중 기, 그리고 승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내용을 그려낸 뜻밖의 여정은 상대적으로 지루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도 이 점을 인식했는지 나름 스케일이 큰 액션씬을 중간중간 삽입하여 지루함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키려고 했지만, 오히려 이런 액션씬의 대다수는 작위적인 느낌을 주어 영화의 평을 더욱 떨어뜨렸다.

 

  반면, 스마우그의 폐허는 기승전결 중 승의 후반부와 전 부분을 그려내고 있어 뜻밖의 여정에 비하면 이야기 자체에 재미있는 요소도 많았고, 이야기의 흐름과 액션씬이 적절하게 맞물려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한, 뜻밖의 여정에서는 원정대의 숫자가 너무 많기도 하고, 그다지 특색있는 장면이 없었기에, 몇몇을 제외하면 캐릭터들, 특히 난쟁이들의 구분이 쉽지 않았는데, 스마우그의 폐허에서는 작지만 위트 넘치는 장면을 여럿 삽입하여, 난쟁이들 간의 구분이 어느 정도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결론적으로, 1편 뜻밖의 여정이 개봉 전 높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반지의 제왕의 명성에 눌린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던 것에 반해, 스마우그의 폐허는 적절한 원작 변용을 통한 반지의 제왕과의 연결성 강화 및 뜻밖의 여정에서 지적되었던 단점의 대부분을 보완하여 활력 넘치는 판타지 영화로 1편에서의 아쉬움을 만회했다. 덕분에 반지의 제왕에 비하면 실패한 트릴로지가 되는게 아닐까 싶었던 호빗 3부작은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3편인 또 다른 시작의 결과에 따라 스타워즈 클래식 3부작에서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으로 이어진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반지의 제왕 3부작에서 호빗 3부작으로 이어지는 명작 시리즈가 탄생할 거라는 기대감을 높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