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뜻밖의 여정(2012) - 장대한 서사시로 재탄생한 동화

  1937년 출간된 호빗은 반지의 제왕 이전 시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후속작 반지의 제왕과는 이야기의 지향점이 달랐는데, 반지의 제왕이 한편의 대서사시였다면, 호빗은 한 편의 동화에 가까웠다. 이는 애초에 톨킨이 아이들에게 읽어줄 동화로써 호빗을 구상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호빗은 스토리 상 반지의 제왕 이전 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반지의 제왕에 비하면 비교적 가벼운 작품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2012년 개봉된 영화 호빗은 원작과는 달리 반지의 제왕의 분위기에 가까워진 작품이 되었다. 물론 영화 호빗은 원작의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반지의 제왕보다는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원작과 비교해봤을 때, 다소 무거워진 느낌을 주는게 사실이다.

 

  이는 먼저 영화로 제작되었던 반지의 제왕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2000년대 초반 기록적인 흥행 기록을 세웠고, 그로 인해 호빗도 영화화될 수 있었으니, 원작 호빗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의식한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로 인하여, 영화 호빗은 동화라기보다는 장대한 서사시에 가까운 영화가 되었다. 원작에서는 등장인물들의 회상 정도로 넘어갔던 액션씬들을 하나하나 영상화시킨 이유는 관객들이 호빗을 보며 장대한 서사시를 연상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는 영화 내내 펼쳐진 화려한 특수효과들과 웅장한 액션씬들과 어우러져 자뭇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호빗은 적어도 반지의 제왕의 후속작이라는 느낌만큼은 잘 살려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시도는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시각적으로는 반지의 제왕 못지않은 영상을 만들어내는데에 성공했지만, 스토리적으로는 꽤나 아쉬운 면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은 국내판 기준으로 6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이다. 따라서 영화 제작과정에서 따로 추가 에피소드를 삽입할 필요 없이 자잘한 에피소드를 쳐내고, 이야기의 큰 줄기만 살려도 어느 정도 개연성을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호빗은 애초에 1권으로 구성된 동화에 가까운 이야기다. 그런데 제작진은 반지의 제왕과 똑같이 3부작으로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반지의 제왕과는 달리 추가 에피소드가 삽입될 수 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이렇게 추가된 에피소드들이 원작의 에피소드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다소 지루한 느낌을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앞서 언급한대로 호빗은 영화 반지의 제왕을 의식하여 화려한 특수효과와 다양한 액션들을 2시간 4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내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장면들은 시각적으로는 즐거움을 선사했을 지 모르나, 스토리와 긴밀한 관련성을 갖지 못했고, 그로인해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이러한 문제점들은 영화의 스토리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점차적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나 골룸의 등장부터 후반 추격씬까지의 몰입감은 과연 피터 잭슨이다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상당한 편이다. 그러나 영화의 러닝타임을 줄이거나, 스토리 라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점들이 영화의 중반부까지 그대로 노출된 점은 역시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영화 호빗은 반지의 제왕의 느낌이 늘씬 풍기는 영화로 완성되었다. 그러나 유기적이지 못한 스토리로 인하여, 완성도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남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지의 제왕보다 한층 발전한 특수효과, 피터 잭슨의 연출력, 그리고 후반부에 보여주었던 몰입감 있는 전개는 여전히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