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황금가지)


94년 임달영 작가의 레기오스가 출간되어 한국 판타지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98년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 라자가 그야말로 대형 히트를 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한국 판타지 시장.

그리고 2008년이 되었고 어느덧 드래곤 라자가 나온지도 10년이 되었다.

그 사이 수많은 장편들이 쏟아져나왔고 대부분의 작품들은 5권 이상의 장편 소설들이었다.

이영도 판타지 단편집, 윈드 드리머 정도를 제외하고는 단편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판타지 시장.

그러던 것이 2007년에 들어와 시드노벨이라던가, 노블레스 클럽 같은 이른바 '소장용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되기 시작하였고 그 덕분인지 올해 여름 두 편의 환상 문학 단편선이 거의 같은 시기에 출판되었다.

하나는 시작이라는 신생 브랜드에서 나온 단편집으로 어느정도 네임벨류가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른 하나는 과거 장르문학 시장의 한 축을 이루던 황금가지에서 나온 단편집으로 시작에서 나온 단편집에 비하면 작가들의 네임벨류가 다소 떨어진다고 볼 수 있겠다;

어쨌든 두 책의 이름이 같기에 부득이하게 옆에 출판사 명을 붙였다;;

이 책은 총 9개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시작에서 나온 단편집과는 다른 게 시작에서 나온 단편집도 분명 새로운 시도가 있는 작품들이 있긴 했지만 기존에 많이 볼 수 있었던 형식의 작품들 역시 존재했다.

반면 황금가지의 단편집은 애초에 기존 장르문학과는 다른 색의 작품을 수록한다고 못을 박아놓은지라 한국 장르문학 시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세계관과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개인적으로 시작의 단편집이 더 재밌었지만 참신성은 황금가지 쪽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첫번째 작품인 미소녀 대통령은 양말 줍는 소년으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한 김이환 작가의 작품으로 양줍소와 마찬가지로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소녀 대통령이 지배하는 세계로 한국은 문근영이 대통령, 영국은 엠마 왓슨...뭐 이런 식이다;;

처음 봤을 때는 로봇도 나오고 미소녀들이 나오길래 세계관은 독특한데 무엇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이러나 싶었는데...그 의문은 마지막 부분에서 해소된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부분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크레바스 보험사도 재밌는 작품이었는데 다른 보험사와는 달리 이 보험사는 재앙 자체를 막아서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곳으로 그 발상이나 이야기 전개가 독특하게 느껴졌다.  

마산 앞바다는 처음에 림보라는 개념이 머리 속에 잘 안 그려져서 납득이 가질 않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심리묘사라던가 이야기 전개 등이 괜찮았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문신은 죄를 몸에 새긴다는 발상 자체는 흥미로웠는데 엔딩이나 이야기 전개가 좀 아쉬웠다.

윌리엄 준 씨의 보고서는 뭐랄까. 헐리우드식 가족영화가 생각나는 소설이었는데 전체적으로 괜찮았지만 마지막 부분은 조금 마음에 안 들었다; 아니 스토리 자체는 괜찮았는데 임팩트도 별로 없었고 그다지 납득이 간 것 같지도 않고;

서로 가다의 경우 원나라 때 인물의 이야기로 동양적인 색채가 매우 강한 작품인데 전반적으로 느슨한 것 같긴 했지만 그 발상이나 엔딩이 괜찮았던 것 같다. 특히 엔딩의 경우 그야말로 동양적인 색채가 듬뿍 느껴졌다.

할머니 나무는 특정 가문의 여자들이 죽지 않고 나무가 된다는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꽤나 훈훈한 소설이었다. 나무의 의미라던가, 그로 인해 다른 가족과는 다른 주인공 가족의 모습이 잘 그려졌던 것 같다.

초록연필은 개인적으로 이 단편선에서 가장 괜찮았다고 느껴진 작품이다. 일상 속에서 자주 사라지는 물건인 펜과 세계종말이라는 부분을 잘 엮어서 괜찮은 작품이 되었던 것 같다.

콘도르 날개는 b급 영화에서 본 내용이 그대로 현실에서 벌어진다는 내용의 글인데 발상은 좋았는데 개인적으로 엔딩이 조금 마음에 안 들었다; 인류종말이라는 거대한 사건까지는 가지 않는게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작품인 몽중몽의 경우...졸린 상태에서 급하게 읽어서 그런지 도무지 뭔내용인지 모르겠다; 내용 자체가 그렇기도 하고;

어쨌거나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웠던 단편선이었다.

p.s 황금가지에서 몇년동안 이영도 작가 작품만 내오길래 한국 장르문학 쪽에서는 손을 뗀 줄
     알았는데 양말 줍는 소년을 시작으로 이렇게 한국 판타지 관련 작품을 내주니 너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