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늑대들

                               
                                 하얀 늑대들 1
                               10점
99년 다크문을 출간하며 데뷔한 윤현승 작가는 다른 1세대 작가들에 비해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편이었다.

처녀작인 다크문으로 어느 정도의 팬을 만드는데는 성공했지만 작품성 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고 두번째 작품 헬파이어는 작품성도, 대중성도 실패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세번째 작품 흑호에서 무척이나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 작품 역시 독자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출판사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장르문학 시장 쪽에 그렇게 큰 힘을 기울인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문제은 괴랄한 표지;)

그러나 그는 네번째 작품을 통해 자신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완전히 바꾸는데 성공한다. 그 작품이 바로 2003년에 출간된 하얀 늑대들이다. 이 작품을 통해 윤현승 작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장르문학 작가로 발돋움하게 된다.

하얀 늑대들 완결 이후 개인지로 나온 외전과 하얀 늑대들 양장본이 모두 팔려나간 걸 보면 이 작품이 한국 장르문학계에서 어떠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더군다나 하얀 늑대들 양장본은 15만원이나 되는 고가의 상품이었다. 한국 장르문학계에서 이 정도의 고가의 상품이, 그것도 작가 스스로 낸 개인지가 성공한 케이스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하얀 늑대들이 다른 작품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라면 아마 대다수의 독자들이 주인공 카셀을 언급할 거라 생각된다.

카셀은 요즘 판타지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검도 쓸 줄 모르고 마법도 쓸 줄 모른다. 태생이 농부인지라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신체가 튼튼한 편이긴 하지만 다른 인물들에 비하면 택도 없는 수준.

보통 장르문학의 약체 주인공하면 주로 언급되는게 그 전까지는 드래곤 라자의 후치였지만 하얀 늑대들이 등장한 이후로 이쪽 방면으로 카셀을 이길 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덕분에 12권까지도 자신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걸 한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카셀에게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두 가지 무기가 있으니 그게 바로 화려한 언변과 다른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쉽이다.

특히 언변의 경우는 거의 사기수준. 1권에서 카셀이 살아남기 위해 늘어놓은 거짓말들은 기가 막힌 수준이다. 정말이지 말하는 능력 하나는 소드 마스터 급;

그렇다고 이 소설이 주인공들의 대화로만 진행되는 작품은 결코 아니다. 작품의 제목인 하얀 늑대들은 작중에 등장하는 아란티아의 울프 기사단에서 가장 강력한 기사들을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특정 기사단의 이름을 작품의 이름을 내건만큼 이 작품에는 긴장감 넘치는 전투씬이 끝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카셀은 이쪽으로는 영 소질이 없는지라 이러한 전투씬들을 카셀이 아닌 주조연급들이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대다수의 성공한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주조연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로일, 아즈윈, 게랄드, 쉐이든, 던멜, 제이메르, 라이, 루핀, 메이루밀, 새다니엘, 타냐, 아이린, 퀘이언 등등.

물론 모두가 개성만점의 인물들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2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는 제이메르다. 첫 등장 때부터 검의 간격을 본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는데 카셀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에게 틱틱대는 모습이 이상하게 정이 가더라;

그리고 등장하는 분량 면에서나 4부에서의 포스넘치는 모습을 보면 카셀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인물이기도 하다. 

스토리 역시 무척이나 탄탄한 편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이 인물의 시점을 나눠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점은 2부에 가면서 더욱 잘 드러나는데 2부에서는 아예 챕터 제목이 등장인물의 이름이다. 즉, 그 챕터에서만큼은 그 등장인물이 주인공인 셈이다.

그리고 2,3,4부에서는 똑같은 시간대, 다른 장소의 이야기를 각각의 시점에서 진행하는데 이런한 이야기 전개를 통해 어떤 인물의 시점에서는 몰랐던 이야기를 다른 인물의 시점을 통해 알게 된다.   

예를 들어 2부에서 제이메르와 아이린은 검은 기사가 이끄는 세력을 추적하게 되는데 챕터의 마지막 부분까지 이들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나 다음 챕터에서는 빌리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이들의 세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확실히 이러한 전개는 이야기에 몰입감을 상당히 높여주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하얀 늑대들을 보면서 1세대 판타지에 대한 향수를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누군가 규정한 건 아니지만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정통 판타지의 기본 줄거리는 평범하게 살던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판타지 세계를 모험하게 된다는 건데 그동안 한국 판타지에서는 비슷한 전개는 많았을 지라도 모험이라는 부분은 잘 살리지 못한게 사실이다.

일단 모험에 흥미를 높이려면 스토리는 기본이요, 세계관이 탄탄하게 잘 짜여져야하는데 대부분의 한국 장르문학은 거의 똑같은(...) 세계관을 사용해왔고 그러다보니 세계관에 대한 흥미가 별로 생기지 않았다.

거기다 무엇보다도 모험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등장인물이 강하고 약하고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이런 부분이 부각될래야 부각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하얀 늑대들은 중세를 배경으로 한 세계관에 하늘산맥, 아란티아 등의 설정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거기다 정말 강하지도 않고, 난생 처음으로 여행이라는 걸 해보는 카셀로 인해 모험이라는 부분이 많이 부각되었던 것 같다. 또한, 각 부마다 다른 장소를 배경으로 삼았기에 새로운 무대에 대한 기대감도 많이 들었다.

거기다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은 여행을 떠났던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라는 테마에 걸맞는 엔딩이었던지라 이러한 느낌이 더욱 진해졌다.

거기다 개인적으로 윤현승 작가 전작들의 마무리가 조금 불만이었는데 하얀 늑대들은 여운이 길게 남는 마무리를 보여줘서 무척 좋았다. 12권의 중반부까지는 반권에서 한권정도의 분량이 더 필요한게 아닐까 싶었는데 우려와는 달리 남은 반권의 분량동안 이야기를 적절하게 마무리지은 것 같다.

다만 이후 나온 외전에서 분명히 하얀 늑대들과 관련된 후속작이 나올 거라는 떡밥을 뿌렸거늘 언제쯤 나올지 모르겠다;;

최근 윤현승 작가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스스로는 뒷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어른의 사정으로 못 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
  • .. 2011.09.03 21:28 ADDR 수정/삭제 답글

    하.. 하얀늑대들 정말 광적으로봤었는데 양장본을 사고싶었지만.. 자금이 후달려서..
    외전조차 아직도 보지못했다는 ㅠㅠ

    • 성외래객 2011.09.04 18:52 신고 수정/삭제

      저는 양장 외전 모두 구입 완료...네 염장입니다(...)

      원래 양장이나 외전을 사기 전에 하얀 늑대들은 못보고 이전 작품들은 봤었는데 그 때부터 윤현승 작가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인지라 망설이지 않고 질렀죠;

  • 마검아수라 2011.09.21 21:1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하얀늑대들을 인생 최고의 장르문학서로 꼽은 광팬으로서 여쭈고 싶어요.
    양장본과 외전 어디서 구입하셨어요?
    글을 보고 판단하건대 하양망가 프로젝트 하자마자 구입하신 건 아닌 듯 한데...
    2005년부터 2011년 지금까지 틈틈이 중고시장을 뒤지면서 구입하려고 애썼지만 품절, 품절, 품절...
    좌절만 외치는 한 독자의 애절한 질문입니다, 흐흐...

    ps. 얼음나무숲도 섬세한 문체 때문에 굉장히 재밌게 읽었어요. 책장 서적이 바뀌는게 신기하네요.

    • 성외래객 2011.09.24 06:00 신고 수정/삭제

      하늑 외전과 양장본이 나오기 전에 하얀 늑대들 본편을 읽지는 않았지만 다크문을 읽었고 워낙에 본편에 대한 평가가 좋았기에 일단 지른 거죠;;;
      그러니까 나올 때 바로 질렀습니다ㅎㅎ 그리고 본편까지 읽은 지금은 지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얼음나무 숲도 좋은 작품이죠ㅎㅎ
      그리고 책장 서적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운영하는 TTB 시스템입니다~^^

  • Cherish 2012.05.17 20:29 ADDR 수정/삭제 답글

    하얀늑대들은 정말 대작이였습니다.
    별 신체적능력이 없는 주인공이 말빨과 지도력만으로 그런 위치까지 가는것을 아무런 무리없고 자연스럽게 이끌어갈수 있었다는것에 두번놀랐습니다. 다만 주인공이 계속 하얀늑대들의 단장으로 있어주길 바랬는데 시골로 가버린 것은 여전히 제겐 존 씁슬합니다.

    • 성외래객 2012.05.17 22:01 신고 수정/삭제

      하얀 늑대들에 대한 찬양도 많이 들었고, 개인적으로 다크문 때부터 윤현승 작가를 좋아했던 지라 어느 정도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1부 이후로 카셀이 유비나 유방 같은 컨셉이 되어버린 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만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죠.

      하뎃 경이 언젠가 2부를 쓸 거라 이야기했는데, 꼭 한 번 이들의 뒷이야기가 보고 싶네요ㅎㅎ

  • 권성천황 2012.10.14 03:40 ADDR 수정/삭제 답글

    헉???
    하얀늑대들 리뷰도 쓰셨었네요?
    중학교때 본거라 가물가물한대
    캡틴카셀이 잊혀지질않네요 이름만은 ㅋ

    • 성외래객 2012.10.14 23:06 신고 수정/삭제

      아무래도 카셀이란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 대단한 편이고, 그동안 국내 장르문학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인물이니까요ㅎ

      또, 하얀 늑대들이 나올 당시에는 괴팍한 주인공들이 인기를 모으던 시절이었지만, 카셀은 그래도 기본적인 심성 자체는 곧은 인물이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