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1960) - 과도기의 공포

 

  한국에게 있어 5~60년대는 일종의 과도기였다. 당시 일제 강점기와 6.25를 거치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 한국 사회는 오랜 시간 내려온 전통적인 세계관과 물밀듯이 밀려오는 서양문물이 혼재된 시기였다. 이렇듯 전혀 다른 두 개의 세계관은 어느 정도 충돌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충돌의 양상을 영화로 옮겨온 게 바로 1960년 발표된 김기영 감독의 하녀다.

  사실 겉으로만 본다면 영화 하녀는 잘 짜여진 스릴러다. 무려 50여년 전의 영화이지만, 지금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참신한 연출로 무장되어있는데, 특히 영화 후반부 동식을 끌어안은 하녀가 질질 끌려가며 계단에 머리를 박는 장면은 한국 영화에 길이남을 명장면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또한, 하녀의 스토리는 비교적 간결한 편이지만, 한 가정이 파멸해가는 과정을 몰입감 있게 펼쳐놓고 있다.

 

  이렇듯 하녀는 외관상으로는 하녀로 인해 파멸해가는 가정을 그려낸 영화이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앞서 언급한대로 전통적인 가치관과 새로운 문물이 충동하는 양상을 담아낸 영화다. 이러한 양상은 영화 속 두 여인의 모습을 통해 잘 나타난다.  

 

  이은심이 열연한 하녀는 서양옷을 입고, 담배도 곧잘 피우는, 기존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여자다. 이러한 하녀의 모습은 작중 동식의 아내와 크게 대비되는데, 동식의 아내는 언제나 한복을 입고 다니며, 집안을 가장 우선시하는, 전형적인 조선시대의 여인상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영화 상에서 두 여인은 크게 대립하는데, 단순하게 모양새만 놓고본다면, 이러한 대립은 하녀로부터 시작되지만, 실제로는 하녀가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두 여인의 대립은 시작되었다. 동식의 아내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하녀에게서 처음부터 경계심을 느끼며 그녀가 변화하길 혹은 자신의 그녀를 계도할 수 있기를 바라는데, 그러한 심리의 바탕에는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숨겨져있다.

 

  미지의 두려움이 점차 동식의 집안을 파멸로 이끌어가는 가운데, 동식의 아내는 자신의 집안을 지키기 위해 하녀의 유산을 조장하고, 하녀를 죽이기 위해 밥에 약까지 타게 된다. 하녀가 변하길 바랬지만, 실제로 변한 건 동식의 아내인 것이다. 그리고 변해버린 동식의 아내가 하녀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분노보다는 공포에 가깝다. 동식의 아내는 하녀에게 여러차례 반항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공포에 짓눌려 집안의 주도권을 하녀에게 빼앗기고, 그저 집안의 형태만큼은 유지하길 바라게 된다. 하지만 결국 동식의 집안은 비극을 향해 치닫게 된다.   

 

  이렇듯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1950~60년대, 전통과 신문물이 혼재된 시기,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느끼고 있는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스릴러의 형식을 빌려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외관 상으로는 잘 짜여진 한 편의 스릴러이지만, 그 실상은 당대의 가장 만연하면서도, 가장 불편한 심리를 콕 집어서 영상화시킨 작품이다.

 

  p.s

  하녀에서는 국민배우 안성기의 아역시절 연기를 볼 수 있다. 또한, 엄앵란도 작중 동식을 짝사랑하는 여인으로 등장하는데 지금의 시점에서 보자면, 이들의 과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하녀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