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

                      
                       플루토 Pluto 1
                      8점

플루토는 현 일본 만화계의 거장 우라사와 나오키의 신작이라는 점부터가 화제였지만 이 작품이 나왔을 때 더 주목을 받게 된 건 역시나 일본 만화계의 전설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사실 덕분이었다.

아톰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국민 캐릭터로 방영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다. 아톰이 활약한 철완 아톰이란 작품에는 여러가지 유명한 에피소드가 수록되어있는데 그 중에서도 '지상 최강의 로봇' 편은 명 에피소드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플루토가 리메이크한 에피소드가 바로 이 유명한 지상 최강의 로봇 편이다.

사실 아톰을 보긴 했지만 너무 어린 시절에 공중파로 접했던 지라 몇몇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상 최강의 로봇편 역시 한 두 장면이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긴 했지만 플루토라는 로봇이 다른 로봇들을 파괴하고 다닌다는 기본적인 플롯만 생각날 뿐, 정확한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적어도 나에게 플루토는 어디까지나 우라사와 나오키의 신작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아톰의 주요인물들은 기억하고 있었기에 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게 어느 정도 잔재미를 주기는 했지만 플루토의 스토리는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였다.

마스터 키튼, 몬스터, 20세기 소년 등의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미스테리를 다루는 작가의 실력은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수수께끼의 존재에게 파괴되어가는 로봇들과 과거 조사단으로 파견되었던 학자들의 죽음이란 소재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법을 따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며 앞서 언급했듯 아톰의 등장했던 인물들의 새로운 모습은 잔잔한 재미를 안겨준다.

그리고 기존의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들에서도 액션씬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인간과 인간의 전투였던데 반해, 플루토의 경우 원작부터가 로봇이 주인공이 만화인지라 로봇 대 로봇의 전투가 주를 이루는데 우라사와 나오키 특유의 화풍에서 전개되는 로봇간의 전투 역시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다.

또한, 우라사와 나오키 대부분의 작품들이 10권에서 20권 사이에 완결이 난 것에 반해 플루토는 8권으로 완결이 났는데 이 때문인지 전개가 무척이나 빠른 편이고 그로 인해 1권부터 마지막까지 몰입감 있게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역시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전반적으로 플루토라는 작품은 여러모로 수작이라 불릴 만한 작품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너무 큰 기대를 해서 그런지 뭔가 아쉽다는 느낌도 동시에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장을 덮고 잠시 생각해본 결과, 그 부분은 '감동'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라사와 나오키가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게 된데에는 분명 몰입감 높은 스토리 전개에도 있지만 또 하나의 요인은 감동이었다. 그는 치밀한 미스테리를 늘어놓으면서도 항상 감동이라는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을 읽을 때는 치열한 두뇌싸움을 하고 있다는 느낌과 동시에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플루토에서도 이 요소를 아예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 이야기 초반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부분 중 하나인 게지히트의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진실이나 노스 2호의 최후 등은 여전히 우라사와 나오키가 이 부분에 많은 공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플루토는 8권이라는 분량 속에 이야기를 밀도 있게 짚어넣기 위해 꽤나 빠른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로 인해 전작들에 비해 감동의 여운이 다소 덜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몬스터, 20세기 소년에서도 그랬지만 결말 부분이 그저 좋았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미묘한 부분이 있다. 전작들이 길었던 이야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반부 엔딩이 아쉬웠다면 플루토는 마지막까지 빠르게 치고 나가다보니 엔딩까지 빠르게 치고 나간 느낌이랄까?  반 권에서 한 권정도만 투자했더라면 좀 더 괜찮은 마무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계속해서 언급하지만 플루토는 확실히 괜찮은 작품이다. 그러나 확실히 몬스터나 20세기 소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