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해야 건강하다

                   
                     평등해야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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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사회를 추구하자라는 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오던 주장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리처드 윌킨슨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평등한 사회를 이룩해야 사람들은 보다 건강해질 수 있다라는 주장을 펼친다.

그렇다고 리처드 윌킨슨이 유토피아와 같은 이상적인 사회를 주장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는 사회역학 분야의 선구적인 학자인만큼 과학적인 근거들을 토대로 평등해야 건강하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책을 시작하면서 리처드 윌킨슨은 한가지 의문을 제시한다.

어째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 미국의 어떤 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방글라데시보다도 기대수명이 낮은 것일까?

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살아야 건강하다라는 편견을 깨는 결과로써 저자는 이에 대한 의문을 기초로 어째서 평등해야 건강한지에 대해 350페이지에 걸쳐 서술해나간다.

저자는 어떤 특정 사회를 대상으로 했다기보다는 불평등한 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보는 내내 현재의 한국 사회의 모습이 많이 떠올랐다.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의 이른 죽음, 평등한 사회에 비해 살인률과 사망률이 높은 불평등한 사회, 자신의 배우자와 희소자원을 쟁취하기 위해 더욱 더 심화되는 남성들의 경쟁 등등.

어쩌면 이리도 이 책에서 제시되는 불평등한 사회의 예시는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과 꼭 들어맞는 것일까?

흉악한 범죄는 갈수록 늘어가고 가난으로 인한 자살 역시 끊이지를 않는다. 학생들도, 부모님도 직장인들도 끝없는 경쟁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사회. 그리고 그러한 경쟁을 더욱 강요하며 낙오된 자를 용서하지 않는 사회.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사실 이 책에 제시된 예를 보자면 과거의 한국 사회는 불평등이 완화되어가던 사회였다. 7~80년대 기대수명이 높게 나타난 두 가지 부류의 사회가 있었는데 첫번째 사회는 놀랍게도 동유럽의 공산주의 국가들이었고 두번째 사회는 바로 한국을 비롯해 당시 고속성장을 하고 있던 아시아의 국가들이었다.
(당시 동유럽 사회가 기대수명이 높았던건 지식노동보다 육체노동을 중시했으며 사유재산 제도가 없었기에 사회적 격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련에서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동유럽의 기대수명은 급락한다.)

그러나 IMF를 기점으로 한국사회의 지니계수는 올라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끔직할 정도의 경쟁사회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많은 이들이 이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불평등과 경쟁은 잘못된 것이라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단순히 말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과학적인 그래프와 사례들을 소개해 어째서 그러한 사회가 잘못되었는지를 명백하게 밝혀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의 9장에서 설명하고 있는 종업원 지주제나 몬드라곤 협동조합과 같은 예는 경제성장과 평등은 결코 반비례하는 관계가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이미 한국에 출간된 지도 3년이 넘은 책이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 문제가 심각해지고 경제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유효한 질문과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