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림(2013) - 거대로봇에 매몰된 영화

 

  오래 전부터 헐리우드는 거대로봇물의 영화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여러가지 여건 상, 거대로봇물의 영화화는 항상 기획단계에서만 머물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물꼬를 튼 게, 2007년 개봉한 트랜스 포머다. 트랜스 포머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그래픽을 보여주며 거대로봇을 스크린으로 옮겨내는 데 성공했으며, 무난하지만 흥미로운 스토리,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진 로봇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이제 거대로봇물의 영화화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걸 보여주었다.

 

  하지만 트랜스 포머의 대성공 이후로도 거대로봇물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트랜스 포머와는 다른 방향의 거대로봇물을 표방하며 전 세계 영화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작품이 퍼시픽 림이다.     

  퍼시픽 림은 빠르고 현란한 액션과 여러 대의 로봇들이 난전을 벌이는 데 집중한 트랜스 포머와는 달리 어찌보면 거대로봇물의 원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육중한 액션씬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퍼시픽 림이 추구한 액션은 올해 최고의 액션씬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받는 맨 오브 스틸에 비견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나 이야기 중반 홍콩에서 벌어진 카이주와의 대결은 말그대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거대로봇 특유의 액션씬을 제대로 구현한 것을 제외하면, 관객이나 평론가들의 평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너무 보여주는데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상대적으로 부실해진 스토리와 캐릭터에 있다.

 

  사실 스토리만 놓고본다면 혹평을 받은 트랜스포머 2,3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짜임새가 있는 편이지만, 너무 무난했고, 기존 거대로봇물의 클리셰를 적극 활용했기에,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는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단순히 거대로봇물이니까 하고 넘어가기에는 이야기 전개나 설정 면에서 구멍이 너무 많았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무난하면서도 구멍이 많은 스토리로 내용을 전개하다보니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도 없었다. 퍼시픽 림은 나름대로 주연급들에게 저마다의 사정을 부여하긴 했지만, 이것만으로 관객들이 캐릭터에 몰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퍼시픽 림은 압도적인 액션과 연출력으로 거대로봇물을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옮겨놓았다. 그 밖에도 거대로봇물 팬들이라면 열광할 만한 요소들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 살려냈지만, 거대로봇 그 자체에만 집중한 결과, 스토리와 캐릭터를 내팽겨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빈약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결국 거대로봇에 매몰된 영화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