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7(1997) - 스케일에 치우친 대작 RPG

  파이널 판타지7은 90년대 중반 게임 시장의 혁명이었다. 당시 3D는 대전액션게임에서 도입이 시작된 단계로, 이 당시 풀 3D RPG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파이널 판타지7은 단순히 3D를 도입한 걸 넘어서, 3D를 활용한 영화적 연출까지 보여주며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파이널 판타지7은 전세계적으로 1000만장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렸으며, 차세대 게임기 시장의 판까지 뒤흔들었다. 당시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플레이스테이션, 새가 새턴, 닌텐도 64는 차세대 게임기 시장의 패권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는데, 파이널 판타지7의 등장으로 승세는 플레이스테이션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이 사건은 문화 콘텐츠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사례로 취급되어, 파이널 판타지7은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시장의 패권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을 보여준 킬러 타이틀의 첫 사례로 기록되어 있다. 사실상 킬러 타이틀이란 호칭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게임이 파이널 판타지7인 셈이다.

  이렇듯 90년대 게임시장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파이널 판타지7의 최대 강점은 앞서 언급한대로 당시 기준으로 혁명에 가까웠던 그래픽이다. 사실 이전 시리즈부터 파이널 판타지는 수준 높은 그래픽으로 유명한 시리즈이긴 했지만, 파이널 판타지하면 환상적인 그래픽이라는 인식을 만든 건, 파이널 판타지7이라 할만하다. 이러한 전통은 이후로도 이어져 최신작인 파이널 판타지13 시리즈까지도 압도적인 그래픽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너무 그래픽에 집착한다는 평을 받는 것과는 달리 파이널 판타지7은 게임성과 스토리 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파이널 판타지7은 기존의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ATB를 전투 시스템으로 채택하였다. 그렇기에 전투의 전체적인 틀은 기존 시리즈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파이널 판타지7은 기존 시리즈에 비해 전투의 속도가 빠른 편이다. 지금의 시점으로 봐도 파이널 판타지7의 전투 속도는 빠른 편인데, 이로 인해 유저들은 꽤나 긴장감 넘치는 전투를 즐길 수 있었다.

  판타지와 SF를 적절하게 융합한 세계관 위에 펼쳐진 방대한 스토리 역시 파이널 판타지7의 매력 중 하나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SF적인 요소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파이널 판타지7은 이러한 색채를 더욱 강조하여, 꽤나 독특한 느낌의 세계관을 완성하였다. 더불어 별의 운명을 걸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신라 컴퍼니 나아가 세피로스와 맞선다는 스토리는 그 자체로도 흥미진진했다. 파이널 판타지7은 이러한 방대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시스템에 잘 녹여내었다. 게임의 서두에만 하더라도 유저는 지정된 장소만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종국에는 비행선을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일본 RPG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3D로 화려하게 구성된 파이널 판타지7의 세계관은 당시로서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유저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파이널판타지7에는 각종 미니게임들이 등장하여 잔재미를 안겨주는데, 이러한 미니게임들을 그 자체만으로도 완성도가 높았던 편이라, 파이널 판타지7의 중요한 재미요소 중 하나로 인식되었다.

 

  이렇듯 파이널 판타지7은 한 시대를 풍미한 작품답게 게임성과 스토리에서도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아쉬운 부분 역시 존재한다.

  앞서 ATB를 활용한 빠른 전투를 파이널 판타지7의 장점이라 언급하였는데, ATB와 더불어 파이널 판타지7 전투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게 바로 마테리아 육성 시스템이다. 마테리아는 쉽게 말하면 기술을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구로써, 각 인물들의 무기와 방어구에 장착하여 사용하게 된다. 또한, 어떤 마테리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물들의 능력치도 달라지게 된다. 이로 인해 유저는 성능 좋은 마테리아를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들에게 장착하여, 자신 만의 파티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로 인하여 적어도 전투에 한해서는 캐릭터들의 개성이 사라져버렸다는 점이다. 게임 내 마테리아의 종류는 무척이나 많은 편이지만, 아무래도 유저의 입장에서는 성능이 좋은 마테리아만 사용하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후반부로 갈수록 제한된 마테리아만을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주로 사용하는 마테리아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캐릭터들이 쓰는 기술은 그 기술이 그 기술이 되어버린다. 성능 좋은 마테리아를 캐릭터들에게 중복으로 장착하기 때문이다.

 

  물론 제작진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리미트기라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캐릭터 고유의 기술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무래도 리미트기는 캐릭터가 어느 정도 데미지를 입은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마테리아에 비하면 사용빈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는 전통적으로 소환수 시스템이 계승되어왔는데, 이는 파이널 판타지7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러한 소환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러다보니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소환수보다는 한 두 번 사용해보고 버리는 소환수가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팬서비스 차원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쓸데없이 버려지는 소환수의 숫자는 너무 많았다.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소환수일수록 전투 영상이 길어지는데, 처음에는 화려한 전투 영상에 매료될지도 모르지만, 한 번 공격에 1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소환수의 전투 영상은 게임의 흐름을 종종 끊어먹었다. 이러한 문제는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3 파트2에도 언급되는 부분인데, 유저들에게 화려한 영상을 선사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겠지만, 게임의 흐름까지 끊어먹을 정도의 긴 전투영상은 너무 지나쳤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파이널 판타지7은 확실히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단순히 혁명에 가까운 그래픽을 보여주었다는 점 때문에 흥행에 성공했더라면, 지금까지 굳건한 팬덤이 유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임이다. 그리고 이러한 아쉬움은 아무래도 제작진이 ‘대작 게임’이라는 면모에 집중하다보니 생긴 것으로 보인다. 마테리아는 시스템 자체의 한계라고 치더라도, 소환수 시스템이나 스토리 상의 문제점은 조금만 더 신경을 기울였더라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었던 문제였다. 분명, 파이널 판타지7은 대작다운 품격을 보여주긴 했지만, 게임의 중심이 스케일에 치우쳐 몇몇 중요한 요소들을 등한시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