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베니아 연대기 완결

                                                  
                                   트루베니아 연대기 12
                                  4점


처녀작 소드엠페러를 통해 이름을 알린 김정률 작가는 후속작 다크메이지를 통해 명실공히 양산형 판타지의 대가로 우뚝 섰다.

그리고 세번째 작품인 하프 블러드는 양산형 판타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주제와 설정으로 '역시 작가는 세번째 작품에서 가장 많이 변하는군'이라는 호평과 함께 그동안 그의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에게까지 관심을 받았었다.

그러나 하프 블러드 중반부에 데이몬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평가는 비평으로 바뀌기 시작하였으며 하프 블러드 완간 이후 많은 이의 관심 속에 나온 데이몬은 후반부부터 그야말로 막장전개를 보여주더니 엔딩까지 조루로 끝나버리면서 양산형 판타지의 본좌로 군림하던 김정률 작가의 경력에 크나큰 흠집을 남겼다.

그리고 2010년, 5년이라는 긴 연재기간과 23권이라는 분량으로 하프 블러드의 2부격인 트루베니아 연대기가 완결되었다.

개인적으로 일단 한 번 지지하기 시작한 작가는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지지하는 편이다. 양산형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행보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비평받고 있지만 소드 엠페러를 읽을 당시 이 작가 책은 일단 확실하게 재밌다라는 인식이 박혔던 나는 하프블러드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의 작품을 지지했었다.

하지만 이후 나온 데이몬은 아무리 그를 지지하던 나더라도 도무지 쉴드를 쳐줄 수 없을 정도의 극악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데이몬 완결 당시 김정률 작가에게 크나큰 실망을 했으나 그래도 동시에 출간하고 있던 트루베니아 연대기는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재미는 보장하였기에 이 이야기만큼은 제대로 완결을 내주길 바랐다.

그리고 완결난 그의 다섯 번째 작품은 그에 대한 나의 호감을 완전히 꺽어놓기에 충분했다.

맨처음 트루베니아 연대기가 나왔을 때 내 감상은 절대적인 지지였다. 전작 하프 블러드에 비해 어두운 분위기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신대륙에서 아기자기하게 시작되는 이 이야기가 나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 중반 펜슬럿 왕국 편에서 레온의 삼촌이란 작자가 개삽질을 하는 장면을 보고 슬슬 불안하기는 했으나 이후 레온이 제국을 탈출하여 트루베니아로 귀환하는 장면까지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괜찮다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펼쳐진 아르니아 건국 이야기는 나의 마지막 남은 호감마저도 앗아가버렸다.

사실 트루베니아 연대기는 처음 시작부터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소드엠페러의 경우 작품 내내 한성의 귀환에 초점을 맞추었고 다크메이지는 데이몬의 복수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하프 블러드의 경우 헬프레인 제국에 대한 복수가 레온의 목표였다.

이러한 강렬한 목표들은 이야기가 다소 느슨해질때마다 이야기를 다시 잡아주는 역할을 해주었고 덕분에 전작들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데이몬의 경우 사준환에 대한 복수라는 강렬한 목표가 있었음에도 불구, 이야기 자체가 막장크리를 타버린 지라ㅠ.ㅠ
(그리고 이미 데이몬이 마왕이 되어버렸기에 인간 사준환에게 복수를 한다는건 시작부터가 그다지 긴장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트루베니아 연대기는 이미 레온의 복수가 끝난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였다. 즉, 트루베니아 연대기는 하프블러드에서 이미 이야기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었다. 물론 해결되지 않은 요소들은 분명 존재했지만 이야기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이미 하프 블러드에서 해결되었다.

따라서 2부가 시작될 시점에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여줄만한 목표가 레온에게는 없었다. 물론 이야기 초반부 데이몬의 뜻을 받들어 초인격파를 하는 부분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부분이었으나 12권이나 되는 이야기의 목표로 삼기에는 다소 약했다.

작가도 그것을 의식했는지 어느 정도 내용이 진행되자 이것을 흐지부지시키고 바로 어머니와의 재회를 성사시킨다. 그리고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레온 삼촌의 개막장테크로 펜슬럿과 작별하고 알리시아와 재회해 이야기는 아르니아의 재건국으로 급선회하게 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아무래도 몰입도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아르니아의 재건국이라는 목표는 본래 알리시아의 목표였지 레온의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하프 블러드 때까지 아르니아라는 왕국은 레온에게 있어서 듣보잡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도 트루베니아 연대기에 와서도 알리시아를 좋아하는 마음에 그 왕국이 재건되기를 바랬긴 했으나 그리 간절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제국 탈출 후 알리시아와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고 앞서 레온의 목표는 아르니아의 재건국-본격 영지물 돌입-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그동안 간신히 유지되던 몰입도는 바닥을 치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전작들에 비해 빈약했던 목표의식으로 기존작들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던 이 작품은 이 부분을 기점으로 긴장감&몰입도와는 영영 byebye하게 된다.

작가 자신이 원래 계획했던 부분이 이 부분때까지였다고 했는데 그러면 여기서 끝냈어야 했다.

차라리 아르니아 재건국 쯤해서 끝냈다면 전작들에 비해서는 별로였지만 그냥 볼만은 했다 정도의 평이 나왔겠지만 이도저도 아니게 쏘이렌와의 내전을 길게 끌고 갔고 결국 이도저도 아닌 마무리로 이야기를 끝내버렸다.

특히 마지막권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정말 지루하게 이어지던 쏘이렌의 내전이 끝나고 레온은 다시 한 번 위기에 빠지고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나'했더니 옆에 있던 화이트 드래곤의 해독 한 방-실제로는 다섯 방-으로 상황종료ㅡ.ㅡ

아 히밤이라고 외치려는데 크로센 제국의 마지막 발악으로 초인 두 명이 알리시아를 제거하기 위해 왕궁을 기습!

정말 빼도박도 못할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어찌해결하려나 싶었더니 하필 그 날 그 시각에 왕궁에 들렀던 미첼 등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 웃기려는 거 맞지?

이후 인구가 아르니아보다 몇 배 이상으로 많고 전통적인 강국이었던 쏘이렌은 멸망, 이어서 다른 왕국까지 덤으로.

아르니아에 열받은 국가들이 연합을 구성해 아르니아를 칠려는 찰나, 시기적절하게 헬프레인 제국의 공습.

그리고 아이를 얻게 된 레온과 알리시아는 행복하게 잘먹고 잘 살았답니다

-the end-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신이 멍해진다...


내가 고작 이런 결말을 보고자 5년을 기다린 건가ㅡ.ㅡ

이건 실드를 쳐주고 싶어도 도저히 의욕이 안 난다.

그동안 김정률 작가에게 가지고 있던 호감도가 대폭 하락하는 느낌.

1급 작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양산형의 본좌소리는 충분히 들을만 했던 작가가 이제 그저그런 양산형 판타지 작가로까지 레벨이 떨어진 것 같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건 김정률 작가 본인이 트루베니아 연대기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 정도랄까. 하지만 데이몬에서도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했던 작가가 트루베니아 연대기에서 똑같은 행태를 되풀이한 것으로 보아 다음 작품에 대한 신용은 그리 가지 않는다ㅡ.ㅡ

아마 다음 작품이 나오면 보기야 하겠지만...이제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그의 작품을 기다리지는 않을 것 같다. 한 번 정도야 참고 넘어가겠지만 연타로 이런 결말을 보여주다니...
  • aaaaaaaaaaaaa 2010.12.15 19:56 ADDR 수정/삭제 답글

    앙대

  • zz 2010.12.26 15:54 ADDR 수정/삭제 답글

    정확하네

  • ss 2011.01.07 20:26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데이몬 존나 재밋어서 10번 봣는데...제 머리가 이상한가 보군요ㅡㅡ

    • 성외래객 2011.01.07 21:41 신고 수정/삭제

      사람마다 취향은 다른 거니까요. 명작이라 취급받는 물건이라도 호불호가 갈리는게 취향이죠;

  • 저는 2011.01.09 23:51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는 소드엠페러와 다크메이지를 볼때는 그래도 재밌게? 어느정도

    김정률이란 작가에게 호감? 지지도?가 좀 있었는데

    트루베니아 연대기는 뭐 ... 그냥 저냥 김정률이란 분이 썼다기에 계속해서 본건데

    재미로 보면 좀 떨어지는듯해요 그래도 완결까지는 봤는데

  • 저는 2011.01.09 23:54 ADDR 수정/삭제 답글

    요즘 긴장감 넘치고 기대감넘치게 하는 그런
    소설들을 찾고있는데 아신다면 추천좀 부탁드릴게요
    종류는 무관하고요 .... 중간에 너무 지루하지 않은걸루요 ... 부탁드립니다.

    • 성외래객 2011.01.10 16:42 신고 수정/삭제

      하프 블러드 때까지는 김정률 작가를 지지하는 편이었지만 데이몬과 트루베니아 연대기의 연타는 좀 너무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최근 대여점 쪽 장르문학은 접해보질 못한지라 어떤 작품이 재밌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 개새데이몬끼 2011.01.29 06:01 ADDR 수정/삭제 답글

    데이몬 후반부부터 종니 불안하더라 ㅠㅠ

  • 2011.01.31 18:53 ADDR 수정/삭제 답글

    하프블러드를 제외하곤 다른 작품은 재미없었음. 아무래도 하프블러드를 처음부터 읽어서 그랬던거 같음

    • 성외래객 2011.02.01 09:24 신고 수정/삭제

      저는 하프블러드 때까지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트루베니아 연대기도 초창기 때는 괜찮았죠. 문제는 그놈의 데이몬ㅡ.ㅡ;
      두 작품을 동시에 연재하면서 꼬이기 시작했죠;

  • 어휴 2011.02.18 00:51 ADDR 수정/삭제 답글

    솔직히 김정률씨는 소드엠페러 이상의 필력이 안나오시는듯;; 뭐 하프 블러드까지는 그냥 저냥 참고 봤는데 데이몬을 본순간 이건 뭐;; 하~~ 한순만 나오고 억지로 참고 다 봤지만 정말 후회되네요;; 트루베니아 연대기역시 데이몬관 다르겠지 하고 봤는데 역시나 ;;; 하;;; 김정률씨 요즘 힘드신가;;;

    • 성외래객 2011.02.19 22:43 신고 수정/삭제

      데이몬은 처음부터 좀 망작의 조짐이 보이긴 했지만 트베연은 그래도 처음에는 재밌었죠. 하지만 가면 갈수록...;
      이번에 김정률 작가 신작 나왔던데 데이몬과 트베연에서 못했던 걸 좀 만회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어쩐지 느슨한 느낌은 저만 받는게 아니였군요 2011.03.24 19:45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무래도 데이몬과 트루베니아 동시에 쓰시다보니 필력이 많이,,,죽으셧나봅니다 ㅡㅜ
    그래도 김정률님의 작품을 볼수있어서 기쁜 1인,,,,
    다음 작품 3권나왔다는 소식이 있던데 조만간 봐야겠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 성외래객 2011.03.24 20:22 신고 수정/삭제

      네, 아무래도 그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작가분 스스로도 후기에서 두 작품을 동시에 쓰다보니 좀 힘들었다고 밝혔고요. 뭐 이래저래 좀 까는 글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김정률 작가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니 어떤 작품일 지 궁금하긴 합니다;

  • 내 생각 2011.04.23 01:04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4년전에 소드엠페러로 판타지소설을 처음 접하게됬는데
    그땐 진짜소드엠페러가 최고,진짜 밤을새워서 읽었는데....
    그때가 그립군요 에휴

    • 성외래객 2011.04.23 18:53 신고 수정/삭제

      소드 엠페러, 다크 메이지, 하프 블러드까지는 나름대로 발전하는 모습도 보여주었고 재미라는 요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만 데이몬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죠. 안타깝습니다. 최근 신작에서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텐데요

  • 흐흠 2011.11.04 18:26 ADDR 수정/삭제 답글

    제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여기서 이렇게 보네요 ㅎ
    잘보고 갑니다 ㅎ
    아 , 그리고 쏘렌토가 아니라 쏘이렌 아니였던가요ㅎ;

    • 성외래객 2011.11.04 22:38 신고 수정/삭제

      네, 쏘이렌이 맞습니다. 책 읽고 바로 쓴 건데 무슨 정신이었는지 계속 쏘렌토라고 썼군요;; 수정했습니다ㅎㅎ
      잘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 mihail 2012.01.21 01:33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반대로 소드 엠페러가 재미없었고 다크메이지 하프블러드 트루베니아 데이몬 을 훨씬 재밌게 봤습니다. 인기 순위도 다크메이지가 소드 엠페러 보다 월등히 높고요. 판단이 잘못되신 것 갔습니다.

    • 성외래객 2012.01.22 15:17 신고 수정/삭제

      어떤 부분을 보시고 이런 말씀을 하시는 지 잘 모르겠군요;; 저는 본문에 다메보다 소엠이 재밌었다라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하프블러드까지는 재밌게 봤고 트베연도 초반에는 재밌게 봤지만 트베연의 결말은 너무 실망스러웠다고 적은 건데요;;;

      음, 그리고 그런 인기 순위가 있나요? 물론 대체로 소엠보다 다메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는 건 알지만 실제 판매량은 비슷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권성천황 2012.10.14 03:50 ADDR 수정/삭제 답글

    보는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ㅎ
    오늘부터우리는 에서
    상범이가 굴에 빠지는 장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 웃엇네요

    • 성외래객 2012.10.15 00:04 신고 수정/삭제

      개인적으로 트루베니아 연대기는 초창기만 하더라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큰 줄기가 없어서인지, 갈수록 기대 이하의 전개를 보여주었고, 마지막권의 전개는 그야말로 멘붕을 가져다주었죠;;

  • 냐아옹 2012.10.18 14:43 ADDR 수정/삭제 답글

    와 저랑 비슷하게 생각하게 생각하시던분이 있었네요..
    저는 소드엠페러를 처음 접할때 1권볼때 지루하다는 생각과동시에 안보고 잤던생각이 나네요.
    빌린거라 억지로 본건데 1권 끝자락부터 재밌어 지더라고요. 소드엠페러를 보면서 와 정말 재밌다를 연발하기 시작했고요..ㅋㅋ 그래서 다크메이지 나올때 정말 기쁜마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역시 기대한만큼 재밌었어요 그때부터 김정률작가님팬이 되었지요 ㅎㅎ 하프블러드가 나왔을때 신선하다고 해야하나? 오우거와 인간사이에 태어난 주인공의 이야기 재미는 있었는데... 마음아프고 답답한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서.. 그리고 트루베니아 연대기는 재밌게 봤는데 데이몬소설이랑 같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내용이 잘 생각안날정도로 흐릿흐릿 그닥 집중을 해서 본게 아니었다는... 재미의 집중도가 떨어졌다라고 생각했는데.. 이글을 보니 저만 그런게 아니었네요.. 아무래도 두소설을 동시에 쓴다는게 쉽지 않았겠지요..

    • 성외래객 2012.10.20 22:32 신고 수정/삭제

      개인적으로도 소엠 1권 중반부까지는 그렇게까지 재미있다는 느낌을 못 받다가 1권 후반부에 무협편이 시작되면서부터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ㅎ

      사실 데이몬과 트베연도 초반부의 내용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작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들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재미를 보여주었으니까요. 그러나 중반부에 들어가면서 동시연재의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결국 마무리까지 영 좋지 못했죠.

      그럼에도 김정률 작가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는 않았었는데, 이후 낸 블레이드 헌터도 후반부가 좋지 못했고, 마왕 데이몬이 연재 초창기 때부터 많은 비판을 받은 걸 보면서 김정률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아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