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천둥의 신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1기 최악의 작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1기의 네 번째 작품인 토르:천둥의 신은 다른 히어로들과는 차별화되는 토르라는 히어로의 특징 때문에 많은 이들이 기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과는 다른 노선을 걸을 거라고 예측한 작품이었다.

 

  대부분의 미국 히어로들이 과학적인 소재로 히어로가 되었고, 이로 인해 미국 히어로물이 대체로 SF물의 성격을 띄는 것과는 반대로, 토르는 실제 북부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 토르를 기반으로 한 히어로로 태생부터가 신이었다. 그렇기에 토르는 판타지와 미국 특유의 SF적 성격을 띄고 있는 히어로물에 양발을 걸친 다소 독특한 성격의 히어로로 다른 히어로물들과 차별화를 꾀해왔다.

  토르:천둥의 신은 이런 토르의 특성을 영화에 적극 반영하여 신의 세계 아스가르드와 인간들의 세계를 오가는 토르의 모습을 주요소재로 내용을 전개해가고 있다. 문제는 토르:천둥의 신이 토르 만의 독특한 소재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사실 러닝타임이 제한되어있는 영화의 특성상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는 모습을 아우르는 건 어찌보면 양날의 칼이다. 잘만 살린다면 다른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요소들이 어필되는 것이지만, 잘 살리지 못하면 영화의 분위기가 어중간하게 뜨게 된다. 안타깝게도 토르:천둥의 신의 모습은 후자에 가까웠다.

  영화의 초반부는 나쁘지 않았다. CG로 구현된 신의 세계 아스가르드는 감탄할만 했고, 토르와 로키 간의 갈등, 그리고 이로 인해 토르가 신의 세계에서 추방당하는 부분까지는 나름 몰입감 있는 전개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토르가 인간들의 세계로 내려온 후, 영화는 중구난방 식의 전개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오만한 성격으로 퇴출당한 토르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만 보여주려 해도 러닝타임이 모자란 판에, 토르가 인간들의 사회를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한 어설픈 개그가 계속해서 이어졌고, 이런 식으로 쓸데 없는 곳에 힘을 쓰다보니 디스트로이어와의 전투 한 번에 정신적으로 성장했다는 억지스러운 전개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엉뚱한 부분의 힘을 쏟다보니 토르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비중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데다가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로키와의 전투는 그야말로 맥없이 전개되었다. 물론 후속작들을 위해 여러 가지 복선들을 깔아두느라 클라이막스가 다소 소홀해졌다는 건 이해가 가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토르:천둥의 신에서 보여준 마지막 결전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사상 최악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초반부에 보여주었던 웅장함에 비하면 너무나도 힘빠지게 묘사되었다.

 

  결국 토르:천둥의 신은 토르라는 히어로의 성격을 나름대로 고려하여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는 전개를 보여주며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화를 꾀했지만, 그 안에 너무 많은 걸 집어넣으려다보니 내용이 중구난방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후속작을 위한 복선에 너무 많은 신경을 기울이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내용으로 작품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1기 대부분의 작품이 어벤저스를 지나치게 의식하다 작품의 평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작품으로서의 재미는 충분했던 것에 반해, 토르:천둥의 신은 본편의 완성도 자체가 형편없는 수준이었고, 여기에 후속작까지 의식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엉망진창인 작품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