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드갱

한국에서 만화 좀 본다는 사람치고 키드갱이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신영우 만화가의 첫 장편 데뷔작이자 90년대 말에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개그만화라는 평을 받으며 한국 만화계 굴지의 코믹만화로 군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이 만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 전까지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그냥 감으로 만화를 택한 지라 첫 에피소드만 보고 나름 진지한 만화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2화를 보면서 깨져나가기 시작했고, 1권의 3페이지 22컷에 걸쳐 홍구가 신나게 쳐맞는 그야말로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의 명장면을 보면서 바닥을 딩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중학교 무렵에 종합학원을 다닐 때, 친구가 수업시간에 몰래 볼 거라며 키드갱 몇 권을 들고 왔는데, 그 친구는 수업시간에 장렬한 웃음을 터뜨렸고, 그날 담당 선생님과 기나긴 대화를 나눠야했다. 그리고 담당 선생님은 이게 뭐냐고 슬쩍 보시다가 그날로 키드갱 나온 분량을 다 보셨고(...)

 

그만큼 이 만화 웃기다, 정말로 너무너무 웃기다. 정말 다른 평이 필요없을 정도로 너무너무 웃기다. 어린 시절 이 만화를 처음 접했을 때, 정말로 만화가가 약이라도 빨고 만든게 아닐까 생각해봤을 정도로 너무 웃기다. 그리고 그건 연재속도가 느려졌다는 평을 받는 15권 이후에도 유효하다.  

 

물론 단순히 코믹한 에피소드만으로 22권이나 되는 분량을 끌고 오기는 힘들다. 키드갱은 피의 화요일의 과거라는 메인스토리 아래 한표의 러브스토리를 포함한 몇 가지의 서브스토리, 그리고 단발성 코믹 에피소드 등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메인스토리의 경우 22권까지 나온 현재, 정확하게 이렇다할 정보를 준 건 아니지만, 메인 스토리가 진행될 때마다 강대봉이나 칼날이 무쌍을 찍는 걸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키드갱의 커다란 재미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전설적인 만화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느린 이야기 전개다. 애초에 코믹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만화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22권이나 나왔는데 피의 화요일 멤버들의 과거는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았고, 이제야 서서히 이들의 과거가 이야기의 중심궤도에 올라온 느낌이다. 한표 역시 처음에 비하면 세진과의 관계가 많이 나아졌긴 하지만, 아직까진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고.

 

하지만 역시나 가장 큰 문제점은 앞에서도 언급한 연재속도다. 애초에 그렇게 빨리 나오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15권 쯤까지는 어느 정도 정상적인 페이스로 나오던 게, 점차 느려지더니 22권은 무려 4년 만에 등장했다;

 

21권과 22권 사이에 갭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이 시기에 팬들은 키드갱도 잠정적인 연재중단인가보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가장 큰 이유는 아이디어 고갈 때문이고 두번째 요인은 한국 출판만화시장의 궤멸 때문이란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출판만화시장은 거의 멸망 단계고, 마땅히 연재할 만한 잡지도 없는지라 연재를 지속하기에는 상당히 힘이 드는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2011년에 22권이 나왔음에도 후속권이 나올 지가 미지수였는데, 2012년 2월 갑자기 뜬금없이 네이버 웹툰에 키드갱이 올라왔다(!!!) 그리고 대략 3개월에 걸쳐 22권까지의 내용이 업데이트 된 후, 5월 14일부터 시즌2라는 이름 아래 22권 이후의 내용이 연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즌2부터는 웹툰의 형식으로, 그러니까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일단 팬들은 이 만화가 부활했다는 사실 자체는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키드갱이라는 전설적인 만화조차 웹툰으로 연명해야하는 현실에 씁쓸해하고 있다. 사실 키드갱이 전성기일 때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만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국 코믹만화에서는 알아주는 작품이고, 22권까지 나왔다는 건 어느 정도 인기가 있다는 뜻인데, 키드갱마저 이럴 정도면 다른 작품들의 사정이야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키드갱 연재가 이뤄지기 1년 정도 전부터 브레이커가 다음에서 연재를 시작했으며, 미스터부로 유명한 전상영 역시 내추럴 리드미칼 시리즈의 후속시리즈를 웹툰으로 연재했다.

 

지금까지는 출판만화를 내던 작가들이 웹툰에서 신작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이미 출판만화시장에 있던 작품이 웹툰으로 옮겨오고 있다고나 할까? 아직까지는 몇 작품되지 않지만 한국 출판만화시장의 현실 상 서서히 이런 경우는 많아지리라 생각된다.

 

확실히 이런 식으로라도 과거 명작들의 뒷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건 좋지만, 아무래도 점점 축소되어가는 한국 출판만화시장의 현실은 씁쓸할 따름이다.

 

어쨌거나 이왕 웹툰으로 옮겨온 것, 꾸준한 연재로 완결까지 달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Cherish 2012.05.17 20:10 ADDR 수정/삭제 답글

    월요일부터 연제가 시작되었죠 정말 그걸보고 이 믿을수없는 현실에 하늘에 절 한번.

    • 성외래객 2012.05.17 21:56 신고 수정/삭제

      본문에서 한국 출판만화계의 현실 때문에 씁쓸하다는 식의 말을 쓰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이 작품의 뒷내용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ㅠ.ㅠ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ㅠ

  • 정육코너 2012.05.29 20:29 ADDR 수정/삭제 답글

    대학 신입생때 처음 접하고, 벌써 14년이 흘러버렸네요.
    신영우라는 만화가는 아무래도 열혈강호의 재판이 되는게 아닌가 싶어요.
    열혈강호도 벌써 횟수로 18년쨰인데, 느낌상으론 중반정도밖에 안된 느낌이죠.
    작가의 고유한 스타일로 치부해야 할지, 만화계의 병폐로 해야 할지..모르겠지만...
    18년을 끈 열혈강호는 정말 아닌거같아요. 항상 내용전개보다 액션진행하다 끝이나니...무협만화라지만, 작화스타일도 근 20년만 크게 변함이 없고...
    괜히 한국만화가 사장됀게 아니지..라는 생각을 해요.

    • 성외래객 2012.06.08 13:03 신고 수정/삭제

      뭐, 그 부분은 한국만화의 문제점이라기보다는 장기연재만화의 공통적인 문제점이죠. 실제로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장기연재작보다는 그렇지 못한 작품들이 많으니까요; 딱히 한국만화만의 문제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열혈강호나 키드갱의 늘어지는 부분을 옹호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열혈강호가 그나마 최근에 좀 빨라지긴 했지만 30권 쯤해서는 정말 심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