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다르다의 문제지,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

  독자에게 비판이란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다. 책을 일종의 상품이라고 봤을 때, 독자는 소비자가 되는데, 물건에 하자가 있을 경우 불평할 수 있는 건 소비자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다.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한 작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비판은 무척이나 중요하며,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온라인 상에는 가끔 비판의 범위를 착각하는 경우가 보인다. 스토리를 가진 작품은 이야기 전개의 개연성이나 캐릭터 행동의 타당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작가 특유의 색채 혹은 해당 작품의 독자층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다. 취향은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옳고그름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취향은 '다르다'의 문제이지, '틀리다'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독자 개인에게 작품의 색깔 혹은 장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난 별로였다라고 말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건 잘못됐다라고 말하는 건 더 이상 비판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하는 이유는 최근 문피아 비평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 때문이다. 한 독자가 디오라고 최근 어느 정도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에 대한 비평을 올렸는데, 아래의 덧글란에서 이 작품이 가진 일본적 색채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다. 200여개가 넘는 리플이 달리면서 논쟁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논쟁이 성립되지 않는 소재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문피아 유저들은 디오의 일본적 색채를 보면서 이건 잘못됐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해당 작품을 재밌게 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비판의 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작품을 깍아내리니 납득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백 번 양보해서 일본적 색채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어째서 일본적 색채가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먼저 언급을 해야할텐데, 이들은 일본적 색채가 잘못되었다고만 주장하지, 왜 일본적 색채가 잘못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또 하나, 여기서 잘못된 것은 이들이 말하는 일본적 색채란 성적 코드가 강조된 장르를 말하는데, 이것을 일본적 색채라 정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는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로 대표되는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라이트노벨이 있는가하면, '슬레이어즈.', '마술사 오펜', '로도스도 전기' 등의 판타지물도 존재하며, '드래곤볼, '원피스' 등 배틀을 중심으로 한 소년만화도 존재한다. 또 한편으로는 '러브레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의 순애물도 존재한다. 이렇듯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일본의 문화를 '일본 문화는 죄다 성적 코드를 앞세우고 있어.'라고 정의해버리니 논쟁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만약 다른 이가 한국의 장르문학은 양판소 밖에 없고, 그렇기에 한국 장르문학은 쓰레기야라고 말한다면, 어떤 식으로 반응할 것인가?

 

  문화 상대주의까지 갈 것도 없이, 내가 기분 나쁜 행동은 남에게도 기분 나쁜 행동이다. 자신의 취향을 저급한 것으로 깔아뭉개는데 기분 좋을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취향은 법적 문제도 아니고 도덕적 문제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다름의 문제다.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지 못한 비판은 우월감의 표출에 불과할 뿐이다,

 

p.s

  사람마다 호불호는 갈리기 마련이지만, 자신의 취향에 제한을 두는 순간, 인생의 즐길거리가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