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더 체이서 - 정석은 통한다

 

  SBS에서 추적자 더 체이서(이하 추적자)가 막 시작되었을 때, 이 드라마에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았다. 추적자가 방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월화드라마의 패권은 MBC 빛과 그림자가 가져갔으며, 추적자와 비슷한 시기에 방영을 시작한 빅은 홍자매의 차기작인데다가 공유와 이민정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방영 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추적자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추적자가 방영을 시작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추적자는 극초반부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화제가 되었고, 처음에는 다소 낮았던 시청률도 회가 지날수록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극후반에 이르러서는 20%를 돌파했다. 땜빵용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던 추적자가 대박을 낸 것이다. 반면, 빛과 그림자는 중반부 이후 지지부진한 전개로 비판에 시달렸고, 빅의 경우 시작과 동시에 악평을 받다, 결국 홍자매 최악의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마무리되었다.

  추적자가 이렇듯 호평을 받으며 2012년 최고의 드라마를 평가받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나 탄탄한 스토리에 있다. 추적자는 극초반부터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16회에 이르기까지 극중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물론, 대한민국 드라마의 열악한 제작환경 때문인지 다소 작위적인 연출이나 상황이 몇군데 존재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적자는 마지막까지 옆길로 새는일 없이,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특히 그저그런 해피엔딩과 타협하지 않은 결말은 인상적이었다. 어찌보면 다소 답답한 엔딩일 수도 있지만, 추적자가 처음부터 제시하였던 '법 앞의 평등'이라는 주제를 상기한다면, 그에 걸맞는 가장 합당한 마무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들의 열연 역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중요한 요인이다. 손현주와 함께라면 펜과 숟가락도 연기대상급의 연기를 보여준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주인공 백홍석 역의 손현주는 그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갈고닦은 내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으며, 이러한 열연 덕분에 연말에 SBS 연기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상중 역시 단순한 악역으로 그쳤을 수도 있는 강동윤이라는 인물을 설득력있게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이 강동윤을 추적자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 외에도 드라마의 무게를 잡아준 실질적인 끝판왕 서회장 역의 박근형, 추적자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김성령,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하는 작중 내용에서 유일하게 시청자들의 속을 풀어준 최검사 역의 류승수 등, 추적자의 배우들은 추적자의 재미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배우들의 연기력 대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연을 보여주었다.     

 

  배우들의 연기를 언급하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바로 장신영과 고준희다. 사실 장신영이나 고준희는 연기력 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고, 실제로 추적자 초반부만 하더라도 인상적인 연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연기력이 나아지더니, 극후반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배역을 나름대로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선배들의 출중한 연기력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시청자들에게는 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추적자의 또 다른 재미로 느껴졌다. 물론 이들의 연기력은 아직 보완해야할만한 부분이 많아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작품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앞으로의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렇듯 추적자는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방영을 시작했지만, 좋은 대본과 좋은 연기에 힘입어 2012년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기억될 수 있었다. 물론 추적자가 방영된 시기는 대선과 맞물려 대중이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은 시기였고, 그에 따라 정치적인 내용을 기반으로 한 추적자가 주목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방영 전, 추적자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고, 설혹 시기를 잘 탄 거라 하더라도, 좋은 대본과 좋은 연기가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평가를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추적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오직 작품 자체의 힘으로 큰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는 계속해서 외형적인 부분에만 치중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에 정석은 통한다는 걸 보여준 귀중한 사례다.

  • 최태호 2015.01.12 23:18 ADDR 수정/삭제 답글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