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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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씨의 이름이야 워낙에 자주 들어봤지만 실제로 그녀에 대해 아는 거라곤 걸어서 세계일주를 했다는 것뿐이었다.

어머니께서 한비야 씨 책을 좋아하셔서 집에도 책이 몇권 있긴 했지만 실제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냥 막연히 대단한 사람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지금은 너무 악화되었지만 당시에는 초기였던 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 군병원 외진을 간 적이 있었다. 외진을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군의 특성상 진료는 잠깐이지만 꽤나 오랜시간 대기를 하게 된다.

그래서 대개 외진을 갈 때는 책을 한 두권씩 들고 간다. 그렇기에 나 역시 외진 때 대기하면서 책이라도 볼려고 뭘보나 싶어 책장에서 책을 고르던 중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시끄러우면 책을 집중해서 잘 못 읽는 터라 어지간하면 쉽게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려고 했고 딱 보니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조금 편한 기분으로 쉽게 읽을 수 있을만한 책인 것 같아 이 책을 들고 외진을 같다.

그리고 외진을 가서 대기하는 내내 나는 다 읽을 때까지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안 거지만 한비야 씨는 읽기 쉬운 글을 쓰는 걸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정말 글 자체가 막힘없이 술술 넘어갔고 글이 술술 넘어가니 읽는 맛도 있었다.

그리고 글이 참 정겨웠다. 곳곳에서 한비야 씨의 진심이 묻어난다고나 할까. 글이 참 훈훈했다.

마치 책을 읽는게 아니라 한비야 씨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 내용 자체도 정말 좋았다.

이 책은 한비야 씨가 세계일주 후 중국에서의 어학연수까지 끝낸 뒤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으로 일한 5년 간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그녀가 어떻게 월드비전에서 일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하여 세계 곳곳의 재난재해 현장에서 뛰어다닌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는 부분도 있었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 부분도 많았다.

세계 곳곳에서 각종 재난재해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그 속에는 갸냘픈 희망도 있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도 있었다.

재난재해 속에서도 밝은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긴급구호 와중에 있었던 여러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미소가 나왔지만 재난재해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그저 묵묵히 책을 읽어나갔다.

평소에도 TV 등을 통해 이런 모습들을 많이 접했었는데 한비야 씨가 워낙에 글을 생생하게 써서 그런지 이 책에서는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읽는내내 든 생각은...참 한비야 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를 때려치고 걸어서 세계일주를 하고 난데없이 중국에 가서 어학연수를 하고 그 뒤에는 또 긴급구호 활동을 하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자신이 원해서 한 것.

이 책에서 한비야 씨는 말한다.

자기라고 두려움이 없겠느냐고. 나 역시 책을 읽는 독자들과 같다고.

그렇지만 한비야 씨는 그것을 이겨내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걸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 책에서 한비야 씨는 말한다.

가슴이 뛰는 일을 하라고. 그리고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고.

한국나이 23살. 현재 현역복무 중이지만 허리디스크 중증 판정, 전역 후 장래에 대한 생각 등으로 많이 기죽어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정말로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반드시 ~해라라는 식의 뚜렷한 이정표를 세워주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묵묵하게 내 손을 잡아주는 느낌이었던 책. 읽는 내내 가슴이 참 따뜻해진 것 같아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