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조명가게 1
                     6점

매년 꾸준하게 한 작품씩 발표해오던 강풀은 올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미스테리심리썰렁물 시즌5, 조명가게로 돌아왔다.

특히 이번 작품은 발표하기 오래 전에 예고했던 작품이었지만 그 사이에 이웃사람이나 당신의 모든 순간처럼 원래 예고되지 않았던 작품이 등장하면서 순서가 꽤나 밀린 작품이기에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강풀은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화에서부터 소름돋는 전개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밖에도 초반부 한 회에 한번씩 등장하는 오싹한 장면들은 역시 강풀이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했다.

그런데 문제는 초반부를 넘어 이야기가 중반부를 향해가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풀은 순정만화로 장편만화를 시작한 이래, 적어도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욕을 먹어본 적이 없는 작가다. 비록 정치색으로 인해 논란을 일으킨 적은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작품이 재미있다는 것에는 동의해왔었다.

그런데 조명가게에서 처음으로 그의 작품이 재미없다라는 의견이 강력하게 대두되었다. 그동안 강풀 작품의 덧글란에서 정치적인 색채로 논쟁이 벌어진 적은 많았지만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논쟁이 벌어진 작품은 조명가게가 유일하다.

그렇다면 과연 조명가게는 정말로 재미가 없는 작품이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명가게는 분명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강풀다운 연출력과 상상력은 여전했으며 사람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명장면들 역시 이전의 작품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높아진 강풀이라는 이름을 고려해본다면 조명가게는 사실 재미라는 면에서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2000년대 들어 웹툰이 본격적으로 우리의 생활에 자리잡아가면서 수많은 작가들이 등장했고, 또 사라져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풀은 지난 10여년간 최고의 웹툰작가로서의 위치를 지켜왔다. 그런 강풀에게 가지게 되는 팬들의 기대치는 당연히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조명가게의 재미는 강풀이란 이름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당장에 나만 하더라도 예전같으면 강풀 작품이 올라오는 날, 목이 빠져라 그의 작품을 기다렸지만, 이번에는 가끔 날짜를 까먹기도 하고 어떨 때는 몰아서 보기도 했다. 

과연 기존의 작품들과 무엇이 다르기에 조명가게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을까?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조명가게의 이야기 방식이었다. 조명가게는 거의 매 화마다 주인공이 바뀌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강풀이 예전 작품에서도 종종 써먹던 수법이다. 문제는 조명가게에서 이러한 부분이 지나쳤다는 거다.

초반 1~5화 정도에 던져진 의문들에 독자들은 호기심을 느끼고 이제는 어느 정도 그것을 해소해주리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조명가게는 1부가 거의 끝나가는데도 새로운 의문들만 제시할 뿐, 좀처럼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그런데다가 의문을 제시하는 방식들도 매번 비슷한 방식이었다. 어떤 이상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 안에 수상한 사람들이 보이고, 후반부에 깜짝 놀랄 만한 장면이 나오고. 한 화, 한 화의 임팩트는 괜찮았을지 몰라도 장편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매 화, 똑같은 방식의 이야기가 전개될 때, 독자의 흥미는 떨어지게 된다.
 
그래도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초반부를 이렇게 길게 가져가는 걸 보면 2부에서 기가 막힌 내용전개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강풀은 또한 번, 독자의 기대를 배반한다.

그 이유는 2부에서도 명확하게 사건의 해결을 제시한 게 아니라, 계속 의문점들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대충 이런 식으로 내용 전개가 된거구나 정도의 느낌만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기나긴 어둠을 걷다 이제야 앞에서 빛이 비춰오기 시작하는데 그 빛마저 뿌옇게 보이는 상황이랄까?

물론 이러한 이야기 방식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이런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얼마든지 큰 재미를 안겨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조명가게는 기대에 못 미치는 전개를 보여주었다.

그러한 건 그동안 강풀이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던 복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 강풀 작품에서 복선의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감탄이 나왔지만 조명가게에서는 어째서라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이 모든 걸 종합하면, 강풀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야기 방식을 채택했지만 그것을 성공적으로 풀어내지 못했고, 그로 인해 이야기의 흡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그건 개인차가 아니냐며 반박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비판을 받은 적이 없던 강풀이 이번 작품에서 유난히도 이 부분에서 비판을 받은 건, 조명가게가 이전과는 달리 많은 이에게 재미를 안겨주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p.s 연재가 끝나자마자 책이 나올 줄은 몰랐다; 
      후기가 올라온 날, 혹시나해서 검색해봤는데 진짜로 나왔을 줄이야;
  • ㅎㅎㅎ 2011.12.18 08:08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는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작품이었는데 결말을 애매하게 끝낸게 좀 아쉽네요. 후기에서라도 밝혀줄줄 알았는데 그런것도 없고...

    그리고 조명가게 보는김에 강풀만화중 안본 그 좀비물 웹툰도 같이 봤는데 확실히 문제의 소지가 많은 작품이더군요. 너무 편향된 정치색을 입혔달까요. 비슷하게 정치색을 입힌 26년은 그래도 대다수 사람들이 공감할수 있는 소재였던걸 생각하면 이질감이 좀 많이 느껴지더군요.

    • 성외래객 2011.12.19 19:52 신고 수정/삭제

      저도 그냥 재밌게 보긴 했는데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아쉬운 부분이 많더군요. 결말도 너무 모호하게 끝난 것 같고.

      당신의 모든 순간 같은 경우는 역시 강풀이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스토리 구성과 상상력을 보여줬지만 초반부 너무 정치적인 요소가 강했습니다. 도저히 실드를 쳐줄 수 없을 정도로(...)

      당신의 모든 순간이라는 작품은 좋아하지만 확실히 그런 부분들은 강풀의 무리수였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Cherish 2012.05.17 20:19 ADDR 수정/삭제 답글

    상당히 여러 메세지를 담기위해 노력이 보이는 작품이기는하나 이미 너무 사용해온 방식들이 보여서 진부했고 어떻게는 그런 메세지들을 어거지로 짜넣을려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강풀의 스타일이 그래왔긴 했지만 이건정말 그냥
    호러만화 한편 본듯한 느낌외엔 별 생각이 들지않았던 작품이였던것같습니다. 물론 복선들이 꽤 치밀하게 짜여져서 마지막에 감탄사를 남발하긴 했습니다. 다만 전작에비해서 별로엿던것같습니다.

    • 성외래객 2012.05.17 21:58 신고 수정/삭제

      저도 이번 작품은 유독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스토리가 물흐르는 듯이 흐르는게 아니라 너무 딱딱 맞혀서 짜논대로 진행되는 느낌을 받았죠.

      여전히 강풀은 강풀이다라는 느낌을 받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전작들에 비하면 많이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