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2(2009) - 사실과 허구 사이에서 길을 잃다

적벽대전2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국 영화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은 사실 한 편의 영화로 기획되었지만 분량이 너무나 길어진 탓에 1,2편으로 나뉘어서 개봉하게 되었다. 2편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1편의 성공은 중요했는데, 다행히 1편은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는 데에 성공했다. 많은 이들이 이미 전쟁의 결말을 알고 있는 데다가, 영화 내적으로도 여러 가지 한계를 노출했지만, 적어도 2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에는 성공한 것이다. 1편을 만족스럽게 본 관객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전쟁이 펼쳐질 2편을 기다리게 되었다.

 

  1편 개봉 이후 반 년만에 등장한 2편의 초반부는 적어도 관객들의 기대감을 어느 정도 만족시켰다. 영화는 1편에서 이어져온 긴장감을 잘 유지시켜나갔으며, 초반부에 등장한 삼국지의 그 유명한 제갈공명이 10만 개의 화살을 구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그 밖에도 조금 억지스러운 느낌을 주긴 했지만, 손상향이 조조군에 잠입하여 각종 기밀을 제갈공명에게 전달하는 장면은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었다.

  적벽대전2의 문제는 진정한 전쟁이 시작되는 후반부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다소 신파적인 느낌이 나긴 했지만 소교가 조조군의 진군을 지연시키기 위해 조조군으로 넘어간다는 스토리까지는 참을 만했다. 제갈공명을 제외하고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든 유비군의 모습이나 여자 하나 때문에 전쟁을 그르친 조조의 모습까지도 기존의 캐릭터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봐줄만 했다. 기존 삼국지와 차이가 큰 설정들로 인해 괴리감이 크긴 했지만, 이 영화는 1편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복선을 깔아두었고 적어도 이러한 부분들이 작품 내의 흐름을 망치지는 않았다.

 

  문제는 실제 역사적 사실과 영화 상의 흐름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원래 적벽대전에서 조조는 크나큰 패전을 하고 비참하게 쫓기다가 한 때 조조에게 의탁했던 관우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 상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주유였다. 원작과는 달리 주유와 조조의 갈등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데다가 영화 상에서 관우의 비중은 매우 낮았기 때문에, 영화의 흐름상 조조와의 마지막 대결을 원작대로 묘사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소교가 구출해야할 대상이 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결국 마지막 대결은 주유 대 조조의 구도로 흘러가게 되는데, 여기에서 영화는 난관에 부딪힌다. 어쨌든 적벽대전은 현실에 실제로 존재했던 전쟁이고, 조조는 이 전쟁에서 살아남아 마지막까지 유비, 손권과 대립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주유와 조조의 대립을 극대화시켜놓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주유와 조조를 마지막에 대면시킬 필요가 있었다. 주유와 조조가 한 번도 대면하지 않고, 조조가 살아나간다는 건 영화의 흐름상 너무 억지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는 최악의 방식으로 이 부분을 해결한다. 주유는 마지막에 소교를 구하는 데에도 성공하고 조조를 완벽하게 제압하는데 성공하지만, 뜬금없이 전쟁의 비참함을 이야기하면서 조조를 살려서 돌려보낸다. 조조는 오나라를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은 장본인인데다가, 주유는 소교가 포로로 잡힌 상황에서도, 소교의 생사여부보다는 조조를 죽이는 데에 힘을 기울였다. 그런 주유가 갑자기 마지막에 조조를 놓아줘버린 것이다.

 

  이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이다. 영화 내내 주유는 부드럽지만 냉철한 이성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그렇기 때문에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무릅쓰고 작전을 시행하기까지 한다. 그런 주유가 조조를 살려보낸다니 말이 되는 것일까? 적벽대전의 패배로 조조의 세력은 크게 꺾였지만, 이후 삼국지의 전개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조조는 여전히 강력한 적이었다. 그런 적을 살려보내다니 마지막에 주유가 미치기라도 한 걸까?

  스토리의 흐름 상 조조를 죽이는게 가장 자연스러웠겠지만, 역사적 사실 상 그럴 수 없었다는 건 이해한다. 그러나 그렇다면 마지막에 간발의 차이로 조조를 죽이지 못했다는 식의 내용전개도 가능했다. 그런데 어째서 결말은 이런 식으로 낸 걸까?

 

  이는 2편 초반부부터 등장한 손상향과 한 병사의 관계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궁궐에서만 자란 손상향은 조조 진영에 잠입했다가 한 병사와 인간적으로 교류를 하게 된다. 이성적으로 끌렸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손상향이 그 병사를 무척이나 아꼈다는게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마지막 전투 때 그 병사는 죽음을 맞이하고, 손상향은 그로 인해 슬픔을 맛보게 된다. 이 장면은 주유가 조조를 놓아주는 장면과 맞물려 전쟁의 비참함을 이야기하는 장면인데, 문제는 손상향의 에피소드도 그렇고, 주유가 조조를 놓아주는 것도 그렇고, 1편부터 이어져온 영화의 분위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데에 있다.

  오우삼 감독은 적벽대전을 만들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힘을 쏟은 영화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마지막에 어떠한 식으로든 메시지를 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마침 영화의 결말부에서 실제 역사와 영화 상의 괴리가 발생했고, 그 지점을 이러한 주제의식으로 메꾸려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지막 전투 이전까지 적벽대전이 걸어온 노선은 어디까지나 대규모 전쟁씬이 주가 되는 오락영화였다. 그런 영화에, 그것도 맨 마지막에 이르러 뜬금없이 전쟁은 비참한 것이고, 승자든 패자든 모두가 패배자다라고 말하는 건 영화를 우습게 만들 뿐이다.

 

  결국 적벽대전은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전쟁영화가 될 수도 있었지만, 실제 역사와 영화 상의 괴리를 어설픈 주제의식으로 메우려다가 영화 자체의 무게감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 소설은역사가아님 2014.08.08 21:58 ADDR 수정/삭제 답글

    역사와 영화의 괴리라 하셨는데 님이 느끼신 괴리감은 소설과 영화사이입니다. 물론 소교부분이나 주유 마지막 부분은 역사와도 맞지만 관우가 조조랑 대면하는장면은 소설이죠. 공명이 10만개의 화살을 구해왔다는 부분에서는 괴리감을 못느끼셨나요? 그 부분도 그냥 소설일뿐인데

  • 소설은역사가아님 2014.08.08 21:59 ADDR 수정/삭제 답글

    중간에 역사와도 맞지만 -> 역사와도 다르지만으로 수정합니아

    • 성외래객 2014.10.05 18:40 신고 수정/삭제

      우선 8월에 덧글 남겨주셨는데 답글이 많이 지연된 부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

      제목 관련해서 말씀주셨는데, 우선 말씀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다만, 해당 포스팅에 위와 같은 제목을 설정한 건, 영화 내용 상으로는 조조가 죽는 것이 맞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그러지 않았기에 마무리 부분이 다소 억지스럽게 전개되었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따라서 의견 주신 부분의 의도 자체는 이해가 가지만, 포스팅의 제목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