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2009) - 구원을 향한 가가 형사의 로맨스

  가가 형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잠자는 숲은 전작 졸업으로부터 6~7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에 이르러 가가는 드디어 형사가 되었는데, 본격적으로 사건을 수사해나가야하는 직업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른만큼 가가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가가 특유의 정의로우면서도 이성을 중시하는 성격은 여전하지만, 세월도 흘렀고, 나이도 30대에 접어든만큼 여러모로 한층 완숙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단순히 세월이 흐른 탓이라고 하기에는, 기본적인 성격을 제외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이 변했기 때문에 동일인물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이질감이 들긴 했다.

 

  반면, 사건의 느낌은 졸업 때와 유사하다. 물론 별개의 작품이기에 주요 등장인물, 사건의 트릭, 해결과정은 전혀 다르지만, 특정 단체 내부에서 오해와 불신으로 사건이 벌어진다는 점은 졸업과 느낌이 비슷하다. 물론 추리물에서 이러한 사건을 다룬 작품은 무척이나 많지만, 전작 졸업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을 해결했다는 걸 감안하면, 어느 정도 전작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도 졸업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건 이중삼중으로 구성된 사건의 트릭이다. 세밀한 트릭의 내용은 분명 다르지만, 사건의 기본 얼개는 졸업과 유사한데, 아쉬운 건 졸업 때와 마찬가지로 사건의 해결과정이 명쾌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몰입감 면에서는 확실히 졸업에 비해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역시나 이중삼중으로 덧씌워진 사건의 진실을 보여주는 과정은 매끄럽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세 번째 사건의 경우 비중이 적은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몇 마디 말로 진실이 드러난 건, 조금 너무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번에도 트릭의 아쉬움을 보완해주는 건,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드라마다. 그러나 드라마의 내용은 졸업과는 다른데, 졸업이 오랜 시간 함께해온 친구들이 어른이 되면서 서로를 상처입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잠자는 숲은 가가가 한 여성과 교감하며 그녀의 상처를 감싸안아주고, 마침내 그녀를 구원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에 항상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가가가 평소답지 않게 격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잠자는 숲이란 제목과 어울려 진한 여운을 남긴다.

 

  다만 마지막 엔딩에서 사건보다는 드라마에 포인트를 두면서, 작품 초반부터 안배한 반전의 효과가 다소 약해졌다. 반전의 효과를 제대로 주기 위해서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한데, 잠자는 숲은 후반부 드라마에 비중을 늘리다보니, 반전이 등장하는 장면이 다소 길어져서 대부분의 독자가 반전을 예측가능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워낙 후반부의 드라마가 일품이었기 때문에, 반전이 약화된 게 어느 정도 보완이 되었지만, 그래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는 부분이었는데, 그러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