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도 정도껏 하시죠, 전여옥 의원님?

http://media.daum.net/politics/assembly/newsview?newsid=20120222174706562&cateid=1018

군대에 있을 때, 허리디스크에 걸려서 몇 개월을 고생한 적이 있다. 당시 민간병원에 나왔을 때, 병원 측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의과사를 하라는 입장이었고, 그건 내가 소속되어 있던 부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오직 한 명, 부대의 군의관이 이 정도로는 의과사 못 시켜준다고 밑도끝도없이 버티는 바람에 결국에는 병장 만기전역을 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의과사를 하지 못하게 된 이후, 군병원과 부대를 오가며 디스크 치료를 받아야했는데, 우리 부대만 그런건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디스크 환자가 무척이나 많기에 당장에 수술이 필요한 디스크 환자를 제외하면 디스크 환자들을 그야말로 푸대접을 받아야했다.

디스크 진단까지 CT찍고 MRI찍는데 1달, 이후 물리치료는 받은 적 없고 진통제만 꾸역꾸역 먹었으니 말 다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역날까지 눈칫밥먹으며 군생활을 할 수는 없었기에 개인적으로 디스크를 치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2차 정기 휴가와 병가를 받아 20일 정도 민간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았고 복귀 후에도 스스로 디스크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해야했다. 아 생각하니 또 열받네, 이 놈의 군대


당시 의사의 말에 따르면 디스크를 크게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4단계까지 가면 무조건 수술을 해야하며, 당시의 나는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했으니 나름대로 심각하다면 심각한 상황이었다.

어쨌든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풀어놓은 건, 나 역시도 디스크에 대해 꽤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일단 내가 디스크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은 허리가 아프다는 것, 그리고 디스크에 걸리면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고 골골대며 누워있어야하나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디스크를 앓아보니 진짜로 통증이 오는 건 다리였고,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걸어다녀야만 했다. 그리고 디스크 증상이 어느 정도 완화된다면 뛰는 건 가능하다. 물론 몸에 약간의 충격은 있겠지만 통증 때문에 뛰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다.

정확하게 명칭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디스크 안 쪽의 핵이 아예 터져버려서 지금 당장 수술이 필요한 경우만 아니라면, 증상이 심할 때도 걷거나 살짝 뛰는 정도는 가능하다.

물론 그렇다고 군대에서 날마다 뛰는 구보를 할 정도라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잠깐 정도는 뛰어도 크게 무리가 없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다. 매일매일 구보 뛰었다가는 당연히 디스크 악화되는게 맞다.

박원순 시장의 아들이 어느 정도로 디스크 증상을 겪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발병 후 물리치료를 통해 디스크를 치료해왔다면 영상에 나오는 정도로 뛰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기에 애초에 강용석이 설레발치며 영상을 공개한 건 무리수였다.

그러나 디스크가 정말로 무서운 건 당장의 죽을 것 같은 통증도 통증이지만 평생 허리에 신경을 쓰며 살아야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완치되었다 싶다가도 좀만 느슨하게 관리하면 재발하는 게 디스크다.

실제로 내가 병원에 입원해있을 때도, 디스크가 재발해서 다시 입원한 사람을 여럿 봤다. 나 같은 경우도 지난 연말에 전역 후에 조금 무리했다가 다시 물리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즉, 디스크가 완치가 되었더라도 허리에 무리가 안 가도록 신경을 써줘야하는데 그게 과연 일반적인 군대에서 가능할까? 멀쩡한 사람도 디스크 걸려서 나오는게 현재 대한민국 군대의 실정인데?

그리고 좀 쉬운 보직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는데 그게 흔히 말하는 빽을 안 쓰고 가능할까? 그리고 저 정도 증상이면 대체로 공익으로 빼주는데 박원순 시장의 아들만 군대가라고 요구하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아니, 그리고 애초에 잘못된 의혹을 제기했으면 사과하는게 제정신 아닌가? 예전부터 전여옥 의원이 참 경우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해왔지만 이번에 다시금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뭐, 총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저런 발언하면서 버티는 걸 보면 총선은 이미 포기한 건지도 모르겠다(...)


p.s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혹시 의학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