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 헐크(2008) - 헐크라는 히어로의 딜레마

 

  헐크는 히어로 영화 붐이 불기 이전부터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히어로였다. 이는 7~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헐크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의 인기 덕분인데, 이런 이유로 헐크는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국내의 중장년층에게도 익숙한 히어로였다.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헐크는 인지도가 높은 히어로였기에 일찍이 2003년부터 영화화가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이 때 제작된 영화 헐크는 평론가들에게는 괜찮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참패 하고 만다. 덕분에 스파이더맨을 비롯한 다른 히어로물들이 한창 인기몰이를 할 때에도, 영화 헐크의 후속작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히어로 영화의 인기는 나날이 상승해가고 있었고, 마블 코믹스의 입장에서는 한 번 영화에서 실패한 적이 있긴 하지만, 자사의 원조 인기 히어로인 헐크를 내버려둘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마블 코믹스는 2003년 이안 감독의 영화 헐크 이후 5년 만에 헐크를 스크린으로 불러들인다.  

  5년 만에 부활한 헐크는 다소 난해한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외면 받은 전작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이미 전작에서 다뤄졌던 ‘헐크의 탄생’을 빠르게 넘겨버렸으며, 이야기의 구조도 단순화하여 시원시원한 액션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인크레더블 헐크는 이안 감독의 색채가 강하게 묻어났던 전작에 비하면 대중친화적인 영화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크레더블 헐크는 전작만큼은 아니지만, 흥행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크레더블 헐크는 2003년도 영화 헐크와는 달리 어벤져스의 개별적인 시리즈 중 하나로 기획되었는데, 흥행 실패로 인하여 어벤져스 1기 라인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2기 라인업에서 배제된다.    

  2003년 헐크와는 달리 철저하게 대중친화적인 행보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인크레더블 헐크는 왜 실패한 것일까? 그 이유는 헐크라는 캐릭터가 갖는 딜레마에서 비롯되었다.

 

  헐크는 애초에 너무 강력한 히어로로 설정되었다. 분노하면 괴물로 변해 강해진다라는 내용은 헐크로부터 시작된 매력적인 설정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설정이 작품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막강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는 과거에는 어느 정도 먹혔을지 모르지만, 최근에 이르러서 이러한 캐릭터들은 외면받고 있다. 대표적인게 DC코믹스의 슈퍼맨인데, 6~70년대만 하더라도 슈퍼맨은 미국의 대표적인 히어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슈퍼맨이 가지는 지나친 강력함으로 인하여 그 인기가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이 점은 헐크 역시 다를 바가 없다.

  더군다나 영화는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헐크로 변신해 그 상황을 해결한다라는 단순한 구조를 반복하고 있는데, 문제는 영화에서 만들어내는 위기상황이 거의 비슷비슷하다는 점이다.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발생하는 위기 상황은 영화 후반부 어보미네이션과의 대결을 제외하면, 전부 헐크를 쫓는 군대와의 대결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영화 상에 등장하는 군대는 처음부터 헐크에게 신나게 깨지기만 한 조직인데, 이러한 조직이 별다른 파워업없이 매번 헐크에게 시비만 걸어대니, 더더욱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크레더블 헐크는 2003년 작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중친화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여러모로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주며 확실히 전작보다는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단순한 이야기 구조의 반복은 작중의 긴장감을 떨어뜨렸고, 여기에 헐크라는 히어로의 딜레마가 결합되면서 전반적으로 다소 밋밋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