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

                     
                    이지스 Aegis 1
                  6점
군 복무로 인해 아이리스 2부를 끝으로 잠시 장르문학 시장을 떠나 있던 박성호 작가는 전역 후, 이지스라는 작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실 그의 복귀는 생각보다 늦은 감이 있는데 원래 그는 시드노벨에서 시조 마법사라는 작품을 출간하려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문피아에서 일부 분량을 연재하기도 했었고.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드노벨 측에서 시조마법사라는 작품이 자신들의 출판성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려서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이후 출판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문피아에 아이리스 3부를 연재하기도 했었는데 1권 분량 정도를 연재하다가 중단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불법 텍스트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아이리스 3부를 쓸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이런저런 시도를 하던 중 박성호 작가는 마침내 당시로서는 신생출판사였던 드림북스에서 이지스라는 제목의 작품을 출간하게 된다.

원래 박성호 작가의 책은 나오는 족족 챙겨봤지만 이 때의 난 작가와 바톤터치라도 하듯 입대를 앞두고 있었기에(...)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지스를 읽으면서 내내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게 전작 아이리스의 그림자다.  

주인공의 이름은 송준으로 바뀌었지만 그의 입담과 하는 행동들은 아이리스의 히로를 연상케하며 이 소설 역시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에 이런 느낌은 더욱 강하게 든다. 솔직히 아이리스의 주인공 히로가 차원이동해서 이 세계에 왔다는 설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하는 행동이 매우 유사하다.  

거기다 작중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인물들은 아이리스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연상하게 한다.  

이러한 문제점은 작가의 세번째 장편소설 판듀라스에서도 느꼈던 것으로 분명 이지스라는 작품을 읽고 있음에도 새로운 아이리스 시리즈를 읽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도 판듀라스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아이리스와 차별된 모습을 보여주려했으나 이지스의 경우에는 아이리스의 성공패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해는 가는게 아이리스 이후 나온 샷오브데스티니나 판듀라스가 별다른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히나 샷오브데스티니는 작가가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서 쓴 작품인데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후 나온 아이리스 2부는 대박이 났고;

또, 흥행성도 흥행성이지만 전역 후 복귀작품을 생각할 때 조금 안전한 선택을 한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전작과는 엄연히 다른 작품이 너무나도 많은 부분에서 아이리스의 느낌이 나는 건 확실히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작품 중에서 코믹한 장면과 진지한 장면의 괴리감이 가장 크게 느껴졌다. 아이리스의 경우 대개 코믹한 장면으로 승부를 보긴 했지만 일단 진지한 장면에 들어가면 그 장면에 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그런건 이지스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리스와는 달리 이런 부분이 크게 느껴졌던 건 일단 진지한 장면 자체가 매우 적고, 몇없는 진지한 장면도 코믹한 장면으로의 장면전환이 빠르며, 무엇보다도 웃음을 주기 위해 사용한 용어들이 진지한 장면에서 그대로 사용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지스에서 모든 사건의 중심이 된 아이템은 플라워파이트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화투(...) 그리고 수인족은 인간들을 개념없는 종족이라하여 초딩이라 부른다;

이게 처음 나올 때는 정말 빵터졌는데 이 두 가지 용어는 이야기에서 계속 사용되는 단어이기에 어쩔 수 없이 진지한 장면에서도 이러한 단어들을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의 사용은 확실히 진지한 장면에서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한참 진지하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초딩들이 어쩌고~'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아무래도 좀 맥이 빠진다.

그리고 스토리는 전작들에 비해 개연성도 높아지고 비교적 탄탄해졌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무래도 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특히, 첫번째 신탁인 마왕과의 대결은 굳이 필요한 장면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마왕과의 대결 이후 갑자기 맹약의 플라워파이트라는게 등장하고 적들은 이것을 이용한 계획을 새롭게 꾸민다.

그런데 여기서 맹점이 진작에 맹약의 플라워파이트부터 찾았으면 굳이 마왕을 부활시킬 이유가 없다는 거다. 맨 마지막에 마왕을 깨웠으면 일이 좀더 쉬워졌을 거라는 말을 하긴 한다만 이 말을 제외하면 굳이 마왕을 깨워야할 이유가 없다.

물론 이야기를 보다보면 처음부터 맹약의 플라워파이트를 등장시키려고했던 것 같지만 아무래도 복선이 빈약했던 것 같다.

또, 마지막까지 이계로 넘어오면서 왜 장비들이 강화되었는지에 대한 건 설명되지도 않았고.

뭐, 이래저래 아쉬운 소리만 늘어놓기는 했지만 박성호 작가 소설답게 볼 때는 확실히 재밌게 봤다. 보다가 빵 터지는 부분도 많았고스파르타아!내용 전개 자체는 흥미진진했다. 특히 주인공이 의경인지라 군대 까는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이 부분도 꽤나 웃겼다.본격 국방부 선정 불온소설?

다만 이런저런 아쉬운 소리를 늘어놓은 건 처음과는 달리 박성호 작가가 발전하는 모습보다는 자기복제식의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샷오브데스티니나 판듀라스는 스토리 전개나 마무리 면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지스는 전작들에 비하면 스토리 전개 면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아이리스의 스타일로 고착화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다음 작인 신디케이트에서는 복수극에 도전을 했던데 이지스와는 달리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