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1집- I BELIEVE

 

1999년 겨울.

한편에서는 새로운 천년이 시작된다며, 한편에서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멸망의 해가 왔다며 온갖 흥분이 세계를 사로잡았던 시기.

어린 여자 발라드 가수가 앨범을 들고 데뷔했다.

그녀의 데뷔곡은 대히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신인가수의 이름을 알리기에는 충분한 곡이었다. 당시 정보에 따르면 그 해 겨울 거리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곡 중 하나였다고 한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공중파의 음악방송을 맨날 챙겨보고 있다가 이 가수의 데뷔무대를 볼 수 있었다.  

단아한 이미지의 그녀가 부르는 동양풍의 발라드 I believe라는 곡은 어린 내게 꽤나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 때의 난 앨범을 사서 듣는다는 개념이 없었던 초등학생이었던 지라 앨범구매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이 곡을 꽤나 좋아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몇년 후 난 이 가수에게 완전 빠져서 난생 처음 한 가수의 팬이 된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이수영.

전성기 때야 가요대상 2회 연속 수상에 골든 디스크까지 수상했으며 지금도 꾸준히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발라드의 여왕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 때만 하더라도 괜찮은 신인가수가 한 명 나왔다 정도의 평이었던 것 같다.

그녀의 데뷔앨범은 내 기억에 21만장 정도가 팔린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에야 21만장이면 대박이지만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앨범시장이 살아있었던 지라 신인가수치고는 괜찮은 성적이라는 평이었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1집 I BELIEVE는 그녀의 첫번째 앨범이지만 그녀의 앨범 중에서 가장 튀는 앨범이기도 하다. 그녀의 팬이 된 후 당시 그녀가 냈던 앨범을 모두 구입해서 소장했는데 가장 독특하게 느껴진게 다름아닌 1집이었다.

독특하다는 이유는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수영의 음악과 가장 다른 면모를 많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모르겠지만 지금 들어보면 90년대 발라드구나라는 게 많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후에 이수영이 추구하는 음악적인 색깔과는 많이 다르다.

그리고 이수영은 2집에 들어서면서 창법의 변화를 보였고 이는 3집에서 완전히 정착해서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이수영표 음악을 완성하지만 1집만 하더라도 창법이 달랐다.

음악쪽 지식은 전무한지라 뭐라 표현을 못하겠는데 이른바 생목창법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듣다보면 신인가수 특유의 풋풋함같은 게 정말로 많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그렇다고 앨범을 저평가하는 건 아니다. 발라드 여왕의 데뷔앨범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풋풋함이 느껴지는 앨범과 앨범 자체가 별로인 건 확실히 다른 거니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데뷔 초의 느낌을 많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앨범이었다.

이수영 팬들끼리 명반을 꼽을 때 상위랭크에 기록되는 앨범이기도 하고.
 (그러나 대체로 3집을 최고의 명반으로 꼽는 사람이 많다. 3집의 타이틀은 그 해 2위를 가장 많이한 곡인 그리고 사랑해.)

특히나 앨범 후반부에 수록된 나무라는 곡은 이수영의 숨겨진 명곡을 꼽을 때 대부분의 팬이 꼽을 정도로 정말로 좋은 곡이다.

90년대의 애절한 분위기에 독특한 가사 등이 어우러진 명곡이랄까.

그 밖에도 후속곡인 good bye my love, 소심, 여행 같은 곡들도 이번 앨범에서 추천하고픈 곡들이다.

내가 막 팬이 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앨범이었는데 요즘 정말 음반시장이 안 좋아져는지 요즘은 중고시장에서야 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미리미리 사놓길 천만다행;
 

p.s  사실 데뷔 초 이수영의 컨셉은 청순가련이었고 신인이기도 한지라 예능에서 보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당시 이소라의 프러포즈인가에서 서태지의 곡을 부르며 헤드뱅잉(...)을 하는 영상을 보면 타고난 끼는 숨기기 힘들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당시 불렀던 곡은 교실이데아였던 걸로 기억한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