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이끼 1
              8점
고등학교 때 괜찮은 한국만화를 찾아다니다 야후라는 작품을 알게 되었다.

얼마 후 집 가까운 곳의 대여점이 망해서 살 게 있나 싶어서 갔다가 야후를 구매하게 되었고 이 작품은 내게 윤태호라는 이름 석자를 강하게 박아넣었다.  

야후를 보면서 정말로 만족했지만 이후 윤태호 작가의 작품들은 대개 조기종결 당하거나 미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미완으로 끝나버리면 보는 사람 맥이 빠져버리지 않는가.  

그러던 중 다음에 윤태호 작가의 신작이 연재되고 있으며 그 작품의 이름이 '이끼'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있지 않아 이 작품은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 때 정말 실력 있지만 인기와는 거리가 멀던 윤태호 작가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것 같아 나 혼자 흐뭇해했다;

그러나 이 작품이 한창 연재되던 때는 내가 군입대를 앞둔 시점이었고 전작인 야후를 읽어본 결과 '윤태호 작가 작품은 무조건 완결이 난 다음에 봐야한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에 보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참아가며 보지 않았다.

결국 이끼는 09년 7월에서야 대망의 완결을 맞이하였다. 완결 소식을 전해듣고 전역하면 반드시 보리라라고 벼르고 있었는데 얼마 전 드디어 전역을 했고 보고 싶던 작품들이 많았지만 내가 그중 먼저 택한 건 바로 이끼였다.

그만큼 윤태호 작가에 대한 내 기대감은 상당했다.

그리고 역시나 명불허전!

잠깐 컴퓨터 켰다가 문득 이끼 생각이 나서 1화를 보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리니 3시간이 지나있었다(...)

시골마을에 살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위해 마을로 온 주인공 류해국이 마을 사람들의 이상한 태도에 의문점을 가지고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추적해나간다는게 기본 시놉시스다.

다만 스릴러물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20세기 소년, 몬스터, 그리고 강풀 작가의 작품처럼 스토리 자체가 세밀하게 연결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물론 이끼의 스토리는 충분히 호평을 받을만하지만 위에 언급한 작품들에 비하면 다소 뒤지는 감이 있다는 거다.

그렇지만 이끼는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보완하고도 남을 정도의 연출과 몰입감, 그리고 주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정말 이끼를 보면서 모니터로 빨려들것 같은 느낌을 받은게 한 두번이 아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보다가 소름 돋은 것도;

야후를 볼 때도 독특한 그림체와 연출력이 인상깊었는데 몇 년의 세월이 흘러 그리기 시작한 이끼에서는 그런 그의 장점들이 거의 본좌 수준(...)

뭐, 야후에서도 이거 대박이다라고 느끼긴 했다만;

한 장면, 한 장면의 묘사에 숨 넘어간 독자가 한둘이 아닐 거다;;

그리고 작품 내내 깔려있는 사회비판적 요소들은 역시나 야후의 윤태호 만화가라는 감탄을 절로 나오게 해줬다.

시골마을이라는 닫힌 세계에 각자의 과거를 묻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러한 세계에 군림하는 이장, 사소한 시비로 자신이 알던 세계에 진한 배신감을 느끼는 류해국의 모습, 도와준다고 했지만 결국 한 여자를 유린한 마을 사람들, 그 밖에 스쳐지나가듯이 나오는 일상 속의 비리와 배신들.

어쩌면 이장의 말대로 이장을 잡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판 자체를 뒤엎어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다만 엔딩 부분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다. 류해국과 이장의 대결구도가 기대치보다는 조금 맥없이 끝난 느낌이랄까.

어쨌든 여전히 윤태호 만화가가 건재하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고 더불어 개인적으로만 좋아라하던 작가가 대중성까지 얻게 되어 기분 좋은 작품이기도 했다.

  • ㅎㅎㅎ 2011.11.22 01:21 ADDR 수정/삭제 답글

    이 이끼와 플롯이 상당히 유사한 네이버 웹툰이 있습니다. 혹시 보셨을지 모르지만 "고향의 꽃"이라는 웹툰인데요. 둘다 스토리 등 여러점에서 놀랄만큼 굉장히 닮아 있습니다. 게다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양 작품이 동시 연재된거라 좀 묘한 느낌이더군요.ㅋ

    • 성외래객 2011.11.22 22:12 신고 수정/삭제

      아, 예전에 웹툰 좋아하는 형한테 괜찮은 작품있다면서 소개 받았는데 까맣게 잊고 살고 있었습니다. 이끼랑 비슷하니까 한 번 봐보라고 그러던데ㅋ
      여러 군데서 추천이 들어오니 한 번 보긴 봐야겠습니다만 곧 있으면 시험기간인지라; 방학 때를 이용해서 한 번 봐보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