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다

                                              

                      
                           운명이다 (반양장본)
                          10점

서거 이후 1년이 지나 출간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

운명이다라는 말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서거 직전 컴퓨터에 남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의 한 구절이다.

서문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년을 맞아 어떠한 책을 낼까 고민하다가 일대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어서 자서전 형식으로 출간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책을 역은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시민 전 의원으로 생전에 직접 작성한 글이나 미공개된 글, 그리고 관련 서적들을 전부 정리하였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남긴 뜻에 따라 성공보다는 실패와 회고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책을 본인이 쓰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실패와 회고에 초점을 맞추어서 그런지 책은 시종일관 담담하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되돌아보고 있다. 몇몇 정치적인 사안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감정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최대한 억제한 기분이랄까.

그리고 정치적인 논쟁을 떠나서 고졸 출신으로 사법고시를 패스한 후,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른,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인물이기에 그의 인생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화목했던 가정의 이야기, 그저그런 변호사였다가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으며 운동 전문 변호가가 된 이야기, 국회의원이 되어서 조선일보와 싸우고 김영삼, 김대중 같은 인물들을 알게 된 이야기, 네 번의 낙선에 얽힌 비화, 대통령이 되기 전의 이야기들...

그리고 후반부에는 자신이 대통령 시절에 겪었던 여러 논쟁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원래 의도는 무엇이었지만 무엇을 하지 못했기에 실패했다고 적는 등 자신의 과실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최후의 모습까지 이 책은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그러한 부분이 마지막을 더욱 서글프게 했던 것 같다.

노무현을 버리셔야 합니다. 노무현의 실패는 노무현의 것이지 진보의 것이 아닙니다.

에필로그에서 엮은이인 유시민 전 의원은 일국의 대통령이라기보다는 한 꿈많은 청년의 죽음을 본 거 같다라며 많은 이들이 복수를 해달라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그리고 과연 복수라는 게 그 분의 유지를 이어받는 것인지 아직도 답을 모르겠다며 책을 마친다.

매번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글을 읽을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거 같다. 예전에는 차오르는 분노에 머리가 멍해질 때도 많았는데 요즘은 그저 먹먹하다.

언제쯤이면 그가 꿈꿨던 사람 사는 세상이 이 땅 위에 이뤄질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지금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이 책을 읽고 여러 질문들이 머리 속을 멤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슴 시린 건 그가 참 그립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