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파(2009) - 새로운 에반게리온의 시작

 

  에반게리온:파는 처음부터 파격적인 변화를 예고한 작품이었다. 에반게리온: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파의 예고편은 비록 짧았지만, 신 캐릭터 마리의 등장을 통해 구작과는 다른 전개를 보여줄 거라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었고, 이후 모습을 드러낸 에반게리온:파는 예고했던 것 이상의 파격을 보여주며 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사실 에반게리온:파의 기본적인 전개 자체는 구작과 유사하다. 물론 에반게리온:파가 TV판 7화~19화라는 방대한 분량을 다루고 있기에, 몇몇 에피소드를 쳐내거나, 내용전개를 수정하는 등의 변화를 보여주긴 했지만, 기본적인 얼개 자체는 구작과 같았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인간관계는 극초반부터 구작과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는데, 이러한 미묘한 변화점들로 인해 에반게리온:파는 에반게리온 3호기 에피소드에 이르러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조금씩 달라진 인물들의 성격과 관계가 약간씩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다 이 지점에 이르러 이야기의 판 자체를 뒤집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뒤집어진 판을 토대로 에반게리온:파는 구작과는 전혀 다른 미래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이로 인하여 에반게리온:파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에반게리온:서 때와는 사뭇 다르게 나타났다. 에반게리온:서의 경우 후반 야시마 작전에서 구작과는 다른 전개를 보여주긴 했지만, 구작의 스토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대다수 팬들의 반응은 신작화로 무장한 에반게리온의 귀환을 환영한다는 정도였다. 물론 몇 가지 떡밥들로 인하여 앞으로 구작과는 다른 전개를 보여줄 거라는 예상도 어느 정도 존재했지만, 서 자체의 변화는 크지 않았기에 이러한 의견들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머물렀다.  

  반면, 에반게리온:파는 에반게리온의 판 자체를 뒤집으며 팬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의 파격을 보여었고, 이러한 파격을 바탕으로 구작과는 전혀 다른 전개로 뻗어나갈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더군다나 서에 비해 한층 진화한 액션과 화려한 연출은 이제는 신극장판 시리즈의 전매특허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만족스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극장판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은 에반게리온:서지만, 에반게리온:서는 리빌드의 단초를 제공하긴 했어도, 전반적으로 구작의 리메이크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그러나 에반게리온:파는 파격에 파격을 거듭하는 전개로 구작과 철저하게 선을 그으며, 신극장판 시리즈가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닌 에반게리온의 새로운 시리즈라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어찌보면 새로운 에반게리온의 시작을 알린 작품은 에반게리온:서가 아니라 에반게리온: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