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서(2007) - 리빌드의 단초

 

  안노 히데아키가 4부작으로 구성된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시리즈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양분되었다. 팬들이야 에반게리온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열광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사골게리온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으로 신 극장판 시리즈를 바라본 것이다.

 

  새로운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신극장판의 첫 번째 작품인 에반게리온:서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으로부터 정확하게 10년이 지난 2007년, 모습을 드러내었다. 에반게리온:서는 안노가 세운 제작사 카라가 영세한 편이라, 명성에 비하면 소규모 개봉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흥행에 성공하며 다음 극장판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한국의 경우 일본보다도 더욱 적은 개봉관에서 짧게 개봉하였지만, 예상보다 많은 팬이 찾아주었고, 이러한 에반게리온: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에반게리온:파, 에반게리온:Q도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무사히 한국에 개봉할 수 있었다.

  사실 에반게리온:서는 내용상 변화가 크지는 않은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TV판 1~6화의 내용을 새로운 작화로 2시간이 채 안 되는 러닝타임 동안 담아내는데 공을 기울였으며, 덕분에 TV판을 본지 오래된 사람이라면, 크게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내용 상의 큰 변화는 없었다. 다만, 아무래도 TV판 6화 분량의 내용을 하나의 극장판에 담아내려다보니 전개가 너무 빠르고, 별다른 설명없이 넘어가는 부분도 많아, TV판을 아예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전개를 따라가기가 다소 버거웠으리라 생각된다.

 

  이렇듯 전반적인 내용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에반게리온:서는 다음 작품을 위한 몇 가지 단서를 작품 속에 깔아두었다. 대표적인게 신지의 미묘한 성격 변화다. 신지가 겪는 사건 자체는 TV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신지는 각각의 사건을 마주하면서 TV판과 미묘하게 다른 태도를 보이는데, 이렇게 미묘하게 바뀐 신지의 성격은 에반게리온:서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한 야시마 작전에서 잘 드러난다.  

  원작에서도 야시마 작전은 신지와 레이의 관계를 크게 개선시킨 중요한 사건이었지만, 에반게리온:서는 전반적인 내용은 그대로 가져가되 사건의 세부적인 내용을 조금씩 바꾸어서 야시마 작전을 통해 신지가 한단계 성장하는 모습까지 담아내었다.

 

  이 밖에도 에반게리온:서는 앞서도 언급했듯 전반적인 내용은 TV판을 따르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렇게 달라진 내용들은 에반게리온:서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팬들에게 후속작에는 원작과는 다른 전개가 펼쳐지리라는 기대감을 안겨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실제로 후속작 에반게리온:파는 에반게리온:서의 세부적으로 달라진 내용을 바탕으로 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다.

 

  결국 에반게리온:서는 작품 자체의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에반게리온: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후속작들이 구작과는 다른 충격적인 전개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리빌드의 단초를 제공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