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 전작과의 차별화를 위한 원작 회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은 2000년대의 영화계에 기록적인 흥행을 남겼다. 그렇기에 스파이더맨3 이후 후속작이 나오리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였다.

 

  그러나 스파이더맨3 제작시기 때부터 영화의 내용전개에 대해 갈등을 빚었던 샘 레이미와 제작사의 불화는 4편 제작 때 극에 이르렀고 결국 샘 레이미는 4편 제작을 포기한다. 그러나 후속작의 제작을 취소하기에는 스파이더맨의 흥행이 너무 대단했다. 그렇기에 제작사에서는 어떻게든 후속 시리즈를 제작해보려했지만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는 샘 레이미의 색깔이 너무 강하게 투영되어 있었다. 결국 제작사에서는 시리즈의 리부트를 결정한다.

 

  이미 성공한 시리즈를 이어가지 않고 시리즈를 리부트한다는 건 분명 어느 정도 리스크가 존재하는 결정이었지만, 다행히도 스파이더맨3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은 이야기 상으로 분명히 완결이 났기 때문에 내용 전개 상에서 큰 부담이 있는 결정은 아니었다. 다만 대부분의 리부트가 시리즈가 실패한 경우에 진행되는 것에 반해, 스파이더맨은 전작들이 대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리부트가 결정되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결정이긴 했다. 그러나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어설프게 시리즈를 이어나가서 비난을 받기보다는 리부트를 하는 게 매력적으로 보였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샘 레이미와의 불화로 인해 4편 제작이 중단되고, 리부트가 결정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5년 만에 등장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사실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작품이었다. 샘 레이미의 3부작은 스파이더맨3가 다소 악평을 받긴 했지만 영화사에 길이 남을 정도의 히트를 기록한 시리즈였던 데다가 스파이더맨2의 경우에는 다크 나이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최고의 히어로 영화로 평가받을 정도로 작품성에서도 극찬을 받은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대중은 샘 레이미스러운 후속작을 기대했지,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기대하고 있던 상황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샘 레이미 3부작의 여파가 남아있는 상황이었기에 리부트에 대한 우려는 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제작진의 고민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을 것이다. 잘해야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나가는 것이고, 못하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또한, 리부트 과정에서 스파이더맨의 탄생을 다룰 수 밖에 없는데, 원작에서도 피터 파커의 삼촌은 중요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샘 레이미와의 비교를 피한다고 삼촌과의 에피소드를 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또한, 어떤 내용전개를 보여주던 간에, 전작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제작진이 선택한 건 내용 전개는 비교적 무난하게 가더라도, 캐릭터와 설정은 원작을 제대로 가져오자는 것이었다. 사실 샘 레이미의 3부작은 원작과는 다른 설정으로 원작팬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으니, 어찌보면 제작진 입장에서는 샘 레이미와의 차별화를 위해 당연히 노릴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제작진의 의도는 제목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원작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와 영화의 제목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라 지은 것이다.

 

   무엇보다 원작의 설정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보여진 부분은 스파이더맨의 변화였다. 스파이더맨의 원작이나 애니메이션을 접한 이들이라면 잘 아는 사실이지만, 사실 원작의 스파이더맨은 샘 레이미 3부작에서처럼 착하고 서민적이기만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원작의 스파이더맨은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이죽거릴 줄 아는 유쾌한 캐릭터였다. 더군다나 스파이더맨은 미국 히어로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비극적인 사건을 많은 겪은 인물이었던 터라, 그의 유쾌한 성격은 스파이더맨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매력포인트였다. 샘 레이미는 이런 점을 잘 살리지 못한 편이었는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이 부분을 샘 레이미와 차별되는 지점으로 강력하게 부각시켰다. 이 영화에서의 스파이더맨은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에 비해 좀 더 촐싹거리고, 이죽거리며, 전투 중에도 농담을 날릴 정도로 유쾌하다. 또한, 원작의 스파이더맨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직접 만든 거미줄로 적을 공격하고 공중을 활공한다.

    히로인이 그웬으로 바뀐 부분도 원작을 반영한 부분이다. 사실 원작에서도 엠제이는 작가 공인 히로인이긴 하지만, 피터가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여성은 그웬이었다. 단순히 첫 연인인 것을 떠나 그웬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스파이더맨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기에 원작에서는 무척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샘 레이미 3부작에서는 스파이더맨3에만 등장했고, 그 역할 역시 원작과는 확연히 달라졌기에 원작팬들에게서 많은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이러한 그웬을 히로인의 위치로 끌어올렸는데, 히로인의 완전한 교체인지, 아니면 이번 작에서만 중요하게 등장한 건지는 후속작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그웬이 히로인의 위치로 급부상했다는 건, 이 영화가 어느 정도로 원작을 중시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 더군다나 샘 레이미 3부작의 엠제이가 수동적인 히로인이었던 것에 반해, 이 영화에서 그웬은 피터를 구하기 위해 리자드맨을 공격하는 등 적극적인 히로인의 모습을 보여주어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원작 재현과 더불어 제작진이 샘 레이미와 차별점을 두려고 노력한 부분은 바로 액션씬이다. 물론 스파이더맨 특유의 액션은 여전하지만 전작과는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거미줄을 활용한 액션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물론 전작들에서도 거미줄을 활용한 액션이 있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스파이더맨의 활공 장면과 큼직큼직한 액션에 초점을 맞췄던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활공 장면의 비중을 줄이고, 큼직한 액션보다는 빠르게 치고받는 공방에 초점을 맞추었다. 스파이더맨은 전작에 비해 적과 근접하여 빠르게 공격을 주고 받으며 거미줄을 활용한 다양한 액션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액션은 전작을 잘 계승했다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작과는 다른 느낌의 액션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렇듯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원작 재현과 액션의 차별화를 통해 전작과의 차별화를 꾀했고 그 시도는 사뭇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러가지 차별화에도 불구하고 내용전개에서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을 노출하였고, 샘 레이미 3부작에는 조금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피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삼촌의 죽음으로 인해 스파이더맨이 된다. 그러나 스파이더맨1에서 삼촌의 복수를 마무리지은 것에 반해-물론 3에서 진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적어도 스파이더맨1의 스토리에서 삼촌의 복수는 마무리되었다-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삼촌의 복수가 마무리되지 못한다. 피터는 삼촌의 복수를 위해 범인을 잡으려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자연스럽게 스파이더맨이 되며, 한 걸음 나아가 다른 범죄자들까지 응징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피터가 완전하게 스파이더맨이 된 뒤에 삼촌에 대한 이야기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후속작을 위한 복선일 수도 있지만, 스파이더맨이 된 후, 삼촌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는 문제가 있다. 삼촌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스파이더맨이 된 피터가 이후 그의 죽음은 완전히 잊고 리자드맨과의 전투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개연성이 떨어진다.

 

  또 하나 아쉬운 지점은 그웬의 아버지가 남긴 유언을 피터가 무시해버린 부분이다. 물론 피터는 그웬 아버지의 유언 때문에 그웬과 이별하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영화의 마지막에 약속은 깨라고 있는 거라며 그웬과의 관계를 금새 회복해버린다. 물론 이 부분은 스파이더맨의 캐릭터성을 보여주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죽으면서 남긴 말을 너무나 쉽게 무시해버렸기에 결과적으로 영화의 무게감이 떨어져버렸다. 어차피 이 영화는 후속작에 대한 복선을 많이 깔아두었다. 그러니 차라리 그웬과의 관계회복을 후속작으로 미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특히나 이 부분은 영화의 결말에 해당되는 부분인데, 마무리 지점에서 엉뚱한 전개를 보여주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개인적으로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전작과의 차별화를 위해 바뀐 부분들로 인해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게 볼 수 있었다. 내용 전개에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면 전작의 명성에 짓눌리지 않고 제법 괜찮게 리부트가 이루어진 것 같다. 또한, 영화를 보고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는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자체의 역량과 스파이더맨2, 다크 나이트의 사례를 보았을 때, 후속작은 더 괜찮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