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
                    10점

우리는 지난 9월 안철수연구소로 국민 대다수에게 인숙한 안철수가 서울 시장 출마를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기 전까지, 그의 행보는 한국 정치계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더욱 큰 충격을 준 건, 얼마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가 박근혜를 눌렀다는 사실이다.

박근혜가 누구인가? 비록 그녀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가 갈리는 정치인이기는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래 줄곧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의 자리를 놓친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녀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은 박근혜 대세론을 받아들이고 있었고, 크나큰 변수가 없는한 그녀가 차기 대통령이 되리라는 건 명확한 사실로 보였다. 그리고 안철수는 지난 몇년동안 계속되어온 박근혜 대세론을 단 며칠 만에 무너뜨려버렸다.

그렇게 그는 2012년 대선에 가장 강력한 변수로 급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라는 책은 안철수의 의미를 정치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안철수가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오고 거의 한 달 만에 출간되었기에 시류를 타고 나온 영양가 없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걸 넘어설 만큼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안철수는 충분히 흥미를 끌만한 요소였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가볍게 보자는 심정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이 책의 내용은 꽤나 탄탄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안철수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고작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준비를 마치고 나온 책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이런 느낌을 준 가장 강력한 요인은 저자가 4명이라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 4인은 평소 자신이 관심있던 분야의 관점으로 안철수를 분석하고 있는데 각자 자신있는 분야를 나누어서 검토한 결과, 책의 내용이 처음 느낌과는 달리 탄탄하게 나온 것 같다.

이들은 안철수 불가론이 타당한가에서부터 시작해 안철수의 장단점, 안철수를 대할 언론의 태도, 그리고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행로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써보며 책을 마무리짓고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이 책은 단순히 안철수를 분석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들이 초점을 맞춘 건 안철수 그 자신보다는 안철수가 한국 정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안철수 불가론을 반박하며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안철수의 한계를 이야기하며 그를 통해 한국 사회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한국 사회를 개혁할 수 있을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1,2장은 현재의 안철수 현상을 진단하고 그의 한계를 살펴보았다면 3,4장은 지난 한국 정치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2장도 재밌었지만 3,4장의 내용을 더욱 몰입해서 봤던 것 같다.

특히 4장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부분 중 안철수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써보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 말부터 현재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그 밖의 다른 당들의 현재를 점검하고 있다. 정치의 흐름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서로가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바는 안철수가 과연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입장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안철수란 인물에게 한계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의 등장 자체가 새로운 시대의 탄생을 예고한다는 것에 저자들은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저자들의 관점에 동의한다.

결국 한국 사회는 기존의 정치인들을 대체할 수 있는 그 누군가를 원했고, 안철수는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뤄지는 2012년을 앞두고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예고했다. 물론 안철수였기에 이 정도의 파급력을 보였다고 생각은 하지만, 반드시 안철수가 아니었더라도 기존의 정치인을 대체할 만한 이미지를 가진 자가 나타났더라면 비슷한 현상을 보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