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2008) - 과학으로 무장한 히어로의 묘미

  사실 아이언맨은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 중 그다지 유명한 편은 아니었다. 당장 국내만 하더라도 스파이더맨, 엑스맨, 헐크는 알아도 아이언맨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라 다른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에 비하면 아이언맨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었다. 물론 2000년대 마블 코믹스의 대형 프로젝트였던 시빌워에서 꽤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마블 코믹스의 유명 히어로에 비하면 인지도가 높다고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2008년 개봉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영화가 흥행하면서, 아이언맨은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히어로로 급부상하게 된다. 덕분에 영화 아이언맨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다크 나이트와 더불어 히어로 영화의 전성기를 이어간 영화로 평가받게 된다.

 

  이렇듯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기록적인 흥행을 한 아이언맨이지만, 사실 히어로 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받는 스파이더맨2나 다크 나이트에 비하면 아이언맨의 스토리는 그리 특출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아이언맨은 어마어마한 액션 공세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영화도 아니었다. 실제로 대다수의 관객은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며 영화를 보러 갔지만, 예상 외로 액션씬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물론 영화 중간중간 기대에 걸맞는 액션씬을 보여주긴 하지만, 전체 러닝타임 중에서 액션씬이 펼쳐지는 장면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아이언맨을 다른 히어로 영화와 차별화된 느낌을 안겨준 것일까?

  아이언맨은 기존에 나왔던 어떤 히어로 영화들보다도 과학이라는 요소에 집중한 영화다. 물론 미국 히어로물에서 과학은 중요한 포인트로 다뤄져왔다. 당장에 스파이더맨만 하더라도 감염된 거미로 인해 탄생하게 된 히어로다. 하지만 아이언맨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기존의 히어로물이 과학이란 요소를 어느 정도 빌려오기만 했다면, 아이언맨은 철저하게 과학을 기반으로 한 히어로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애초에 아이언맨이라는 히어로의 태생 자체가 과학기술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과학은 현실이 아니다. 하지만 직접 슈트를 만들고 개량하며, 다른 히어로들과는 다르게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져가는 아이언맨의 모습은 기존의 히어로들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영화는 슈트의 제작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더불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열연한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의 매력 역시 대단했다. 기존의 히어로들이 고뇌하거나, 정의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영화 속 토니 스타크는 꽤나 뺀질거리며 적당히 닳고닳은 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캐릭터 자체로만 보자면 그리 신선할 건 없었지만, 괴짜 히어로라는 면은 확실히 관객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정말로 토니 스타크가 살아숨쉬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가 주효했다.

 

  이렇듯 스토리 자체의 매력보다는 기존과는 다르게 인공적으로 만들어져가는 괴짜 히어로라는 요소를 내세운 아이언맨은 다크 나이트와 함께 2000년대 후반, 히어로물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그와 더불어 기록적인 흥행으로 마블이 야심차게 준비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청신호를 밝혔다.

 

  그동안 스파이더맨을 비롯한 엑스맨, 헐크 등 다양한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이 영화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마블 코믹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별적인 시리즈가 아닌, 마블의 히어로들은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일종의 통합된 시리즈를 구상했는데, 그러한 구상의 스타트를 끊은게 바로 아이언맨1이다.

 

  이후 마블 코믹스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이후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2, 토르, 퍼스트 어벤져가 순차적으로 나왔고, 마침내 2012년 어벤져스를 발표함으로써, 자신들이 구상했던 세계관의 첫 번째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아이언맨은 이런 거대한 시리즈물의 첫 번째 작품으로써, 관객과 평단의 호평은 물론,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