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왕과 각탁의 기사(2012) - 참신한 세계관, 조금은 아쉬운 디테일

  한국 장르문학계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 사람인 홍정훈은 월야환담 창월야 때까지만 하더라도 출판사 문제로 중단된 13번째 현자를 제외하면, 출간하기 시작한 작품은 무조건 완결을 내는 작가였다. 그러나 황제를 향해 쏴라가 출판사 사정으로 연중되더니 다크 세인트까지 저작권 문제로 연재가 중단되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자신이 직접 세운 넥스비전 미디어윅스가 사업을 접으면서 월야환담 광월야와 아키 블레이드까지 출판이 중단되었다. 더군다나 이 때의 여파로 작가 홍정훈은 몇몇 작품을 온라인 상에 연재한 걸 제외하면 한동안 출판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듯 2000년대 후반 들어 작품 외적으로 침체기에 빠져들었던 홍정훈 작가는 2012년에 들어와 부활의 날개짓을 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신호탄이 아키 블레이드 이후 3년 만에 나온 신작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다. 이번만큼은 완결작을 내겠다고 단단히 각오를 한건지, 출판 전에 이미 완결까지 완성되었던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는 월간 각탁의 기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빠른 페이스로 출간되었고, 2012년 7월 7권으로 완결되었다. 월야환담 창월야 이후로 6년 만에 완결작이 나온 것이다.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를 시작으로 홍정훈 작가는 마왕전생Red, 기신전기 던브링어 등의 작품을 동시에 출간하면서 자신의 부활을 알렸는데, 기신전기 던브링어를 제외한 두 작품은 과거에 발표했던 작품들의 리메이크작이다.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는 비상하는 매 이후 잠시 연재했던 구명의 기사의 리메이크이며, 마왕전생Red는 북박스에서 출간되었던 황제를 향해 쏴라의 리메이크다. 이 세 작품 이후의 계획이 월야환담 광월야, 그리고 더 로그 리부트 및 다크 세인트의 재개인 걸 보면, 홍정훈 작가는 자신이 마무리짓지 못했던 작품들을 차례차례 완결지을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홍정훈 작가는 자신의 복귀작으로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를 택했는데, 무려 3년 만에 홍정훈 작가의 복귀작으로 선택된 이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아더왕 전설을 차용하여 만들어진 이 작품은 아더왕이 쇠퇴해가던 시절, 아트릭스에 우연히 영주로 부임하게 된 킬워드가 각탁의 기사를 결성하여 세계의 진실과 맞서싸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록 3년 만에 신작이지만 홍정훈 작가 특유의 박력있는 액션씬과 재기발랄함은 여전하며, 빠르고 힘있는 전개는 작품에 깊게 몰입하게 만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나 작품 후반부에 강렬하게 대두한 '신을 구원하는 건 인간'이라는 주제였다. 세계의 진실이 드러난 후,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는 숨가쁜 전개 속에서도 이 주제를 놓치지 않는데, 특히 킬워드가 각탁의 기사들에게 세계의 진실을 알려주는 장면과, 최후의 결전 때, 인간들의 활약으로 만들어낸 결말은 이 주제에 걸맞는 명장면이다.

 

  이렇듯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는 역시 홍정훈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의 장점을 유감없이 드러낸 작품이지만, 몇몇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아쉬운 건 역시나 6권에서 드러난 세계의 진실을 서술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이 작품이 단순히 아더왕 전설을 차용한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었기에 극적인 연출로 세계의 진실이 드러날 거라 예상했는데, 예상 외로 책에서는 킬워드의 시선에서 담담하게 세계의 진실을 그야말로 서술하고 있다. 세계의 진실 자체가 특출난 설정은 아니었지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로부터 밝혀지는 구성은 상당히 좋았는데 이 부분을 단순 설명으로 보여준 건 상당히 아쉽다. 특히나 세계의 진실이 드러난 후, 킬워드는 각탁의 기사들에게 이 진실을 알려주는데, 이 부분은 킬워드와 각탁의 기사들이 서로 간의 신뢰를 굳건하게 하는 이 작품의 명장면이다. 차라리 이 부분과 세계의 진실을 연관지어 서술하는 방향으로 갔다면, 반전의 묘미도 살리고, 해당 장면 자체도 더욱 인상적이지 않았을까?

 

  아더왕 전설에서 차용한 세계관은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지만, 한편으로는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분명 이 세계관은 최근 나온 여타 장르문학과 이 작품을 차별화시키는 요인이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아더왕 전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아더왕과 엑스칼리버, 멀린 정도를 알 뿐이며 그나마 아는 사람이 란슬롯 정도의 이름을 들어봤을 뿐이다. 이 작품은 그런 점을 고려하여 아더왕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설명을 해주지만 아무래도 해당인물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전설 속의 인물인 경우 캐릭터의 개성을 상당 부분 아더왕 전설에 기대고 있다. 아더왕 전설을 아는 이라면 처음부터 캐릭터의 성격이 파악되겠지만, 해당 전설을 모르는 이는 캐릭터에 빠져들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작품 전반적으로 디테일하게 묘사되지 않는 전설 속 인물들의 모습은 더욱 캐릭터에 빠져들기 힘들게 만든다. 전설 속 인물 중에서 모드레드를 제외하면 세밀한 심리묘사가 이뤄지는 인물이 없다. 이들의 활약이 비교적 덜한 초반부에야 비중이 적어서 그렇겠거니 하고 넘아갈 수 있겠지만, 최종 결전 때 각탁의 기사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는게 바로 원조 원탁의 기사들이다. 특히 가웨인과 퍼시발의 활약은 매우 돋보이는데, 적어도 이 둘은 어느 정도 내면묘사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최후의 결전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들치고는 이전까지의 비중이 너무 떨어졌다.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는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전개를 보여준다. 자잘한 에피소드는 어지간하면 쳐내고, 스토리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만을 선택하여 진행하는 전개는 확실히 시원시원하다. 특히 이러한 부분이 강점으로 작용한 건, 6권에서 7권으로 이어지는 결말 부분이다. 워낙 쉴틈없이 빠르게 전개되기에, 많은 내용을 적은 권수에 담아내는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아더왕 전설을 차용한 작품이고, 오리지날 캐릭터 이외에도 수많은 전설 속의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수많은 인물을 일곱 권 속에 담아내는데에는 성공했지만, 아더왕 전설에만 기대어 전설 속 인물들을 설명했기에, 이들의 매력을 모두 드러내진 못한 것 확실히 아쉽다.

  • 새누 2013.03.04 06:31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리고 배드엔딩이 아니라 그나마 해피엔딩을 맞은 홍정훈 작가님의 작품이기도 하죠. 다른 작품중에서도 해피나 노멀엔딩인게 있긴 했지만...

    • 성외래객 2013.03.04 16:17 신고 수정/삭제

      일종의 콩트에 가까웠던 흑랑가인을 제외한다면 가장 해피엔딩에 가깝긴 하죠; 홍정훈 작가의 작품은 완벽한 베드엔딩이라 보긴 어렵지만, 또 해피엔딩이라기엔 영 찝찝한 부분들이 많아서 아무래도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의 엔딩이 튀어보이긴 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