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드라마

 

  신의는 2012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다.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태왕사신기에서 호흡을 맞춘 김종학, 송지나 콤비의 신작에 주연배우는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추는 김희선과, 차세대 미남배우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이민호였으니,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신의는 방송 초반 10% 초반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대치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후 신의의 시청률은 반등하지 못했고, 9~10%의 시청률에서 맴돌다 종영되고 말았다. 신의의 실패는 골든타임, 마의 등 동시간대의 경쟁작들이 강세를 보인 이유도 있겠지만, 초반에 어느 정도 괜찮은 시청률이 나왔다는 걸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신의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보는게 옳은 판단이다.

 

  그렇다면 100억이나 들인 SBS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신의는 어째서 실패한 드라마가 되고 만 것일까?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실패요인은 드라마 초반부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 것이다.

  신의는 그야말로 다양한 요소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다. 현대의 의사가 고려시대로 건너왔다는 설정답게 의학도 다루고 있고, 여말선초의 격변기를 다루고 있는만큼 당대의 정치적인 이야기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미남미녀 배우를 내세운 만큼 로맨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며, 판타지 사극을 표방한만큼 액션 역시 중요한 요소다.

 

  문제는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각자의 요소들만 놓고본다면 모두가 흥미로운 소재들이었지만,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한 군데에 몰아넣다보니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최영, 기철 등 실제 존재했던 인물들이 무협에 가까운 액션을 펼치는 걸 보며 대다수의 시청자들을 당혹스러워했다. 물론 액션씬이 그럴듯했다면, 이 부분은 전혀 당혹스럽지 않았겠지만, 문제는 CG도 액션도 어설픈 느낌을 자아냈다는데 있다.

  이렇게 이야기가 복잡하고 볼거리가 어설프다면, 스토리라도 탄탄해야할텐데, 적어도 신의 초반부의 스토리는 탄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왜 하필 공민왕이 귀국하는 날 하늘문이 열렸는가 하는 점은 둘째치더라도, 고려와 원의 국경 지점에서 워프를 한 최영이 현대 서울의 한복판에 떨어진 건 개연성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또한, 기껏 진중한 분위기를 만들어놓고는 여주인공 은수의 과거 이야기를 코믹하게 늘어놓아 드라마의 흐름을 끊어놓았다. 더군다나 이 부분은 드라마 전반적으로 사족에 가까웠다.

 

  그 밖에도 드라마 초반부에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헤치는 장치들이 여럿 있었다. 나름대로 타임슬립물이라는 걸 표현하기 위해서인지 드라마 초반 내내 최영은 현실세계에서 들고온 전경방패를 들고다녔는데, 이 부분은 잘만 표현했다면, 나름대로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어설픈 액션씬과 맞물려 의도치않게 드라마의 분위기를 코믹하게 만들었다. 또한, 드라마 초반부 등장한 애니메이션은 나름대로 참신한 시도이긴 하지만, 진중한 분위기에서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했기에 이 역시 드라마의 진중한 분위기를 헤쳤다.

 

  드라마 자체를 망쳐놓은 결정적인 무리수는 없었지만, 거듭되는 무리수와 복잡한 이야기 전개, 그리고 어설픈 액션은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이탈을 유도했다. 결국 7화 정도까지는 상승세를 보이던 시청률은 이후 하향세를 보였고 신의는 마지막까지 10% 초반대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안타까운 건, 시청자들이 신의를 떠나가기 시작할 무렵부터 신의가 안정적인 전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여러 드라마를 히트시킨 관록답게 송지나 작가는 드라마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부터 비판받은 요소들을 최소화하고 그나마 호평을 받은 로맨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축한다. 이로 인해 드라마 초반 신의의 주요 내용이었던 ‘현대 의사가 고려시대로 타임슬립을 한다’라는 설정의 비중은 축소되었지만, ‘현대 여자와 고려 시대 무사의 로맨스’라는 설정을 강화해 이야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시작한다.

 

  신의는 시청률 면에서는 실패했지만, 2012년 방영된 드라마 중 가장 열성적인 매니아 팬층을 얻게 되는데, 이는 바로 드라마 중반부부터 강화된 로맨스가 그 때까지 남아있던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드라마 중반부 이후의 몰입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일단 로맨스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자, 인물들에 대한 감정몰입이 수월해졌으며, 그로 인해 다소 유치하고 복잡해보여 몰입하기 어려웠던 여러 가지 설정들도, 작중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장치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렇듯 로맨스를 중심으로 재구축된 신의의 스토리는 드라마 중반부 이후의 전개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었으나, 처음 기획과는 달라진 내용전개와 복잡했던 설정은 결국 드라마 후반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신의는 드라마 중반부 이후 로맨스가 강조되면서 차근차근 풀어나갔어야할 이야기들을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 후반부에 이르러 갑작스럽게 모든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하여 신의는 중반부의 몰입감 높은 안정적인 전개에도 불구하고 용두사미로 이야기를 끝마칠 수밖에 없었다. 로맨스의 완성도를 위하여 다른 요소들을 모두 포기해버린 셈인데, 그로 인해 마지막 24화의 전개는 그야말로 개연성 없는 전개의 전형을 보여준다.

 

  결국 신의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에 실패한 드라마다. 다양하지만 유기적이지 못했던 요소들로 인해 시청률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극약처방으로 이야기의 중심축을 로맨스로 바꿔 안정적인 전개를 꾀했지만, 종국에는 잘못 들어간 첫 단추에 발목이 잡혀버렸다. 다양한 요소들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한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러한 의도가 신의를 실패로 이끈 셈이다.

  • 초현실주의 2013.04.08 00:38 ADDR 수정/삭제 답글

    깊이 공감합니다...
    마지막까지 수건 적셔가며 본 1인으로써
    실패한 드라마라는 표현은 너무 가슴아프지만...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성외래객 2013.04.08 01:20 신고 수정/삭제

      공감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신의는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았던 지라 재미있게 본 드라마인데, 초반 스토리 전개로 인해 결국 실패한 드라마가 된 게 참 아쉽네요.

  • 제라늄 2013.04.11 14:07 ADDR 수정/삭제 답글

    신의 광팬으로서 너무나 공감합니다
    지금도 자주 VOD로 찾아보면서 초반의 안재욱 나오는장면, 점집에서 오광록의 부정확한 발음의 재미없는 코믹장면, 긴 애니메이션장면등은 건너뛰고 본답니다.
    저만 그런건 아니었나보네요.
    그래도 얼음호수의 수묵화같기도 수채화같기도한 장면은 너무 좋았어요.
    마직막회의 완벽하게 꿰어맞춘 좋은대본 다무시해버리고 서먹한 사람 만난듯한 엔딩장면은 너무 화가 나더군요.
    그나저나 소설 신의2권부터는 왜 안나오는걸까요~

    • 성외래객 2013.04.13 16:53 신고 수정/삭제

      초반부에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흐트러진 감이 있죠. 특히 신의는 코믹멜로물을 지향하고 있지 않음에도 1~2화에 그런 장면들을 집어넣은 건 다소 무리수였다고 보여집니다.

      저도 24화는 여러모로 아쉽네요. 그래도 초반의 산만햇던 분위기를 잘 추슬러서 23화까지 잘 이끌고 왔는데 24화에서 이건 자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를 허둥지둥 마무리 지어서요; 극초반과 24화만 제외한다면 비교적 스토리가 탄탄한 편이었는데 좀 아쉽네요. 아 개인적으로 저도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CG 장면만큼은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ㅎㅎ

  • 신의 2013.04.11 23:33 ADDR 수정/삭제 답글

    신의가 2번 엎어져서 그래요... 1번은 이준기 였는데 군대가서 망하고 2번은 강지환 인데 중반까지 찍다가 파토 이유는 잘모르겠고 3번째만에 ...된거라 자금이 많이 딸리겟 조아마

    • 성외래객 2013.04.13 16:55 신고 수정/삭제

      뭐,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프로'들이 시청자를 대상으로 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로 인해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진 걸 변명하기는 어렵죠. 어쨌든 신의가 방영되기 전까지의 제작과정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사정이 있었다면 참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