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케이트

                    
                      신디케이트 1
                    6점
박성호 작가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신디케이트.

실제 신디케이트라는 단어의 뜻은 다르지만 이 작품 내에서는 갱조직을 의미하며 주인공들이 운영하는 상단의 이름이기도 하다. 또한, 주인공인 신디카이저와 케이티라스를 합쳐서 부르는 애칭(?)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지스로 성공적으로 복귀를 한 박성호 작가는 언젠가 한번은 복수극을 그려보고 싶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몰락한 백작가의 자제였지만 열심히 수련하여 높은 검술실력을 가지게 된 시나트라는 앞으로 열릴 검술제의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레나스 공주와도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정말 친했던 친구들의 배신으로 오른손의 힘줄이 끊기고 평생을 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가게 된다.

시나트라는 죽기 전 레나스 공주가 주었던 위시 링에 반드시 복수를 이루게해달라며 소원을 빌고 그 순간, 한국에서 배신을 당해 죽어가던 유진성의 영혼이 들어온다. 그리고 유진성은 시나트라의 기억을 이어받은 후,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에게 복수를 꿈꾸게 된다라는게 주요 스토리다.

기본 스토리만 보더라도 신디케이트의 기본 골격은 복수극의 명작인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이야기 구조와 유사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이후에도 시나트라는 수용소에서 케이티라스라는 인물을 만나 탈옥에 성공하고 실력을 기른 후, 조국으로 돌아와 복수를 준비하게 된다.

이렇듯 스토리 구조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 따왔지만 박성호 작가는 여기에 판타지 세계관과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유희를 씌워 신디케이트를 진행해나간다.

확실히 박성호 작가를 장르문학 시장에 자리매김하게 해준건 높은 수준의 언어유희와 위트,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코믹함이었다.이러한 박성호 작가의 특징은 웃음을 목적으로 한 소설이었다면 매우 강력한 장점이 되었을 테지만 아쉽게도 진지한 소설에서는 오히려 단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처녀작 아이리스 때부터 박성호 작가는 코믹한 와중에도 진지한 장면들을 그려내왔다. 그리고 그 때만큼은 그전까지의 유쾌한 분위기를 배제하고 분위기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지스 때부터 진지해야할 장면에서도 유머를 섞기 시작하더니 신디케이트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신디케이트에서 이 부분이 더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지스가 애초에 코믹판타지를 표방한 것에 비해 이 작품은 몬테크리스토 백작 류의 복수극을 표방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복수를 하기 위해 기반을 닦는 부분이라 하여도 내용이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되니 주인공이 복수를 할 생각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매번 복수를 생각할 때마자 시나트라의 인생을 망친 것때문이라기보다는 유진성의 입장에서 자신을 5년 동안 수용소에 박아놓은 부분이 열받는다라고 하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감정이입이 될래야 될 수가 없다.

애초에 복수의 주체가 시나트라가 아닌 유진성이라는 부분은 복수의 정당성이 많이 떨어졌는데 자신조차도 저렇게 생각하니 독자 입장에서는 몰입이 될 수가 없다.  

이 밖에도 주인공 유진성은 전작 아이리스나 이지스의 주인공들과 유사한 사고체계를 보여준다. 신디케이트가 애초에 유쾌한 복수극을 표방한 작품도 아닌데 계속해서 이런 부분들이 등장하니 책 자체의 재미와는 별개로 복수극으로서의 맛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비교적 6권에서는 복수극 특유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을 했는데 그런 와중에도 고문을 하는데 때리기 좋은 머리라는 등의 유머를 유사한다. 6년을 준비해온 복수이고 이제 그것을 이룰 수 있게 되었는데 상식적으로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복수극에서의 유머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간에 과하면 좋지 않은 법이고 이왕 쓸거면 적재적소에 써야지 이렇게 무분별하게 쓰는건 이야기의 질을 떨어뜨린다.  

더군다난 유진성은 시나트라와는 별개의 타인이다. 그가 복수를 대행할 이유는 없다. 시나트라가 그에게 무슨 각인을 해놓은 것도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전개를 보여주니 1권과 6권을 제외하고는 이게 복수극이라는 느낌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사실 책을 읽는 내내 왜 굳이 유진성이 차원이동을 해야했는가라는 의문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유진성이 시나트라의 몸으로 들어가서 생기는 이야기상의 이득은 왼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밖에 없다. 패밀리 전쟁 중에 유진성 자신이 뒷세계 인물이라 이런거에 익숙하다고 말하긴 하지만 실제로 그의 뒷세계 경험이 도움이 되는 건 거의 없다.

차라리 차원이동을 배제하고 시나트라가 왼손으로도 검술을 사용할 수 있을 만한 계기를 만드는 쪽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점은 케이티라스라는 존재다. 작품 속의 케이티라스는 거의 만능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등장인물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마법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머리도 똑똑하고 얼굴도 잘 생겼다.

문제는 복수와 관련된 준비를 대부분 케이티라스가 한다는 점이다. 유진성은 복수를 해야겠다는 생각만하지 딱히 어떤 일을 벌이지는 않는다. 계획을 짜고 그것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인물은 다름아닌 케이티라스다. 유진성은 장기의 말처럼 케이티라스의 작전을 따를 뿐이다.

복수의 정당성도 부족하고. 작품내 분위기도 복수극의 분위기가 아닌데 복수를 준비하는 인물마저도 주인공이 아니다.

물론 중요한 장면은 유진성이 등장하지만 위에도 언급했듯이 그는 케이티라스의 작전을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에 불과하다. 거의 만능에 가까운 존재가 주인공을 도와주니 이야기의 흥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마무리다. 이래저래 비판을 하긴 했지만 책 자체는 술술 읽혔고 특히 6권의 전개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한 권 동안 세 명에게 어떻게 복수를 할까 싶어서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비교적 무리 없는 전개를 보여주었다. 특히 하워드와의 전투에서 '내가 시나트라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이 작품에서 좀처름 느끼기 힘들었던 카타르시스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었다.

이후 레나스에게 모든 진실을 밝히고 헥터에게 복수를 마무리하는 내용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다음 이어지는 에필로그.

뭔가 거창한 에필로그를 바란 건 아니지만 조금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에필로그가 빈약했다. 전반적으로 비판하는 글이 되었지만 앞서도 언급했듯 6권 자체의 몰입감은 확실히 높았다. 하지만 고작 세페이지에 불과한 에필로그는 독자의 맥을 끊어놓기에 충분했다.

에필로그의 이야기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3페이지로 지금까지 진행해 온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건 확실히 무리였다.

이지스 때부터 조금씩 느끼던 거고 앞에서도 많이 언급했지만 이제 박성호 작가의 강력한 장점이었던 언어유희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독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의 언어유희는 대중성을 뒷받침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대한 요인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가 계속 코믹판타지를 표방했으면 모르되, 진지한 복수극을 그려낼 거였다면 확실히 이런 부분은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p.s 그의 두번째 작품 샷오브데스티니는 개인적으로 명작까지는 아니지만
     수작이라고는 할만한 책이었다. 그리고 그 책에서 그는 위트와 진지함을
     잘 구분해서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였었다.
     샷오데와 신디케이트의 차이는 3인칭과 1인칭이라는 거.
     3인칭으로 썼으면 좀 더 괜찮은 작품이 되었을려나(...)

  • 2012.09.14 23:36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 성외래객 2012.09.15 16:29 신고 수정/삭제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떠한 언급이나 복선 자체가 없기 때문에 확실히 이렇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작중 케이티라스가 보여주는 능력이나 굳이 에필로그를 이런식으로 처리한 걸 보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책을 덮으면서 그런 존재가 아닐까하고 생각도 해봤고요ㅎ

  • 후후 2013.04.02 23:38 ADDR 수정/삭제 답글

    으음..전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케이티라스가 혹시 골드드래곤 크라니시어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 성외래객 2013.04.03 10:06 신고 수정/삭제

      신디케이트 상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준 케이티라스인만큼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높죠. 에필로그를 의도적으로 그렇게 끝낸 것도 그렇고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