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신과 함께 세트 - 전3권
                 10점

짬이라는 군대만화로 이름을 알린 주호민 만화가의 네이버 데뷔작, '신과 함께.'

전역하고 뭐 재밌는 웹툰 없냐고 물어보자 당장에 추천이 들어온 작품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끌리지 않았는데 짬을 그린 만화가의 후속작품이란 소리에 냅다 보기 시작했다.

작가의 전작들을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사실 주호민 만화가의 작화실력은 그리 뛰어나다고 볼 수 없는 편이다. 어찌보면 살짝 학습지 연재만화 삘이(...)

또, 짬의 경우는 주호민 만화가가 자신의 군생활을 담담하게 돌이켜보면서 여러 사람의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 케이스지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작품이라 보기는 힘들었다. 군생활을 주제로 했다는 만화의 특성상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었기도 하고.

그리고 짬 이후 야후에서 연재한 무한동력의 경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야기가 굴곡 없이 흘렀기에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신과 함께의 경우 그동안의 이러한 평가를 뒤집기라도 하듯 독창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를 보여준다. 뭐 그림체는 여전하지만(...)

작품은 크게 두 가지 줄기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평범하게 살다 술병에 죽은 김자홍이 저승에서 49일간 7번의 재판을 받는 이야기고 또 다른 하나는 억울하게 죽은 유성연 병장이 저승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탈출해 이승에서의 원한을 해결하려는 내용이다.

김자홍 편은 주호민 만화가가 만든 세계의 독창성을 보여주며 읽다보면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저승에 지하철을 타고 가고, 죽은 사람들을 위한 변호사가 있는데 이승에서 착하게 살수록 강력한 변호사에게 변호를 받을 수 있는 등 정말이지 만화같은 상상력과 더불어 일곱 번의 재판에서 느껴지는 착하게 삽시다라는 주제는 거의 세뇌수준(...)

엔하위키에서는 신과 함께를 본격 착한 일 하고 싶어지는 만화라 지칭했다;

김자홍 편을 보고나면 괜시리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특히 중간에 불효에 대해서 다룬 지옥에서 엑스레이를 통해 부모님 가슴에 못을 얼마나 박았는가가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사람 여럿 울렸다.

일곱 번의 재판을 받는 김자홍 편이 옴니버스 형식의 재판으로 전개된다면 유성연 병장은 하나의 긴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오발사고로 죽은 유성연 병장은 원한을 품고 저승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탈출하게 되고 저승차사들이 이를 뛰쫓는다는게 이야기의 큰 맥이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꿈 속에서 유성연 병장과 어머니가 만나는 이야기.

짬에서부터 느낀 거지만 주호민 만화가의 작품은 어떠한 명대사가 있는 것도, 특별히 강력한 연출이 있는 것도, 작화가 뛰어난 것도 아닌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리고 이 힘은 어떠한 만화가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주호민 만화가만의 강력한 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의 힘을 느낀 건 웹툰 쪽에서는 강풀 만화가 이후로 처음이다. 이토록 사람 살아가는 냄새가 나는 만화라니.

아까 김자홍 편에서 사람 여럿 울렸다면 이 부분에서는 그야말로 대성통곡(...)

그 순박해보이는 그림체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 부분 보면서 '소대장 ㅅㅂㄹㅁ'를 외친게 한둘이 아닐 거라 확신할 수 있다;

이렇듯 저승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사람 냄새나는 감성으로 대호평을 받은 주호민 만화가의 네이버 데뷔작 '신과 함께'는 시즌2 이승편을 예고하며 저승편을 끝냈다.

짬을 볼 때는 정말 이 만화가 괜찮네 정도였는데 신과 함께에서는 '엉엉 나를 가져요ㅠ.ㅠ';;

전역하고나서 내년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초조했는데 이 만화 보고나서 내년이 조금 길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서 돌아와주세요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