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어즈 에볼루션R(2009) - 원작의 어설픈 반영이 불러온 시리즈의 몰락

 

  슬레이어즈 레볼루션의 처참한 실패로 슬레이어즈 에볼루션R은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방영을 시작해야 했다. 아예 새로운 시리즈라면 모를까, 시리즈 최고의 망작이라 칭해지는 슬레이어즈 레볼루션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에볼루션R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에볼루션R은 팬들의 낮은 기대치와는 달리 레볼루션보다는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 초반부부터 나가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슬레이어즈 팬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레볼루션에서 벌려놓기만한 이야기를 조금씩이나마 수습해가며 이야기를 정돈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즈마 에피소드에서 원작 소설과는 전혀 다른, 더군다나 개연성마저 떨어뜨린 전개를 보여주어 레볼루션 못지 않은 강한 비난을 받긴 했지만, 이후 레조의 진정한 목적이 드러나고, 이로 인해 인물들 간의 갈등이 극대화되는 부분은 과거 슬레이어즈 전성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탄탄하면서도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역시나 이야기를 망가뜨릴 대로 망가뜨려버린 레볼루션의 뒷수습을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레볼루션과 비교했을 때,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던 에볼루션R은 결국 이야기 후반부에 이르러, 레볼루션의 뒷수습을 포기해버린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막 나가는 전개를 보여주기 시작했으며, 이는 에볼루션R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떨어뜨리는데 일조하고 말았다. 레볼루션의 실패를 의식한 것인지, 나름대로 다시 기합을 넣고 이야기를 재정비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결국 레볼루션이 비난받은 요소들을 제대로 수습하는데는 실패하고 만 것이다.

 

  레볼루션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던 에볼루션R마저 이야기 수습에 실패하고 몰락하면서, 트라이 이후로도 10여년 동안 강한 팬덤을 유지하고 있던 슬레이어즈 시리즈는 몰락하고 말았다. 물론 90년대 후반을 화려하게 장식한 전통있는 시리즈이니만큼, 재기의 가능성마저 사라져버린 건 아니지만, 슬레이어즈의 후속작을 바라는 목소리가 급속도로 줄어든 것만큼은 사실이다.

 

  레볼루션-에볼루션R 시리즈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탄탄하지 못한 스토리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트라이가 다소 개연성 없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호평을 받았던 걸 떠올린다면, 레볼루션-에볼루션R 시리즈의 실패의 요인이 그저 스토리에 있다고만은 보기 어렵다.

  트라이와 레볼루션-에볼루션R 시리즈의 결정적인 차이는 트라이는 원작을 거의 건드리지 않고, 독자적인 오리지널 스토리를 추구한 반면, 레볼루션-에볼루션R 시리즈는 적극적으로 원작을 반영하려 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10여년 만에 시리즈가 부활하는 것이니, 제작진으로서는 팬들의 관심을 쉽게 모을 수 있는 ‘원작 반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이는데, ‘원작 반영’이라는 카드는 수많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날의 칼이다. 아예 원작과 똑같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모를까, 원작을 기초로 내용을 변형하는 경우, 어지간히 잘 만들지 않는 이상에야, 원작 팬의 반발을 사기 마련이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레볼루션-에볼루션R 시리즈는 원작을 어설프게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스토리마저 부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여기에 전반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한 스토리가 겹치면서, 결국 시리즈의 몰락을 불러오고 말았다.

  • ffdd 2014.01.09 01:58 ADDR 수정/삭제 답글

    트라이까지 굉장히 재미있게 보고 팬이었는데.. 그냥 레볼루션은 안봐야겠네요 ㅋㅋ 팬으로 남고싶어요 ㅜ

    • 성외래객 2014.01.12 14:22 신고 수정/삭제

      초반만 하더라도 그리 나쁘지 않았었는데, 어쩌다 이렇게까지 망가지데 된 건지;;

      슬레이어즈 팬으로서 레볼루션과 에볼루션R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었는데, 이렇게까지 몰락한 게 참 가슴 아픕니다ㅠ.ㅠ

  • 2014.01.21 19:32 ADDR 수정/삭제 답글

    지나칠 정도로 op긴 했지만 리나의 능력치가 전반적으로 많이 하향되어 있어서 위화감을 강하게 느꼈음.
    마왕을 둘씩이나 쳐바른 리나가 일개 도적놈한테 고전하고, 제로스를 쳐바르는 바르가브를 쳐바른 리나가 제로스보다 약한 걸로 묘사된건 진짜 실망.

    • 성외래객 2014.01.24 21:11 신고 수정/삭제

      어, 사실 제로스가 리나보다 월등히 강한 건 원작과 애니메이션 모두 인정하고 넘어가는 부분입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고위마족 제로스와 인간 리나가 동일선상에 놓일수는 없죠^^;;

      다만, 리나가 샤브라니구두를 잡을 수 있었던 건, 기가 슬라이브라는 창조주 로드 오브 나이트메이어의 힘을 빌린 마법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죠.

      즉 단순히 실력만 놓고본다면 리나가 제로스에 밀리는게 사실이나, 기가 슬라이브라는 일종의 반칙에 가까운 일격필살 기술이 있었기에 샤브라니구두를 잡을 수 있었던 거죠ㅎ

      그리고 트라이에서 제로스가 바르가브에게 밀리는 장면은 개인적으로는 연출이 미숙하다고 보여지는 부분입니다. 그 부분을 보면 제로스가 바르가브를 무난하게 바르고 있다가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바르가브에게 역습을 당하는데, 능력 자체가 제로스가 월등한 상황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밀리는게 사실 말이 안 되긴 하죠^^;

    • 라그나 블레이드 2015.12.19 07:45 수정/삭제

      제로스가 훨씬 강하죠; 제로스빠라서 그런게 아니라 제로스는 수왕이 신관과 장군을 합해서 만든 마족이니까요 마룡왕 가브랑 맞먹을 겁니다 마왕의 다섯 심복을 제외하면 제일 세다고 헸으니까요 트라이가 욕먹는 이유가 바로 설정 파괴에요ㅋㅋ 정신 공격이라는 사기 능력도 나오고ㅋㅋ

  • 라그나 블레이드 2015.12.18 20:52 ADDR 수정/삭제 답글

    슬레이어즈 팬으로서 정말 아쉬워요 개인적으로 트라이도 그닥이라서..; 1기랑 넥스트로 만족해야 겠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