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년탐정 김전일 1권:오페라 저택․새로운 살인(2012) - 시즌 1의 향수를 느끼다

  소설 소년탐정 김전일은 90년대 중반,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나오게 된 작품으로 지금까지 총 8개의 작품이 출간되었다. 국내에서도 소년탐정 김전일의 전성기 때의 인기는 대단했던 터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소설판이 출간되었다. 문제는 초반에 높은 판매량을 보이던 소설판이 갈수록 저조한 성적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초판 발행부수 자체가 떨어져버렸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소설판은 국내에서 너무나도 구하기 힘든 책이 되어버렸고, 어쩌다 한 번 중고물량이 나오면 시세가 높게 책정되었기 때문에, 국내의 소년 탐정 김전일 팬덤은 오랜 시간 동안 소설판의 재출간을 바래왔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시즌1이 완결되면서 사실상 소년탐정 김전일의 전성기가 끝났고, 이후 시즌2의 연재가 재개되긴 했지만, 반응이 예전만 못했기에, 국내에서 소설판이 다시 나온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다.

 

  그런데 2012년 일본에서 소년 탐정 김전일 20주년을 기념하여 소설판이 재출간되었고, 느닷없이 서울문화사에서 2012년 판형에 맞추어 소설 소년탐정 김전일을 재출간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전에 출간되었던 명탐정 코난의 소설판이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자 김전일의 소설판도 출간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찌되었든 오랜 시간 소설판의 재출간을 바래왔던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1권의 판매량이 나쁘지 않게 나온 탓인지, 출판사 측에서는 12월에 2권을 출간하고, 이후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출간할 것이라 밝혔다. 다만, 12월이 지났음에도 아직 2권은 출간되지 않았다.

 

  소설판의 첫 번째 이야기인 오페라 저택․새로운 살인은 제목에서부터 원작의 첫 번째 사건이었던 ‘오페라 극장 살인사건’의 후속사건임을 밝히고 있다. 소설판의 첫 번째 사건을 원작의 후속사건으로 정한 이유는 작가의 말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출판사 쪽에서는 김전일을 읽어본 사람들과 아직 김전일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작품을 원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작가가 선택한 사건이 바로 원작의 첫 번째 사건 ‘오페라 극장 살인사건’이었다. 원작에서 이 사건 자체는 깔끔하게 처리가 되었지만, 저택의 주인 쿠로사와 카즈마의 딸이 자살한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소설판에서는 원작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원작의 후속사건이니만큼 첫 번째 사건에서 등장했던 인물들도 몇 명 모습을 비추고 있다. 다만, 작가의 말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김전일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도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추구했기 때문에, 전작의 사건을 모르더라도 작품을 읽는데에 큰 지장은 없다.

 

  소설판의 전반적인 사건 전개 느낌은 원작의 사건과 유사하다. 아무래도 똑같이 ‘오페라의 유령’을 모티브로 했기에 그런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원작을 읽어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향후 어떤 식으로 사건이 전개될지가 어느 정도 예상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흥미를 저하시킬 수도 있는 요소였다.

 

  다행히도 소설판은 그저 원작의 사건을 답습하지는 않는다. 전체적인 사건의 전개 과정, 그리고 사건의 동기는 원작과 유사하지만, 트릭에 몇 가지 다른 요소들을 집어넣어 비슷한 느낌이긴 하지만, 전혀 다른 사건을 연출해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첫 번째 사건에서 드러난 매우 작은 의문이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로 작용한 건 인상적이었다.

 

  마침내 밝혀진 범인의 정체는 상당히 의외였다. 나름대로 반전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사실 범인의 정체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범인의 범죄동기였다. 소년탐정 김전일이 한 시대를 풍미한 만화로 성장한 데에는, 짜임새 있는 사건의 전개도 전개였지만,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범죄동기도 한 몫했다. 그러나 시즌2로 오면서 이러한 장점들이 다소 약해졌다는 평을 받았는데, 소설판에서는 시즌2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시즌1의 장점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사실 소설판 자체가 소년탐정 김전일 시즌1이 진행되는 도중에 나온 작품인지라,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국내에서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2012년에야 소설판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2012년에 출간된 이 작품으로 소설판을 처음 접한 독자들이라면, 오래간만에 시즌1의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