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탐정 김전일 시즌2 - 장미 십자관 살인사건

  20주년 기념 시리즈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장미 십자관 살인사건은 오래간만에 타카토 요이치가 얼굴을 비춘다는 점만으로도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에피소드다. 더군다나 작품 초반부부터 김전일과 요이치가 러시아 인형 살인사건 이후 두 번째로 동맹을 맺고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전개로 팬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장미 십자관 살인사건은 팬들의 이러한 높은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치는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작중 최고의 악역을 데려오고, 작가들 역시 초심으로 돌아간다며 나름대로 공을 기울인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장미 십자관 살인사건 역시 시즌2에 들어오면서 심화된 매너리즘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이제는 거의 클리셰로 굳어진 특정 공간에서 살해당하는 피해자들, 그리고 진실을 추적하는 김전일이라는 원패턴은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여전했으며, 무엇보다도 시즌2에 들어오면서 어지간한 일반인들은 존재 자체도 모르는 도구를 이용한 트릭의 활용은 장미 십자관 살인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물론 20년이라는 기나긴 연재 기간에 따른 소재고갈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많은 팬드의 기대를 모았던 에피소드마저 시즌2의 단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부분은 꽤나 아쉽다.

 

  다만 사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시즌2의 고쿠몬 학원 살인사건 때부터 그저그런 악역으로 전락한 타카토 요이치가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최종보스다운 모습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게 팬들에게는 나름대로 위안이 될 것 같다.

 

  더불어 장미 십자관 살인사건은 20주년 기념 시리즈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동시에 앞으로 있을 사건에 대한 프리퀄 적인 성격이 강한 에피소드다. 장미 십자관 살인사건에서는 타카토 요이치의 가족관계가 꽤나 상세하게 소개되는데, 이러한 복선들을 토대로 에피소드의 결말부에서는 타카토 요이치가 자신의 가족사를 추적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지금까지 독립적인 에피소드들을 주로 다뤄왔던 소년탐정 김전일에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후속 에피소드를 예고한 상황인데, 타카토 요이치가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갖는 비중을 고려하면, 향후 나오는 관련 에피소드는 아무래도 소년탐정 김전일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소년탐정 김전일 시즌2가 시작된지도 어언 8년째이고, 시즌2 자체가 김전일과 타카토 요이치의 재대결이라는 설정 하에 시작되었기에, 시즌2가 끝나는 지점도 둘의 대결이 마무리될 때일텐데, 타카토 요이치의 가족사를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는 내용을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배경이다. 물론 타카토 요이치와 얽힌 에피소드가 등장하기 전에 개별 에피소드가 몇 건 더 진행되리라 생각되지만, 장미 십자관 살인사건의 내용을 볼 때, 작가들도 이제 시즌2의 마무리를 염두해두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