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2009) - 액션 히어로로 변모한 세기의 명탐정

 

  셜록 홈즈는 일찍부터 다양한 작품에서 재창작되어왔다. 1887년 주홍색 연구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래, 장장 120년이라는 세월 동안 탐정의 대명사로 군림해왔으니, 이 캐릭터를 재창작한 작품은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탐정의 대명사 격인 캐릭터라 그런 걸까? 대다수의 작품들에서 홈즈는 우리가 흔히 탐정하면 떠오르는 냉철하고 이지적인 이미지로 그려졌다. 물론 원작의 홈즈는 냉철하고 이지적인 캐릭터가 맞다. 그러나 그저 한 가지 이미지로 묘사하기에 원작의 홈즈는 너무나 다양한 면모를 가진 캐릭터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 외의 지식은 전무한 인물이며, 사건이 없으면 방에 처박히기가 일수다. 가끔은 흥분이 필요하다며 코카인을 흡입하는 다소 괴팍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 한편, 홈즈는 기대 이상으로 무술에 능한 인물이기도 하다. 원작에서는 종종 홈즈가 무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홈즈가 모리어티 교수와의 결전에서 부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그의 출중한 무술 실력에 있었다.

  2009년 모습을 드러낸 가이 리치 감독의 헐리우드판 셜록 홈즈는 원작에서 나타나는 홈즈의 괴팍한 면모와 무술에 능하다는 설정을 극단적인 형태로 부활시킨 영화다. 이 영화에서 홈즈 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에서 보여준 적이 있는 괴팍한 천재의 이미지를 원작의 홈즈에 맞게 변형시켜 보여준다. 영화에서의 홈즈는 사람들을 당황케하는 엉뚱한 실험을 취미로 하며, 결혼을 앞둔 왓슨의 배우자를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자신이 연모하는 아이린에게 흠뻑 빠진 모습을 보인다. 원작의 괴팍한 면모와 동시에 엉뚱한 천재의 모습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원작의 홈즈와는 다소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영화의 홈즈 역시 무술에 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홈즈는 종종 파이트 클럽에서 돈을 벌어오기도 하고, 작중 대부분의 악역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면모를 보인다.

  홈즈의 영원한 파트너 왓슨의 캐릭터도 상당히 변했는데, 지금까지 왓슨은 대체로 홈즈의 보조역으로 인식되어왔지만, 원작의 왓슨은 보조 이상의 역할을 가진 인물로 바스커빌 가의 개에서는 홈즈 못지 않은 활약상을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이 점을 받아들여 왓슨을 홈즈 못지 않은 추리력과 무력을 지닌 인물로 발전시켰다. 다만 원작의 왓슨이 홈즈의 파트너라는 느낌에 가까웠던 반면, 영화의 왓슨은 홈즈의 단 하나 뿐인 친구라는 느낌에 가까워졌다. 실제로 이 영화의 개그요소는 대다수가 홈즈와 왓슨의 애정어린 말싸움에 기반하고 있다.

 

  제작진이 원작의 캐릭터성을 극단적인 형태로 재창조한 이유는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홈즈의 색다른 면모를 부활시키고, 왓슨을 재해석해보겠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역시나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가 추리, 스릴러물이 아닌 액션 블록버스터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셜록 홈즈라는 가장 유명한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에 비하면 추리물적인 요소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야기의 첫 부분을 장식한 블랙우드 아지트 잠입씬에서부터 영화는 추리가 아닌 액션 위주로 내용을 전개시켜나간다. 이 영화에서 홈즈는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기보다는 뛰고 구르는 등 온갖 고생을 다해가며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인다. 원작의 홈즈가 모리어티 교수와의 대결을 제외하면 핀치에 몰린 적이 거의 없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는 이례적인 부분이다. 물론 영화를 전개하면서 홈즈가 추리력을 발휘하는 장면도 나오고,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것도 홈즈의 추리력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덤에 불과할 뿐,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액션 블록버스터 적인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 극단적인 셜로키언이라면 장르 자체를 바꿔버린 영화의 모습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추리라는 장르는 포기했을 지 모르지만, 원작 캐릭터의 원형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셜록 홈즈와 같은 두터운 팬층을 가진 작품을 재창작할 때, 원작 팬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 중 하나가 캐릭터의 원형을 헤쳤느냐, 헤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100년도 넘은 셜록 홈즈란 캐릭터를 원작의 속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나름대로 적절하게 재변주해냈다. 영화 셜록 홈즈의 스토리는 빼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관객을 몰입시킬 수 있는 수준은 되었고, 여기에 재가공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적절한 액션을 얹어 셜록 홈즈라는 추리물을 괜찮은 액션 블록버스터로 재창작하는데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