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구제(2009) - 여성의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추리소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인 성녀의 구제는 전편인 용의자 x의 헌신에 이은 장편 추리소설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두 번째 장편작이다.

 

  용의자 x의 헌신과 마찬가지로 성녀의 구제는 살인범의 정체가 사건 시작과 동시에 드러난다. 즉, 성녀의 구제에서도 ‘범인이 누구인가?’보다는 ‘어떻게 살해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어떻게 살해했는가?’의 진실은 용의자 x의 헌신과 통하는 면이 있다. 즉, 상상치도 못했던 반전으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방식인데, 트릭을 알고 나면 제목의 의미가 명료해지는 것도, 용의자 x의 헌신과 유사하다. 그리고 결말부를 읽고 나면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도 용의자x의 헌신과 똑같다.

 

  그렇다고 성녀의 구제가 용의자x의 헌신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말은 아니다. 사건의 전개, 트릭 등은 용의자 x의 헌신과 완전히 다른데, 책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가 용의자 x의 헌신과 유사하다는 말이다. 즉, 같은 시리즈이기에 느껴지는 동질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성녀의 구제에서 사건 외적으로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우쓰미 가오루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이다. 구사나기의 부하 형사로 이제 막 형사생활을 시작한 여형사인데, 구사나기가 전형적인 형사다운 수사방식, 유가와가 철저하게 논리에 입각한 과학수사를 보여준다면, 가오루는 이른바 여자의 직감을 이용한 감각수사를 보여준다. 그녀의 수사방법은 전반적인 사건의 트릭을 밝혀내는데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사건의 이상한 지점을 지적하는 데에는 탁월한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야기 상에서도 가오루가 지적한 부분들은 사건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로 작용한다.

 

  사실 우쓰미 가오루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창작한 인물은 아니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는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크게 히트했는데, 드라마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구사나기와 유가와의 남남 콤비보다는 남녀콤비가 괜찮지 않겠냐는 의견이 반영되어 새롭게 추가된 인물이 바로 우쓰미 가오루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드라마에서 새롭게 추가된 가오루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는지 성녀의 구제에서부터 가오루를 등장시키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오루라는 캐릭터 자체가 마음에 들었고, 감각이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사건을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에 괜찮은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러한 가오루의 등장은 성녀의 구제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진다. 성녀의 구제는 여성의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소설이다. 성녀의 구제는 유독 개개인의 심리묘사가 두드러지게 등장하는데, 사건의 주요인물들이 여성이다보니 대체로 여성의 심리가 세밀하게 묘사된다. 여기에는 여성과 여성 사이의 심리상황도 포함되는데, 이러한 여성심리는 결과적으로 사건의 동기와 트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성녀의 구제에서 여성의 감성은 매우 중요한 소재인데, 여기에 여자의 직감을 이용해 사건의 이상한 부분을 잡아내는 가오루가 등장했으니, 역시나 가오루의 등장은 좋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여성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책의 분위기와는 달리 성녀의 구제에서 가장 부각된 캐릭터는 다름아닌 구사나기다. 사실 이전 사건들에서 구사나기의 역할을 그렇게 크지 않았다. 사건을 접하고 의문점이 생기면 그걸 유가와에게 물어보고, 유가와의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게 이전 사건들에서 나타난 구사나기의 모습이었는데, 이번 권에서 구사나기는 주요인물들 중 가장 중요하게 묘사된다.

 

  사건 초반부터 용의자 아야네에게 연심을 느낀 구사나기는 유가와와 가오루가 아야네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만 아야네가 범인이 아닐 거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평소와는 달리 독자적인 노선으로 수사를 진행해나가는데, 그의 수사는 처음부터 난항을 겪는다. 그러나 형사 본연의 자세로 뚝심있게 밀어붙인 결과 그는 결정적인 상황 증거를 찾아내는 데에 성공하고,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결정적인 증거까지 찾아낸다. 이번 사건에서 트릭을 추리한 건 유가와였지만, 구사나기가 없었다면 용의자를 잡아넣을 수 없었다. 용의자 x의 헌신이 유가와의 이야기였다면, 성녀의 구제는 구사나기의 이야기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이번 사건에서 구사나기의 활약상을 두드러졌다. 성녀의 구제 마지막에 느껴지는 진한 여운은 형사 본연의 자세를 잊지 않은 구사나기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녀의 구제는 앞서 언급한대로 전작 용의자x의 헌신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나 단순한 자기복제에 그치지 않고, 장점의 계승,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그리고 기존 캐릭터의 재조명으로 역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참신함과 재미를 보여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