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례탑

흔히 사람들은 작품성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한 작품들을 가리켜 비운의 명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리고 지금 감상을 적으려는 살례탑은 비운의 명작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현재에도 국내에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않는 역사픽션.
(최근에 본 작품으로는 풍장의 시대와 바람의 화원 정도?)

그 장르를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시도한 작품이 있었으니 그 작품이 바로 살례탑이다.

더군다나 그 역사적 배경은 더욱 더 다뤄진 적이 없는 고려시대 중에서도 대몽항쟁시기이다.

주인공 문빈은 5년 전부터 꿈속에 나타난 여자귀신으로 인해 77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뛰어 고려시대 김사경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얼마있지 않아 몽고의 1차 침략이 시작되고 사경은 전란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의 업을 풀어나가게 된다는 것이 주 스토리다.

대몽항쟁시기를 배경으로 하는만큼 실제 역사에 존재했던 인물들도 등장하게 되는데 사경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김경손 장군은 실제로 10여명의 병사로 몽고와 맞섰던 인물이며 사경의 라이벌 격인 존재로 등장하는 살리타이 역시 실제 고려를 침략했던 몽고의 대장군이다.

승려 김윤후 역시 대몽항쟁 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장수이며 이야기 후반부에 등장하는 꼬마, 배중손 역시 후에 삼별초 항쟁 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장수다.

예전에 읽을 때는 역사에 큰 관심이 없었을 때라 이런 부분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래도 지금은 역사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지라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작가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가 눈에 보였다.

그리고 살례탑은 2003년 경에 11권으로 완결되었다가 2008년에 중앙북스에서 완전판 7권으로 재간되었는데 이번 완전판에서는 종이의 질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각권마다 외전이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원래 12권 완결 예정이었느나 당시 작가의 실력이 미숙하기도 했고 지면의 한계로 인해 11권으로 완결짓게 되었다는데 이번 외전을 통해 조금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했다.

덕분에 예전 버전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알탄하다스의 쌍둥이 동생의 존재감이 부각되었고 살리타이의 알탄하다스를 향한 사랑도 부각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김경손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도 외전을 통해 많이 부각되었다.

이번 완전판 외전 중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바로 7권에 실린 배중손 외전이다. 완전판 각 권에는 각기 다른 인터뷰 내용이 실려있는데 그 인터뷰 내용 중 작가가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가 배중손 장수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많이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7권에서는 배중손 장군의 외전이 실려있는데 삼별초항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단지 배중손 장군의 외전이라서 좋았던 것이 아니라, 김경손에서 시작된 시련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본편에서는 김사경에게 계승되었고 이러한 정신이 다시 배중손으로 이어졌다는 식의 스토리가 너무나 와닿았다.

작가분께서 문빈과 안경미소녀의 뒷이야기를 마지막 외전으로 할지 배중손 장군의 이야기를 외전으로 할 지 고민하다가 배중손장군의 이야기 외전을 그렸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외전들이 작가의 의도대로 본편의 스토리를 보강해주는 느낌이라 좋았다. 말그대로 외전으로써의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본편 감상에 도움을 많이 주었달까?

다시 살례탑 본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솔직히 말해 다시보니 처녀작이라 그런지 연출같은 부분에서 미숙한 곳이 보이긴 하지만...확실히 명작이란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권부터 물흐르듯이 전개되는 스토리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도 모두 개성있으며 전쟁으로 인한 비극을 여성작가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잘 그려내고 있다. 그러니까...여성작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쟁의 잔인함을 잘 그려내고 있다고나 할까.

특히 살리타이가 김경손의 식솔들을 무참하게 도륙하는 장면, 김경손 장군과 살리타이의 대결 장면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 gad 2009.04.09 13:49 ADDR 수정/삭제 답글

    근데 .... 은교가 알탄하다스인가요?

    전 청월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살리타이의 마지막 대사가..

    '아직 못 만났지만 기다리겠다'는 식으로 들려서..

    문빈이는 살리타이의 후생이지만 분명히 다르므로..

    알탄하다스보단 청월이 쪽에 더 끌릴 수도 있을 테고,

    하지만 내면에 살리타이의 감정도 남아 있을 테니

    문빈이 내부의 살리타이가 알탄하다스를 기다리겠다고 한 걸로

    해석하면 잘못된 건가;;

    • 성외래객 2009.05.19 13:12 신고 수정/삭제

      흠...저는 당연히 알탄하다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을 것 같군요; 그런데 읽은지가 좀 지나서 잘 기억이 안나는지라 자세한 답변은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만 전 이야기의 비중이나 내용전개상 청월이보다는 은교가 알탄하다스인게 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 노미영 2013.04.21 21:57 ADDR 수정/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살례탑의 작가 노미영 입니다 ^^
    은교는 알탄하다스 입니다.

    작화가 부족했던 시절이라.. 그얼굴이 그얼굴 같아서 많이들 은교의 전생이 누군지에 대해 질문을 주시곤 합니다.

    문빈이 업을 극복하려고 애쓴 노력의 과정이 끝난 후에야
    살리타이의 소망은 오랜기다림 끝에 이루어 졌다가 마지막 앤딩입니다.

    • 성외래객 2013.04.22 13:54 신고 수정/삭제

      와, 정말 노미영 작가님이신가요?ㅎㅎ

      개인블로그에 글을 남겨주시다니...살례탑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로서 영광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은교가 알탄하다스구나하고 넘어갔었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 은근히 논쟁(?)이 있었었나 보네요;

      어쨌든, 작가님께 직접 엔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새롭네요. 살례탑 완간 이후, 창작물로서는 활동을 안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언젠가는 그려주실 후속작 항상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