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 뻔하지만 기초를 지킨 드라마

  비밀이 첫 방영을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비밀이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KBS 수목드라마는 2013년 들어 줄곧 부진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전작이었던 칼과 꽃은 처음 기대와는 달리 처참한 성적으로 종영되었다. 더군다나 비밀은 흥행을 보장해줄 만한 이렇다할 스타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었고, 작가진 역시 처음으로 미니시리즈를 집필하는 신인이었다. 그나마 비밀에서 기대할 만한 요소는 연출을 맡은 이응복 PD가 드림하이, 학교 2013으로 호평을 받았다는 것 정도였다.

  반면 비밀의 경쟁작들은 방영 전부터 나름대로 기대를 받는 작품이었는데, MBC의 경우 전작인 투윅스가 시청률 면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호평을 받은 상황이었고, 연출은 해를 품은 달, 로열 패밀리의 김도훈 PD, 작가는 공부의 신, 브레인을 집필한 윤경아 작가인데다가, 출연진은 권상우, 정려원, 주지훈으로 비밀의 출연진보다는 나름대로 네임밸류가 있는 배우들이었다. SBS는 더욱 막강했는데, 전작인 주군의 태양의 흥행으로 후광효과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작가는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을 집필한 김은숙이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속자들이 앞서 나가는 가운데, 메디컬 탑팀이 쫓아가는 형상을 보일 거라 예상했으며, 비밀은 사실상 안중에도 없었다.

 

  실제로 비밀의 첫 회 시청률은 5%로 시청자들이 얼마나 낮은 기대치를 가졌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초반 몇 회가 방영되고나자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메디컬 탑팀의 경우 혹평을 받으며 애국가 시청률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상속자들은 10%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긴 했지만,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을 받았다. 반면 비밀은 방송 4회 만에 시청률이 10%대로 치솟더니 7회 이후로는 15%대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마지막회에는 18%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실상 방영 내내 수목드라마의 패권을 차지했다.

 

  예상치 못한 비밀의 성공은 2012년 최고의 드라마라 불리는 추적자 더 체이서를 떠올리게 하는데, 두 드라마는 모두 첫 방영 당시만 하더라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방영 초기부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시청률이 급등했고, 동시기 방영된 어떤 드라마들보다도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같은 행보를 보였다.

  비밀이 이렇듯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잘 짜여진 대본에 있다. 사실 비밀의 전반적인 시놉시스는 전형적인 신파극을 연상시킨다. 특히 안도훈에게 배신당해 모든 것을 잃은 강유정이 복수를 꿈꾼다라는 설정은 너무나도 익숙한 복수의 전형인데, 비밀은 이렇게 전형적인 시놉시스에 속도감 있는 전개와 스릴러적인 성격을 얹음으로써 기존의 신파극과는 차별화를 꾀했다. 그렇게 여주인공이 자신을 배신한 남자에게 복수를 한다라는 전형적인 시놉시스는 여러 가지 복선들과 맞물리며 뻔하지만 탄탄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비밀은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는데, 이러한 심도 깊은 내면 묘사는 이응복 PD의 유려한 연출력과 맞물려 여러 가지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시청자들에게 회자되었다. 특히나 화제가 되었던 장면이 13회 말미에 등장한 백허그 장면인데, 아름다운 단풍길을 배경으로 조민혁이 강유정의 화상 입은 어깨를 감싸며 뒤에서 안는 장면은, 수준 높은 연출력과 아름다운 배경, 그리도 드디어 민혁과 유정의 마음이 통했다는 상징성이 더해지면서 방영 후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렇듯 비밀은 단순하게 처리할 수도 있었던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다양한 연출을 통해 감각적으로 묘사하였는데, 이는 다른 드라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비밀만의 강점이었다.

  비밀의 성공을 논하는 데 배우들의 연기력을 빼놓을 수가 없다. 주연배우 4인방은 안정적이면서도 자신의 배역에 충실한 연기를 통해 호평을 받았는데, 특히 줄곧 연기력 논란에 휘말려왔던 황정음은 비밀이 그녀의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해도 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황정음이 연기력으로 지적을 받은 건, 정말 연기 자체를 못해서라기보다는 그녀 특유의 발성이 시청자들에게는 많이 거슬렸기 때문인데, 비밀에서 황정음은 자신의 단점을 상당부분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연기력 면에서도 한결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황정음은 연기력 논란 외에도 여러 가지 논란으로 최근 들어 비호감 이미지가 강해진 케이스였는데, 비밀에서의 호연으로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당부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비밀은 탄탄한 대본, 수준 높은 연출, 배우들의 호연이라는 3박자가 제대로 맞아떨어지면서 초반부터 화제몰이에 성공하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물론 비밀에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비밀은 강유정과 조민혁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부터 이 둘의 로맨스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로맨스에 너무 많은 비중을 할애하다보니, 정작 그동안 충실하게 깔아두었던 복선을 회수할 시간이 충분하지가 않았다. 이로 인해 마지막 16회에서 급하게 모든 복선을 회수할 수밖에 없었고, 강유정의 속시원한 복수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밋밋한 결말이라는 느낌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깔아두었던 복선의 질과 양, 그리고 인물 간의 갈등 관계를 고려하면 16회의 급한 내용 전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비밀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자신의 강점을 유지하며 식상한 시놉시스와 비교적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제작진이라는 약점을 훌륭하게 극복해냈다. 2012년 추적자 더 체이서와 마찬가지로 결국 좋은 드라마란 기초를 지키는 드라마라는 걸 유감없이 보여준 셈인데, 아직까지도 기초를 지키지 않는 드라마가 많은 한국 드라마의 환경 속에서 추적자 더 체이서와 비밀의 흥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ㅇㅇ 2013.11.24 21:52 ADDR 수정/삭제 답글

    잘읽었습니다 하지만한가지이해안가는것은 비밀배우들이엄청톱은아니지만 꽤네임벨류가있고 인지도높은배우들인것같은데요 특히나지성은더욱요

    • 성외래객 2013.12.09 17:05 신고 수정/삭제

      본문에서 네임밸류를 언급한 건, 상대적인 부분을 말한 것이었습니다^^

      대개 젊은 세대의 경우 지성이나 황정음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지만, 동시간대에 방영된 타 작품들에 비하면 스타파워가 조금 부족한 편이죠;

      지성의 경우 연기경력도 꽤 되었고,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배우이지만, 대중의 뇌리에 남을만한 히트작을 배출하지 못했고, 최근에도 좋은 평을 받은 작품은 많았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죠; 본문에서 출연진의 네임밸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한 건, 이런 부분들을 종합하여 말씀드린 부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