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 제대로 된 복수극의 정석

  2005년, 방영 전 부활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지금이야 인지도가 많이 올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엄태웅은 쾌걸 춘향을 통해 이제 막 얼굴을 알린 신인배우였을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의 엄태웅이라기보다는 엄정화의 동생 엄태웅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상황이었다. 이는 한지민도 다르지 않아, 대장금의 신비 역을 통해 어느 정도 인지도를 올리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신인 여배우로 분류되고 있었다. 이는 연출을 맡은 박찬홍 PD와 극본을 맡은 김지우 작가도 마찬가지로, 지금이야 중견급 PD와 작가로 분류되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인지도가 낮은 제작진일 뿐이었다. 김갑수, 기주봉, 이정길, 강신일 등 조연급이 비교적 탄탄하다는게 그나마 기대해볼만한 요소였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조연급들을 보고 드라마를 선택하는 시청자는 극소수였다.

 

  이러한 여러 가지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전작 해신이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기에 전작의 후광이 어느 정도 기대되었었지만, 이조차도 경쟁작이었던 MBC의 내 이름은 김삼순이 초반부터 치고나가면서 이조차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후 내 이름은 김삼순이 그야말로 국민 드라마급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부활은 시청률 경쟁에서 완벽하게 패배하고 만다.

 

  하지만 부활은 비록 시청률 경쟁에서는 완벽하게 패했지만, 다른 드라마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대체로 한 방송사에서 4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가 나오면 타 방송사의 드라마는 대중들에게 인식조차 되지 못하고 허무하게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부활은 전국에 내 이름은 김삼순 열풍이 부는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서서히 괜찮은 드라마라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내 이름은 김삼순 열풍 속에서도 부활 팬을 자처하는 이른바 ‘부활패닉’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내 이름은 김삼순 종영 이후 최종화에서는 시청률이 25%까지 급속도로 치솟게 된다. 비록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국민 드라마를 만나 방영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시청자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은 결과, 마지막에는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 것이다.

  이렇듯 방영 내내 호평을 받으며 마지막에는 유종의 미까지 거둔 부활은 복수극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과거 모종의 사건으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은 서하은(본명:유강혁)이 모든 진실을 알게된 후, 억울하게 죽은 쌍둥이 동생(유신혁)으로 위장하여 자신의 인생을 망친 자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시놉시스는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 그리고 속도감 있는 전개에 힘입어 제대로된 복수극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재미와 작품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부활이 인상적이었던 건,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복수가 사실 악역이었지만 실제로는 착했어 혹은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라는 식의 용두사미 결말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 반해, 부활은 서하은이 자신의 복수로 다치게 될 사람들로 인한 고뇌를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준 것은 물론, 그야말로 속시원한 복수가 무언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2013년 부활과 비슷한 케이스로 드라마 초반부 반응은 좋지 않았지만, 탄탄한 구성으로 호평을 받은 비밀이 마지막회에 이르러 속시원한 복수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걸 감안하면,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복수극으로서의 자세가 흔들리지 않았던 부활의 구성은 대단하다고 할 만하다.

 

  물론 부활이라고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비록 막판에 눈돌릴 수 없는 몰입감, 속시원한 복수와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흠잡을 데 없는 엔딩까지 시청자들의 찬사가 아깝지 않은 전개를 보여주긴 했지만, 드라마 중반부에서 무릉건설과 J&C의 경쟁구도와 유신혁의 정체를 의심하는 서은하의 이야기가 몇 회째 반복되면서 조금 지루한 느낌을 안겨주기도 했고, 처음에는 서하은 의 라이벌격인 존재로 설정되었던 정진우가 후반부 서하은의 복수가 시작되면서, 이도저도 아닌 모습을 보이며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든 점도 아쉬운 점이다. 이 와중에 여주인공 서은하의 비중도 크게 줄어들었는데, 사실상 서하은의 복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서은하와 정진우의 비중이 줄어든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반부까지 꾸준히 존재감을 어필하던 두 인물의 비중이 후반 들어 크게 축소된 건 아쉬운 부분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아쉬운 점들은 어디까지나 옥의 티 수준으로 부활의 종영 이후로도 다양한 주제의 복수극이 방영되었고, 부활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마왕과 상어와 같은 복수극을 제작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한국 드라마 최고의 복수극을 언급할 때, 많은 이들이 부활을 언급할 만큼, 복수극으로서 부활이란 드라마의 가치는 실로 대단하다고 할 만하다.

 

p.s

  쾌걸춘향의 변학도 역과 부활의 서하은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냄으로서 엄태웅은 주연급 배우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된다. 그리고 막판에 비중이 줄어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한지민 역시 주연급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이후 엄태웅과 한지민은 같은 드라마에 캐스팅되어 부활패닉들의 관심을 모았는데,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드라마 늑대는 주연배우들의 교통사고로 인해 3회 만에 종영이라는 한국 드라마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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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에서는 당시로서는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김윤석이 서하은의 조력자로서 출연하고 있는데, 비중 자체가 높지는 않았지만, 등장 때마다 특유의 연기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어 나름대로 주목을 받았고, 드라마 종영 이후 2년 뒤인 2007년 추격자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급부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