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2013) - 영화의 발목을 잡은 복잡한 대립구도

  베를린은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과 하정우, 한석규, 전지현, 류승범 등의 화려한 배우진으로 인해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그런데 비슷한 이유로 작년에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도둑들이다. 베를린과 도둑들은 스타 감독, 화려한 제작진, 그리고 진일보한 한국 액션 영화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포부까지, 영화 외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적어도 액션 영화로서의 기대치는 베를린 쪽이 더 높았다. 이는 감독의 성향 때문인데,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은 한국의 대표적인 흥행감독이긴 하지만, 그의 영화는 액션보다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맞물리면서 나오는 재미에 초점을 맞춰왔다. 반면, 류승완 감독은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줄곧 액션 영화만을 만들어왔다. 오죽하면 충무로의 액션 키드라는 별명까지 얻었겠는가?

 

  어쨌거나 이런 이유로 인해 관객들은 적어도 액션이라는 면에서는 베를린에 더 많은 기대를 걸었고, 베를린은 이러한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지고지순할 정도로 액션 영화만을 고집해 온 류승완 감독의 작품답게 베를린은 수준급의 액션씬을 보여준다. 단순한 1대1 격투씬에서부터 여러 명이 얽혀서 움직이는 총격씬까지. 이번 영화에 그동안 갈고 닦은 노하우를 모두 담아내겠다라는 각오라도 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베를린의 액션씬은 무척이나 탄탄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베를린의 액션씬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공들인 액션씬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은 전반적으로 기대 이하라는 평을 받고 있다. 물론 2013년 초부터 7번방의 기적과 함께 흥행몰이를 하며 천만관객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지만, 영화 자체의 평은 예상보다 좋지 않은 편이다.

 

  액션씬이 호평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낮은 평을 받는 이유는 역시나 스토리에 있다. 베를린의 스토리는 빼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그야말로 무난한 스토리라 할만하다. 적어도 베를린의 스토리는 액션 영화로서의 기본은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쪽으로 영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영화 초반부의 난잡한 전개 때문이다.

  여러 세력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결국 베를린은 급변하는 정치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두 세력의 다툼을 그려낸 영화다. 그런데, 문제는 두 세력의 다툼이 표현화되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정신없이 전개된다는 점이다.

 

  영화 초반부에서부터 국정원, 북한 첩보단체, CIA, 아랍의 테러 단체 등 다수의 단체가 등장하여 얽히고 설키면서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는데, 베를린은 이 과정을 매끄럽게 그려내지 못했다. 더군다나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몇몇 배우의 대사 전달력이 상당히 좋지 않은 편이라, 스토리를 파악하기가 더욱 어렵다. 영화의 절반 가량이 지난 후에야, 대립 구도가 명확해지면서 영화를 따라가기 편해지는데, 이 말은 영화 러닝타임의 절반가량은 스토리 파악이 난해하다는 걸 의미한다.

 

  베를린의 제작진 역시 이 점을 의식한 것인지, 대립구도가 명확해진 이후로는 초반의 난잡했던 이야기를 빠르게 정리하고, 액션이 주를 이루는 단순명쾌한 스토리 전개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러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길었고, 결과적으로 초반의 난잡한 스토리 전개는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